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밀양 송전탑 현장검증…주민들 헬기 소음피해 호소

밀양 초고압 송전탑 경과지 마을에서 법원의 첫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11일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민사부(재판장 한영표 지원장)는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밀양 송전탑 경과지 마을 4곳에서 현장검증을 했다.

이날 현장검증은 오후 4시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골안마을에서 시작해 상동면 도곡마을, 상동면 여수마을, 부북면 위양리 등에서 이뤄졌다.

주민 22명이 밀양 송전탑 공사 헬기 소음으로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고, 초고압 송전선로가 건설되면 전자파에 따른 건강 피해 등을 주장하며 지난 2월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했었다. 현장검증은 재판부가 주민 측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8월 25일 하기로 했으나 폭우로 지난 1일로 미뤄졌다 이날 잡혔다.

이날 한영표 지원장과 가처분 신청 건 주심인 김은엽 판사, 주민 측과 한전 측 소송대리를 맡은 변호사들이 참석했다. 한 지원장은 현장검증에 대해 "주민들 주장을 변호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들었지만 주민들로부터 직접 고통 등을 듣고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밀양 송전탑 현장검증이 진행된 밀양시 산외면 골안마을에서 재판부가 주민 측과 한전 측 변호사, 주민 이야기를 듣고 있다. /표세호 기자

현장검증이 이뤄진 마을마다 주민들은 재판부에 송전선로 노선의 문제점, 헬기 소음 피해 등을 성토했다. 골안마을은 105번부터 109번까지 5개 송전탑이 거쳐 가는 곳이다.

주민 측 최재홍 변호사는 "송전탑이 가까워 일할 때도 압박감이 크다. 주민들은 헬기가 운항경로를 벗어나 마을로 가로질러 다녀 소음 피해가 컸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전 측은 "운항경로만 이동했다"고 말하자 주민들은 '한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재판부가 많이 다닐 때 하루 헬기가 몇 번 운항했느냐고 하자 한전 측은 40번이라고 했고, 최재홍 변호사는 "그러면 왕복 80번인데 주민들은 120번까지도 다녔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최 변호사는 부산가톨릭대학이 현장에서 측정한 헬기소음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주민 박정식(67) 씨는 "철탑 자재, 중량을 계산하면 과학적으로 헬기가 몇 번 다녔는지 나올 것이다. 콘크리트 타설할 때는 사흘 내내 헬기가 다녔는데 저녁 7시에도 다녔다"고 말했다. 안영수(58) 씨는 헬기 소음으로 벌들이 죽고, 단장면에서는 은어도 떼죽음 피해가 났다고 말했다.

골안마을에 이어 산너머에 있는 상동면 도곡마을로 이동했다. 도곡마을 앞으로 109번에서 113번까지 송전탑 5기가 지나간다. 주민들은 헬기가 다닐 때는 종일 골짜기에 메아리 친다고 하소연했다.

장정희(여·60) 씨는 "헬기 때문에 소가 임신을 못할 정도다. 옆집은 소를 다 팔아버렸고, 다른 집엔 송아지가 한 달 빨리 나오기도 했다"며 "한전에 아무리 이야기해도 시공사에 미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재판부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재판부는 이날 검증에서 주거지와 송전선로 거리, 헬기 운항경로와 소음 등을 확인했다. 헬기는 애초 골안마을에서 뜨기로 돼 있었으나 한전 측이 일정을 맞추지 못해 상동면 도곡마을 앞 철탑을 돌아가는 것으로 진행됐다. 주민들은 실제 작업할 때 무거운 자재를 실어 나르면 소음이 더 크다고 했고, 재판부는 "무게를 감안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울주군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초고압 송전선로를 연결하는 신고리~북경남 765㎸ 송전선로 밀양구간에는 30개 경과지 마을 인근을 지나 69개 철탑이 들어설 계획인데, 66기 조립공사가 끝났다.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 건과 관련해 본안소송에 해당하는 행정소송도 진행 중이다. 밀양 주민 300명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사업계획변경 승인 취소소송이 서울행정법원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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