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홀로코스트 (찰스 패터슨 지음)…유대인 친구 영향 받은 저자, 대량학살 관련성 연구

'나는 오늘 몇 마리의 동물을 학살했을까?'

<동물 홀로코스트>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되돌아온 질문이었다.

홀로코스트(Holocaust)는 그리스어로 홀로(전체)와 코스트(타다)가 결합한 말이다. 일반적으로 동물이나 인간을 대량으로 태워 죽이거나 대학살 하는 행위를 총칭하지만, 고유명사로 쓸 때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히틀러가 독일 권력을 장악했을 때 자행된 유대인 학살을 뜻한다.

저자인 찰스 패터슨은 작가이자 역사가이며 교육자다. 그는 뉴욕에서 대학원 공부를 하는 동안 독일계 유대인과 친한 친구가 됐고, 친구를 통해 나치 치하에서 입은 정신적 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이후 그는 역사 교사가 된 후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책이 없자 <반유대주의>라는 책을 집필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유대인 학살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던 저자는 동물과 사람에 대한 대량학살의 관련성을 연구한 끝에 <이터널 트레블링카(Eternal Treblinka)>를 내놓는다. 트레블랑카는 나치수용소를 일컫는데 '끊임없는 나치수용소'라는 이름의 책은 지난 2002년에 출간돼 전 세계 15개국에 번역됐으며, 한국에서는 <동물 홀로코스트>라는 제목으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조류인플루엔자(AI) 살처분 방지 및 제도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찰스 패터슨은 책의 저작권을 (사)동물보호시민단체 KARA에 기부했으며, 정의길 <한겨레> 국제부 선임기자가 번역하고 KARA가 감수했다.

저자는 1부(종차별, 인종차별)와 2부(우리에게 당신들은 모두 나치예요)를 통해 미국의 도살장 제도가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할 때 사용된 모델이었고, 그 관행이 오늘날까지 존속되고 있음을 역사적으로 파헤친다.

책은 히틀러가 본보기로 자주 들었던 미국 주류문화에 깊게 자리한 '인종주의'부터 출발한다.

미국이 역사상 최악의 동물 착취 문명을 만드는데 어떻게 일조했는지를 '인간우생학'과 '강제적 단종'을 지지한 학자, 전문가, 유명인의 글과 말을 근거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포드는 자서전 <나의 삶과 일>에서 젊은 시절 시카고의 한 도살장을 방문했을 때 일관식 조립생산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략) 시카고 정육업자들의 효율적인 동물 도살 방법에 깊은 인상을 받은 헨리 포드는 유럽의 '도살자'들에게 특별한 기여를 했다. 그(포드)는 나치가 유대인들을 죽이는 데 사용한 일관식 조립라인을 개발했다. 뿐만 아니라 홀로코스트를 불러일으킨 잔악한 반유대주의 운동의 시작도 그가 했다."

결국 도살장 시스템은 자동차 회사 포드의 조립생산 라인으로 옮겨갔고, 끝내 유대인 학살에 사용됐다.

헨리 포드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독일 정치인 히틀러'는 '미국 기업가 포드'의 초상화를 나치 중앙당사에 걸어 두었고. 포드는 78세 생일 때 나치 독일의 최고 훈장까지 받았다.

3부(홀로코스트의 반향들)는 홀로코스트가 유대인과 독일인의 동물 옹호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핀다.

유대인 학살의 경험자들이 어떻게 타인에 대한 고도의 감성과 감정이입 능력을 지니고 동물 옹호 활동가가 됐는지 그들의 시선을 따라간다.

이어 동물을 다루는 '나치' 방식에 초점을 맞춘 최초의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의 작품을 통해 동물의 권리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동물 홀로코스트>의 폭로는 읽는 이로 하여금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책 말미에는 나치 독일군에서 동물 옹호가로 변신한 이를 소개하며 영감을 준다.

자신이 겪는 고통의 기억을 타인의 고통을 줄이는 데 일조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기에 고통의 경험이 선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스스로를 위해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말하는 것이 작가의 책임이다'라는 알베르 카뮈의 확신은 이 책을 쓰는 내내 나를 버티게 해주었다. (중략) 프란츠 카프카의 말에서 위안을 얻었다. '우리가 읽는 책이 두개골을 때리듯 우리를 깨워 흔들지 못한다면, 왜 그 책을 읽으려고 애를 쓰는가?'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저자가 말하듯 19세기 미국의 노예제 문제처럼 동물에 대한 착취와 도살의 문제가 21세기의 중심 무대로 등장하는데 <동물 홀로코스트>가 중심에 설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376쪽. 휴.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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