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 아마추어 관현악단 '경남 A&B 오케스트라'

8월 27일 오후 6시 30분. '저녁부터 비'라는 예보대로 사방이 평소보다 빨리 어둑해졌다. 경남대학교 예술관 5층에 켜진 불빛은 그래서 유독 환하다.

어두운 운동장을 지나 건물에 들어서자 악기 소리가 들렸다. 서툰 주인이 내는 음이었다.

5층 합주실에 30여 명이 모여 있다. 잘 다듬어지지 않은 소리 탓에 귀가 먹먹하다. 악기를 하나씩 쥔 이들은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있는 양 다소 벅차 보였다.

이날은 '경남 A&B 오케스트라' 연습일. A&B는 예술(Art)과 직장(Business)의 결합을 뜻하는 말이다.

지난 6월 꾸려져 7월 2일 첫 모임을 한 이들은 경남메세나협의회 회원사 노동자와 언론인, 금융인, 자영업자 등이다.

경남메세나협의회가 도내에서 처음으로 만든 성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단에 신청서를 쓰고 들어온 지역민이다.

'경남 A&B 오케스트라'는 지난 6월 꾸려져 7월 2일 첫 모임을 했다. 참석자들은 경남메세나협의회 회원사 노동자와 언론인, 금융인, 자영업자 등이다. 경남메세나협의회가 도내에서 처음으로 만든 성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단에 신청서를 쓰고 들어온 지역민이다. 모인 사람들의 사연은 다양하지만 목표는 같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기, 나 자신에 부끄럽지 않기. /박일호 기자

30분 후 지휘자가 들어왔다. "잘 지냈어요"라고 인사를 건네고 오는 10일 추석 연휴 일정을 묻는다. 야근, 휴가, 당직 등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정기연주가 있는 12월 초까지 12번 남았네요. 창원 성산아트홀 대공연장에서 연주합니다. 만만치 않은 무대예요.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연습뿐. 지금부터 차분하게 하면 됩니다."

여기저기서 한숨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경남대에 모인다. 오는 12월 3일 첫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있다.

이제 연습한 지 두 달. 아마추어들은 악보 읽기와 악기 쥐는 법부터 배웠다. 한 달 후 곡 연습을 시작했다. '위풍당당 행진곡', '오페라의 유령'이다. 정기연주회 때 올려지는 곡이다.

오후 8시가 넘어서자 여기저기 흩어졌던 음이 모이기 시작했다.

지휘자 허준(진주시립교향악단 부수석) 씨가 연방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맨 뒷줄에서 트럼펫을 든 단원들은 자꾸만 축축해지는 손바닥을 옷에 문질렀다.

앞줄에 앉은 단원들은 어깨 위에 올려진 바이올린과 무릎 사이에 놓인 첼로가 자꾸 신경 쓰인다. 흐트러지는 자세 탓에 음을 정확히 잡기 어렵지만 포기는 없었다.

들쭉날쭉한 박자와 '삑사리'가 이어지지만 현악기(바이올린·첼로), 관악기(플루트·색소폰·클라리넷·트럼펫), 타악기(드럼), 기타는 어느새 하나로 뭉쳤다.

김정원(한국문화예술발전연구원 기획행정사업팀장) 씨를 비롯해 파트마다 배치된 강사들은 손으로 악보를 짚어주고 큰 목소리로 음을 말했다.

개인 악기 지참, 매주 수요일 연습, 주말도 반납해야 하는 일정. 만만치 않지만 단원들은 힘든 내색보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차오른다.

모인 사람들의 사연은 다양했다. 음악에 대한 사랑, 성악을 전공한 평범한 직장인의 미련, 무대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가족의 권유, 새로운 인맥 쌓기 등.

하지만 목표는 같았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기, 나 자신에 부끄럽지 않기.

김주만(54·센트랄 상무) 씨는 "평소 좋아하는 곡을 직접 연주하고 싶었다. 나에게 실망하지 않도록 제대로 해내고 싶다"고 했다.

강영아(46·자영업) 씨는 "음악을 배우러 유학 간 아들에게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가 되기 싫다. 겨울방학 때 아들이 오면 첼로 실력을 당당히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휘자 허준 씨는 "앞으로 남은 3개월 만에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는 솔직히 어렵다. 그렇다고 무대에 강사를 대거 배치해 단원들이 묻히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우리는 즐길 것이며 성장할 것이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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