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학교, 신나는 교육] (12) 경기 부천동여자중학교 이야기 1

지난 기사까지 살펴본 혁신학교는 모두 초등학교였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혁신학교는 전국적으로 580곳, 이 중 346곳이 초등학교입니다. 아무래도 입시 공부와 조금 거리가 있다 보니 새로운 교육을 실행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을 겁니다. 하지만 중학교 혁신학교도 211곳으로 적지 않습니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곳도 많습니다만 이번 이야기에서는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부천동여자중학교를 소개할까 합니다. 지난 2012년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혁신학교로 지정받은 곳입니다. 부천동여중 금선남 교사가 쓴 '수업과 생활이 하나의 원리로'란 글을 통해 만만치 않았던 혁신학교 준비 과정을 들어보겠습니다.

경기 부천동중학교는 올해를 '혁신학교 성장기'로 삼고 있다. 이제 혁신학교 3년 차, 길은 여전히 순탄하지 않다. 올해 4월 교사학생 토론회를 진행하고 이 학교 1, 2, 3학년 학년부장들이 함께 쓴 글을 보자.

"지난 4월 1일 교사학생 교육토론회에서 교사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두려움을 바라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왜 우리는 이런 고통을 감내하면서 아이들과 토론회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중략) 공부를 할수록 알게 되는 것은 교실에서 절대권력자는 교사이며 아이들은 실상 매우 수동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사실입니다. 교육의 목적 중 하나가 민주시민 양성인데 학교에는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없습니다. 아이들 몸에 익히지 않은 민주주의가 성인이 된다고 갑자기 실현되기는 어렵겠지요. 교사가 교실에 홀로 서서 느끼는 고독감을 극복하고 아이들이 민주적으로 생활하도록 하는 것은 수업 속에서 아이들과 권한을 나누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혁신학교를 추진하면서 부천동여중이 잡은 목표는 아이들에게 학교를 돌려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만 그럴 뿐 실제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금선남 교사의 글을 보자.

"2012년에는 학생자치를 학생회 자치라 생각하고 아이들 주도로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대부분 학교가 하는 활동이다. 자율활동시간에 학급회의를 진행하고 매월 학교 학생회가 회의를 진행하였다. 학생회장 선거를 민주적으로 하고 리더십 캠프를 진행하였다. 입학식, 졸업식, 학교 축제 등 학교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아이들은 살아있는 듯 꿈틀거렸다. 아이들은 신나서 일을 했고 교사들은 흐뭇하게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꿈꾸던 학생자치인가? 하지만 대부분 아이는 여전히 손님이며 타자였다."

부천동여중학교 학생들이 학생회장, 부회장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부천동여자중학교

그래서 학생들에게 실제 권한을 돌려주는 일을 차곡차곡 해나갔다. 학년 학생회가 그 첫걸음이었다.

"전체 학생회는 단위가 커서 학년학생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학년학생회에는 학급의 반장, 부반장이 참여했다. 매주 1회 학년부장 교사와 정기적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내용은 수업, 생활, 학교 행사 모두 포함된다. 학년 행사를 함께 기획하고 학기말 통합프로젝트 수업의 주제도 고민한다. 학급의 어려움도 논의하였다. 학년 말 통합수업 중 일부는 학년학생회가 기획하고 운영했다."

아이들에게 학교를 돌려주자는 말은 학교 운영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실질적으로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수업이다. 부천동여중은 수업에서부터 아이들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수업간담회라는 걸 진행했다. 그 과정을 금 교사는 이렇게 적는다.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교사와 학생이 함께 나누기로 했다. 엄청난 모험이었다. 1학기 말에 수업시간을 이용해 아이들이 학급별로 각 교과 수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팽팽한 긴장감과 진지함 속에 이루어진 간담회를 끝내고 아이들은 매우 뿌듯해했고 교사들이 진지하게 들어주고 솔직하게 이야기함에 고마워했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예상보다 훨씬 수업에 대해 고민이 깊은 것과 예의 바른 태도에 대견해했다. 상처가 난무하고 교사의 권위가 무너지는 상황을 맞이할 거라 걱정했던 분들은 안도하며 자리를 떴다."

아이들에게 학교를 돌려주는 일은 어려운 길이다. 하지만 부천동여중은 포기하지 않고 굳세게 그 길을 걸어내고 있다. 다시 학년부장들의 글로 돌아가 보자.

"배우는 존재인 아이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의 겉모습은 각양각색이지만 아이들은 모두 배우고 싶어하며 배우는 것에서 무언가를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배우는 순간에 주체가 되고 권한을 가지면 아이들은 자발성을 발휘하게 됩니다."

참고문헌 〈경남형 혁신학교 리더과정 연수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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