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따라 내 맘대로 여행] (30) 세종특별자치시 국립세종도서관

참으로 관용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선선한 이 가을에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책을 읽으라니. 어찌 보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선조들이 가을을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라고 정의를 내린 것을 보면 괜스레 들뜨기 쉬운 눈부신 계절에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라는 진심 어린 충고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에 자리한 국립세종도서관은 지방 유일의 국립도서관이자 국내 최초의 정책 도서관이다. 지난해 12월 12일 개관하자마자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 웹진 디자인붐이 선정한 '올해의 도서관 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우선 그 모양이 인상적이다. 탁 트인 전경 속에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이 건물은 책장을 펼쳐 놓은 듯 경쾌하게 휘어졌다. 친환경 건축자재로 이루어진데다 에너지 1등급 친환경 건축물로 태양열과 빗물 활용 등이 가능한 에너지 사용시스템을 적용했다.

곡선 디자인이 돋보이는 국립세종도서관. 인공호수에 놓인 세호교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최규정 기자

내관 역시 세련됐다. 통유리를 기본으로 해서 햇볕이 따사로이 도서관 내부를 비춘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열린 구조라 책이 빼곡한 전경이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서가의 아래 두 칸은 조명을 설치해 책을 찾기 수월하도록 배려해 놓은 모습도 인상적이다. 곳곳에 놓인 빨간 휴대전화 통화 부스도 인테리어 효과와 함께 센스가 돋보인다.

지하 1층 어린이 도서관에서부터 1층 로비와 이용자들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로 도착한 자료와 예술, 문학, 역사 책들이 전시돼 있고, 2층과 3층은 일반자료실과 정책자료실, 사무동이 각각 자리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 도서관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놀이터가 유리창을 경계로 이웃하고 있는데 집중 시간이 짧은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 조용히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리는 2층과 달리 어린이 도서관에는 생기가 넘친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이용자를 위한 배려가 보이는 국립세종도서관 내부. /최규정 기자

세종국립도서관의 매력은 8만 권의 장서와 디지털 열람실 등의 도서관으로서의 기능만을 갖춘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창가 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호수. 국내 최대의 인공호수로 금강의 물길을 끌어들여 조성한 세종호수공원이 이웃하고 있어 그 전망이 그림 같다. 지하 1층 어린이 도서관 쪽으로 나오면 호수로 걸어가는 길이 바로 연결돼 있다.

약 61만 ㎡ 부지에 담수량만 50만 8000톤에 달한다. 축구장 62개를 붙여놓은 크기다. 호수는 크게 5개의 테마 섬을 중심으로 꾸며졌다. 먼저 호수를 가로지르는 세호교 위에 670석의 무대섬을 만들었다.

또 축제를 위한 축제섬과 모래 해변이 있는 물놀이섬, 수생식물이 자라는 물꽃섬, 습지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습지섬 등이 호수 곳곳에 터를 잡았다. 가장자리에는 8.8km의 산책로와 4.7km의 자전거 도로가 지난다.

특히 아이 무릎 정도 깊이의 물놀이섬은 물장난을 치며 놀기 좋고, 그 인근으로 모래사장을 조성해 호수를 앞에 두고 바다에 나온 듯한 피서지의 느낌을 느껴볼 수 있다. 책 한 권을 옆구리에 끼고 천천히 걷기를 원한다면 남쪽 물꽃섬에서 북쪽 습지섬까지 걸어보기를 권한다.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독서의 계절을 함께 느끼고 싶다면 주말, 도서관 여행을 추천한다.

매월 둘째·넷째 월요일 휴관. 세종특별자치시 다솜3로 48(어진동 산 114), 044-900-9114.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