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지역 힙합크루 '에인전트9'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라는 TV 프로그램이 화제다.

실력 있는 래퍼를 발굴하고 이를 알리고자 기획한 프로그램은 이제 '힙합' 마니아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그동안 힙합을 바라보는 대중 시선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1970년대 후반 미국 뉴욕 할렘가에서 시작해 1980년대 대중음악의 한 장르, 새로운 문화운동으로 발전하는 등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지만 '거칠다', '무섭다'는 편견도 여전했다. 그런 면에서 힙합의 대중화에 기여한 쇼미더머니 공은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지역에서도 힙합을 대중 속으로 이끄는 친구들이 있다. 쇼미더머니처럼 규모가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품은 열정만큼은 비슷하다. 지역 힙합 크루(crew·공통의 목적을 위해 모인 사람의 그룹) 'AGENT9(이하 에이전트9)'이 오는 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아고라 광장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그들을 만나봤다.

힙합 크루 AGENT9(에이전트9) 멤버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오성, 진도언, 정수철, 김태산, 조진화, 지승훈, 윤영민 씨) /이창언 기자

-크루를 소개해 달라.

"3년 전 지인끼리 모여 소소하게 만든 크루다. 애초 2~3명이 시작한 크루는 현재 10명까지 늘었다. 본격적으로 공연을 하고 직접 노래까지 만든 지는 1년 남짓 지났다.

보기에 따라서는 작은 크루지만 그 속에서 역할 분담은 뚜렷하다. 현재 리더 1명, 래퍼 6명, 프로듀서 1명, 매니저 1명, 메인 보컬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래퍼 2명은 유학과 군대에 가 있다. 애초 힙합 장르를 중심으로 만든 크루지만 현재는 모든 음악 장르를 다루려 하고 있다."

-에이전트9, 이름이 특이하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어감이 멋있어서 지었다. 그러다 뒤늦게 의미를 부여했다. 에이전트가 영어로 대리인이라는 뜻이다. 이에 쉽게 내뱉지 못하는 말, 전하지 못하는 말을 음악으로 대신 하겠다는 뜻을 찾았다."

-다들 어떻게 모이게 됐나?

"초창기 멤버가 발품을 팔아 팀원을 모았다. 공연장을 찾아가서 문의도 하고, 지인을 통해 소개 받기도 했다. 마음에 드는 구성원이 있으면 '영입제안'과 자체 '오디션'을 거치기도 했다. 물론 누군가를 평가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마음이 맞는지, 음악을 즐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보통 힙합 하는 친구들을 보면 개성 있는 닉네임이 있지 않나? 에이전트9은 어떤가?

"쑥스럽지만 우리도 모두 닉네임이 있다. 팀에서 랩을 담당하는 윤영민(25)은 '4quencher'이라는 닉네임을 쓴다. 랩을 하는 본인이든, 듣는 사람이든 가슴 속에 맺힌 갈증을 없애겠다는 뜻이다. 래퍼 이오성(24)은 '임모탈(Immortal)'이라는 닉네임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불사신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래퍼 진도언(24)은 '즐거운'의 순 우리말인 '라온'을, 래퍼 정수철(27)은 '417'이라 불린다. 4월 17일은 수철이 생일이다. 프로듀서 김태산(29)은 이름과 성 앞글자를 따서 'teekay'를, 메인 보컬 조진화(27)는 소울 키스라는 표현을 줄여 'soki'를 닉네임으로 쓰고 있다. 리더 지승훈(28)은 '작가'라는 직업 특성을 살려 'zizac'으로 불린다. 처음에는 서로 민망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익숙하다."

-연습은 주로 어디서, 어떻게 하나?

"아직 공식 연습실이 없다 보니 다른 팀 연습실을 빌리거나, 멤버 집에 가기도 한다. 노래방도 자주 간다. 전문 녹음실,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갖는 게 목표다."

-첫 단독 공연도 연다고 들었다.

"그동안 소규모 단위 공연에는 많이 참가했다. 마산합포구 월영동 인근 카페에서 작은 '연말공연'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크루 이름을 내건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 계획부터 장소 섭외, 장비 임대, 홍보까지 모두 우리 손을 거쳤기에 의미가 더 남다르다. 1시간 남짓 펼치는 공연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아낌없이 쏟아내겠다."

-공연에서 부를 노래를 직접 작사·작곡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힙합은 직접 작사해봐야 실력이 는다. 크루 내에서도 로맨스 작사가 잘 어울리는 멤버가 있는가 하면, 스웨거(Swagger·래퍼가 자기 자신을 뽐내는 기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멤버도 있다.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점, 누구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우리 크루 장점이다."

-공연에 앞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타를 들고 버스킹(길거리에서 연주와 노래를 하는 행위)을 하는 것과, 힙합을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가슴에 똑같은 열정을 품고 거리로 나선다. 좀 더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한다. 참고로 창원 내에도 4~5개의 힙합 크루가 있다. 현재 이들이 한데 모여 '창원 힙합 커뮤니티'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도 운영 중이다. 음지에만 숨어있던 힙합 크루가 하나 둘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경쟁하며 지역 힙합 대중화에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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