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 경남의 진짜 '가을야구'…야구장 앞 슈퍼마켓 박영호 씨

오래전부터 마산야구장을 드나들었던 이들이라면 눈에 익은 곳이 있다. 마산야구장 동문 길 건너편에 있는 작은 슈퍼마켓이다. 수십 년 동안 마산야구팬들의 함성과 함께하고 있는 곳이다.

박영호(71·사진) 씨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정확히 몇 년도에 이 가게를 시작했는지 확실치 않다. 그냥 1990년대 초반에 시작했다는 것 정도다. 이전 주인장이 가게를 처분하려던 것을 물려받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박 씨는 한창 재미 좋을 때를 떠올렸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엄청나게 장사 잘됐지. 야구 열리는 날에는 나하고 3명이 가게에 달라붙는데, 돈이 어디로 들어오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어. 야구장에 맥주도 대줬는데 500박스 이상 들어갔고, 오징어는 200마리 넘게 구웠지. 그때는 야구장 아무 곳에서나 흡연했으니, 담배 장사도 잘됐고. NC 들어오고 나서는 경기 수가 많아지니 아무래도 사람이 적지. 주변에 마트·편의점도 있고 하니, 요즘은 하루에 오징어 많이 팔면 5마리는 되려나?"

박 씨도 야구팬이다. 이 가게를 맡기 전에는 롯데 마산경기가 열리면 꼭 발걸음했다. 하지만 가게를 맡고 나서부터 20년 넘는 동안 딱 한 번 야구장을 찾았다. 마침 가게 수리할 때였다. 그 외에는 가게에서 관중 함성만 들을 뿐이다.

"그때는 경기장 분위기가 말도 못했지. 경기 끝나고도 시끌시끌해. 롯데 진 날에는 상대 팀 버스를 곱게 내보내지 않았지. 여기 가게에서 보면 다 보이거든. 또 술 취한 사람들은 길에서 싸움박질도 여기저기서 하고…. 요즘은 완전히 달라졌지. 아저씨 관중이 예전처럼 많지도 않고.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 TV에 비치려고 화려하게 치장해서 많이들 오데."

그도 롯데팬이었지만 NC 창단 이후 전향했다. 그래도 NC 경기 없는 날에는 롯데 경기에 눈이 간다고 한다. 이번 준플레이오프 상대로 롯데가 올라오길 바라는 눈치다. 물론 그럴 경우 장사에도 도움 될 것이다.

"NC가 가을야구 하면 장사하는 입장에서도 좋지. 아무래도 롯데하고 붙으면 관중이 확실히 많을 것이고, 재미도 있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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