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당내 분위기, 영남권 분열 사전차단 목적…김태호 "해결은 청와대 몫"

새누리당에 '영남권 신공항 함구령'이 떨어졌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 회의와 의원총회에서 두 차례나 신공항을 언급하며 "우리 정치권은 일절 신공항에 대해 말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영남권 신공항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입지 선정작업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후 '영남권' 정치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한편으로는 김 대표 자신이 신공항 입지 선정 과정에 호출될 수밖에 없는 부산 출신이어서 앞으로 발생할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 대표가 신공항 문제를 언급한 건 김태호 최고위원 때문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신공항 갈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 갈등을 푸는 기관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무성(맨 오른쪽)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최고위원은 "5개 광역시·도가 노정 시켜온 갈등은 민간이나 정부 할 것 없이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손실을 일으켰다"며 지자체와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어서 김 최고위원은 "국토부가 갈등조정 전문기관도 아니고 주무기관도 아니다. 국가대통합위원회에서 갈등 조정 해법을 찾고 이것을 바탕으로 청와대와 정부가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분명한 것은 정치권이 이런 갈등에 기름을 붓는 행동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 대표는 동의하면서, "그 엄청난 갈등에 정치권이 있었다는 걸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입지 선정 발표 전까지 우리 정치권은 애향심보다는 애국심에 입각해 그와 관련된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더욱 강경한 어조로 '영남권 함구령'을 당부했다.

김 대표는 "대구·경북·울산·경남·부산 의원님은 애향심보다는 애국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으며 "이 문제로 우리가 분열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꼭 협조해달라"고 밝혔다.

현행 일정대로라면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가 가시화되는 때는 총선과 정권 말 레임덕 시기와 겹친다. 신공항 문제가 부산과 경남, 대구·경북 분열은 물론 새누리당 전체를 뒤흔들 뇌관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바람대로 신공항 함구령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홍준표 도지사가 "물구덩이(가덕도)보다는 맨땅(밀양)이 낫다"는 직설화법으로 신공항 입지 선정 논란에 불을 지폈고, 서병수 부산시장 역시 '정치 생명을 건 신공항 유치'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여의도 정치권까지 가세한다면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세월호 정국을 빨리 접고 앞으로 나가려는 새누리당 앞에 신공항 갈등으로 말미암은 당내 분열이라는 또 다른 난제가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