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진성미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창원시민의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이를 만났다. 오늘 만나볼 동네사람은 창원정신보건센터에 근무하는 진성미(30) 정신보건사회복지사다. 그녀에게서 정신건강과 관련해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보았다. 사람들이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지 궁금하던 차였다.

“정신건강 상담이라고 하면 거부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내가 뭐 정신병자인 건가. 이상하지도 않은데 왜 내가 그걸 해야 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요. 하지만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와 같이 대중매체에서 정신과적 문제를 다루는 부분도 있고요, 세월호 사고 이후 상담 전화번호가 홍보되면서 전화도 많이 오고 있어요. 요즘 힘든 일, 스트레스에서 자살 상담까지 하시는 거죠.”

직장인ㆍ군인ㆍ노인 등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담 및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진성미 씨의 주 임무.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군부대에서 자살예방 캠페인을 펼치기도 한다고. 일반인 상담전화도 받고 내소상담도 하고, 거기에 중증정신질환자 사례관리도 하는 진 씨는 자신이 하는 일이 광범위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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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를 방문한 진성미 씨가 직장인 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담을 하고 있다.

상담이라는 게 특정 정신과 진단을 받을 법한 사람만 할 필요는 없다. 직장인이라면 직장 내 스트레스일 수도 있겠다. 학생이라면 진로가 고민일 수도 있겠다. 일상생활 속에서 하소연할 데 없고 내 마음 알아줄 데 없다면 전화 또는 방문해서 얘기해볼 수 있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 말이다.

“마음 속 얘기라 하기가 쉽지 않은데 나에 대해 모르기에 더 편하게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본인이 밝히기 싫으면 미상으로 해서 상담을 하는데, 그렇게 누구한테도 얘기 못 하는 걸 털어놓는 분들도 있어요. 저희가 상담할 때는 비밀보장을 원칙으로 하기에 누설될 일이 없거든요.”

진성미 씨는 중증정신질환자 사례관리도 한다. 정신과 진단을 받아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사회성을 향상시켜준다고 보면 되겠는데, 회원 중 한 명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망상장애 진단을 받은 50대 여성으로, 이혼한 후 여동생과 함께 생활하는 이였다.

“여동생이 일하러 나가면 집에 무기력하게만 있으셨는데 옆집 아주머니께서 안타까워서 데리고 온 분이었어요. 본인도 원하셨기에 규칙적으로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었죠. 타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등 증상에 맞춰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점차 변하시더라고요. 저를 딸같이 대하며 본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벚꽃 필 때는 공원에 가서 사진도 찍으시고요. 운동 등 활동을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려는 모습을 보니 일하는 보람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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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인 자살예방 캠페인에 참가 한 자원봉사자들이 교육 받고 있는 모습.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이들도 그렇다.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며 재활프로그램 등을 받으면 일생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저희와 지속적으로 상담하고 대인관계 기술 등을 습득하며 사회성을 향상시켜요. 그렇게 취업으로 이어져 사업체에서 일을 잘하게 되면 ‘정신장애인도 일반인과 다름없이 이렇게 직업을 가지고 잘 생활할 수 있구나’ 생각이 들어 뿌듯해진답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진 씨는 현장실습 과목을 수강하며 정신보건센터를 접하게 됐다. 정신장애인과 상담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더 배워보고 싶다. 내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아이·어른, 장애인·비장애인 모두 접할 수 있고 활동적인 성격에 부합한다는 생각에 이 길로 들어선 지 올해 5년째가 됐다고 했다.

“저도 사람인지라 힘들 때가 있죠. 저희가 한 번씩 그런 얘기를 해요. ‘우리의 정신건강은 누가 책임지냐고’ 말이에요. 스트레스도 받고 힘든 부분도 있지만 이 일이 좋지 않으면 못할 거 같아요. 그래도 1년 단위로 세워놓은 사업을 하나하나씩 마무리하고, 또 회원 분들이 저희가 한 이야기를 잘 받아들여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이 일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진성미 씨는 센터가 특정인이 아닌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고 말했다.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고 편하게 전화 걸어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정신건강과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서 도움 받을 수 있는 곳.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무슨 이야기라도 좋으니 편하게 털어놓으세요. 어떤 이야기라도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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