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감상은 가장 보편적인 여가 생활이자 문화 활동이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그리 단순한 일은 아닌 듯하다.

일반적으로 감상은 예술 작품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즐기고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음악을 듣고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은 1차적으로 음악의 깊이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옳은 출발점이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예술적 대상을 즐긴다(enjoy)는 것과 감상한다(appreciate)는 것은 그 뜻하는 바가 같지 않다. 같지 않은 것이다. 전자는 좋다, 나쁘다는 동기 없이 예술 작품 그 자체의 체험에 그치는 것이지만 후자는 더 나아가 작품의 진가를 알고 이해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베토벤의 유명한 교향곡 5번 '운명'을 듣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운명'이라는 제목에 붙여진 문학적 표현을 의식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교향곡의 전체적인 구조를 고찰하고 각 부분 상호 간의 유기적인 관련성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베토벤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창작 정신이나 시대 정신 등에 대해 이해하고, 작품에 대한 적극적인 가치 인식과 음악성 평가가 있을 때 비로소 감상의 자세가 확립될 수 있다.

작곡가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소재 처리 방법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가치 있는 감상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알고자 노력하는 의식적인 작용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 수용력에 따라 여러 자세로 음악을 감상한다. 이것을 미국 작곡가 코플랜드는 세 개의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1단계 감각적 파악의 단계, 2단계 표현력 감지의 단계, 마지막으로 제3단계인 이해와 평가의 단계이다.

음악을 올바르게 감상하고 이해하는 단계까지 이르려면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많은 노력과 경험을 필요로 하며 그 밖의 다른 지름길은 없다고 본다.

음악을 듣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할 수 있어야 하며, 소리를 비롯해 다양한 음악적 소재에 대해 자신의 생활과 환경을 삽입시킬 수 있어야 한다.

작품에 대한 감상자의 감응(response)은 청자의 연령, 신념과 확신, 선입관과 공감, 그리고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일시적인 기분에 좌우되기도 한다. 그래서 음악은 감상자의 각기 다른 기준에 의해 그 가치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주위의 많은 사람이 음악을 즐겨 듣고 음악을 좋아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대부분이 감각적 파악의 단계, 즉 즐긴다(enjoy) 단계에서 모든 음악을 이해한 듯 이야기하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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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음악을 듣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본 자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으나 전부는 아니다.

그 작품이 지닌 진가를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우리의 정신 세계는 더욱 풍부해지리라 믿는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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