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 경남의 진짜 '가을야구'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NC의 '가을야구' 말이다. 9월 10일 기준으로 62승 52패·승률 0.544로 3위를 달리고 있다. 13게임 남겨둔 상황에서 4위 LG에 8게임 차 앞서 있다. NC가 뒷심을 잃기는 했지만, 그래도 3·4위에 해당하는 준플레이오프 진출은 안심해도 될 상황이다. 1군 진입 2년 차 만에 '가을야구'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경남 야구팬들의 심장도 요동치고 있다. 그들에게 '가을야구'는 어떤 의미일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꽤 가슴 뭉클하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경남 야구팬들은 '롯데'를 목청껏 외쳤다. 롯데 제2 홈구장인 마산야구장에서는 그해 9월 삼미 슈퍼스타즈 경기가 처음으로 열렸다. 이후 매년 3∼15게임이 마산에서 열렸다.

하지만 '마산아재'로 대변되는 경남팬들의 야구 갈증을 풀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경남팬들은 마산에 좀 더 많은 경기를 배정해 주길 바랐다. 좁게는 예정된 마산 경기가 비로 취소됐을 때, 나중에 다시 편성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롯데는 그나마 몇 경기 치르는 것에 선심 쓰는 듯한 모습이었다. 2008년부터 롯데의 3년 연속 가을야구를 이끈 로이스터 감독도 마산야구장을 찾는 것은 불편해 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경남 야구팬들은 '롯데'를 목청껏 외쳤다. 하지만 경남 야구팬들은 2012년 롯데 더부살이 신세를 면했다. 진짜 연고 구단인 NC 다이노스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1군 진입 2년째인 올해 가을야구까지 준비하고 있다. 경남 야구팬들의 심장이 요동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사실 롯데 구단 처지에서도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다. 열악한 야구장 시설, 험악한 관중 분위기, 입장료 수입 감소 등이 배경이었다. 비로 취소된 경기에 대해서는 "순위 싸움이 치열한 9∼10월에 열리게 되는데, 부산 사직 아닌 마산에서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으로, 일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경남 야구팬들의 섭섭함은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후 NC 다이노스 창단 때 롯데가 극렬히 반대했던 기억은 두고두고 상처로 남아 있다.

이런 시간 속에서 경남팬들은 몇 번의 가을야구를 경험할 수 있었다.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1984년, 1992년, 1995년, 1999년 등이다. 이때 경남 야구팬들은 TV 앞에 모여들었다. 열성팬들은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전날 사직구장을 찾는 수고도 마다치 않았다. 마산지역은 경기가 열리는 동안 거리가 한산하기까지 했다.

지난 2000년 10월 14일에는 삼성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마산야구장에서 열리기도 했다. 물론 롯데의 배려는 아니었다. 당시 부산에서 전국체전이 열려 롯데 홈인 사직야구장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급하게 일정이 잡히는 바람에 당시 마산야구장 관중석은 빈자리가 많았다. 이랬든 저랬든 마산야구장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린 가을야구였다.

이런 기억을 안고 있는 경남 야구팬들은 2012년 롯데 더부살이 신세를 면했다. 진짜 연고 구단인 NC 다이노스를 맞이한 것이다. 2012년 2군 리그를 거쳐 2013년 1군 첫해 9개 팀 중 7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1군 진입 2년째인 올해 가을야구까지 준비하고 있다.

경남 야구팬들의 진짜 가을야구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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