3년간 후쿠시마 고철 9만t 국내로…방사선감시기 없어

일본산 수입 고철이 많이 들어오는 마산항과 진해항이 방사능 오염물질 유입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무역항에 설치하도록 한 방사선 감시기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제정돼 지난 2012년 시행에 들어간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 따라 공항과 무역항에 방사선 감시기를 설치해야 한다. 방사성 오염물질이 국내에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방사선 감시기를 설치한 항만은 전국 31곳 가운데 인천항(6기), 평택·당진항(6대), 목포항(3대), 광양항(6대), 부산항(6대), 울산항(4대), 포항항(1대) 등 7곳(32대)뿐이다. 경남지역 마산항과 진해항을 비롯한 나머지 전국 항만에는 감시기가 없다.

이 때문에 방사선 감시기가 설치되지 않은 항만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고철은 방사능 오염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다.

수입 고철이 들어오는 창원시 귀산동 마산항 5부두에서 하역작업이 진행 중이다. 배에서 내려진 고철은 방사선 검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트럭에 실려나간다. /표세호 기자

원안위는 지난달 7일 부산항으로 들어온 일본산 수입 고철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반송 조치를 하기도 했다. 당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 방사선량률은 표면에서 최대 0.00543mSv(밀리시버트)/h였다. 1g당 10베크렐(시간당 방사선량 0.001mSv) 이상 검출되면 반입 금지인데, 이번에 반송 조치된 고철의 방사선 검출량은 기준치를 5배 초과했다.

원안위는 반송 조치에 대해 "수입 화물 감시를 위해 주요 항만에 방사선 감시기를 설치해 방사성 오염 고철 국내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며 방사선 안전도가 높아졌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방사선 감시기가 없는 항만이 대부분이고, 감시기가 설치되지 않은 마산항·진해항 등으로 매년 방사능 오염이 우려되는 일본산 고철이 무방비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지난 12일 창원시 귀산동 마산항 5부두 고철 하역 현장에 가 보니, 배에서 내려진 일본산 고철은 트럭에 실려 제강회사로 바로 나갔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마산항과 진해항으로 수입된 고철은 매년 수십만 t에 달한다.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이 집계한 마산항 수입 고철은 2011년 19만 5000t, 2012년 33만 6000t, 2013년 24만 8000t, 2014년(7월까지) 17만 7000t이다. 진해항으로 들어온 수입 고철은 2011년 1만 3000t, 2012년 5만 6000t, 2013년 3만 4000t, 2014년(7월까지) 8000t으로 집계됐다.

마산해양항만청 관계자는 "우리는 배가 화물을 싣고 안전하게 들고나는 물류적 측면만 관리하지 방사능에 대해서는 절차가 없다"고 말했다. 항만을 통한 취급물 가운데 방사성 물질은 7급 위험물질로 분류돼 반입 제한 대상이지만 고철이 일본산이더라도 검사과정은 없다.

특히 마산항과 진해항으로 들어온 고철은 대부분 일본산으로 확인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국회의원이 해양수산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수입된 고철 가운데 마산항(39만 4655t)은 일본산이 70%(27만 8063t), 진해항(4만 3014t)은 60%(2만 6226t)라고 밝혔다. 방사선 감시기가 없는 군산항, 대산항 등으로도 매년 수십만t 일본산 고철이 수입됐다.

더구나 일본산 수입 고철 중에서는 핵발전소 사고 지역인 후쿠시마현 고철이 포함됐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새정치연합 최재천 의원이 일본 오나하마 세관지서의 '후쿠시마 무역개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우리나라가 수입한 고철은 9만 2455t(296억 원어치)에 달했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이 수입한 후쿠시마현 고철 전체 물량의 58%, 수출 금액의 50%를 차지해 우리나라가 후쿠시마현 고철의 최대 수입국이었다. 최 의원은 "일본에서 원전사고 여파로 후쿠시마현 고철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자 방사성 물질 오염 여부에 관계없이 매년 수입물량을 늘려온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원안위는 올해 방사선 감시기를 20대 더 늘려 설치할 계획이지만 마산항·진해항에는 설치할 계획이 없다. 원안위 생활방사선안전과 관계자는 "추가 설치를 위해 전체 항만실사를 진행 중인데 9월에 마무리해서 10월쯤 설치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사선 감시기가 없어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이 유통될 우려에 대해서는 "국내 제강회사 18곳에 모두 감시기가 설치돼 있고 검출되면 신고하게 돼 있다. 주기적으로 실태조사도 한다"고 설명했다.

녹색당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일본산 수입품에 대한 방사능 오염조사 강화를 촉구했다. 녹색당은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큰 후쿠시마현 고철이 한국에 대량으로 수입됐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고철이 어디에 쓰였는가에 따라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사능 고철 수입에는 정부의 무능과 '돈'을 최우선으로 하는 풍토가 반영돼 있다"며 "'돈'을 들여 '독'을 산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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