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착한 호랑이가 여기 살고 있어?"

신록, 늦봄이나 초여름에 새로 나온 잎의 푸른빛. 사전적의미를 차지하고라도 당장 고개를 들어 인근 산을 바라보라. 일 년 중 오직 이때만 볼 수 있는 초록세상이 선들선들 부는 바람에 하늘하늘 춤을 춘다.

신록의 품으로 들어가서 심호흡을 크게 해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등산하기 좋은 계절이다. 싱그런 생명력을 품은 신록의 품 안에서 한창 꽃잎을 드러낸 이름모를 들꽃들을 벗삼아 아이와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여유 부리기 좋은 때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고성군 대가면 유흥리 무량산에 자리를 잡은 충효테마파크. 약 200년 전 이 마을에 살았던 효자 이평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이평과 호랑이가 같이 쌓은 묘성

대가면 사무소를 지나 10리 벚꽃길로 유명한 유흥∼갈천간 도로를 타고 2km 정도 구불구불 달리면 도로 왼쪽에 충효테마파크가 있다. 입구에는 10대 정도 주차가가능한 주차장과 몸을 잠시쉴 수 있는 전망 좋은 육각정이 자리를 잡고 있다.

테마파크라고 해서 공원을 생각한다면 오산. 잘 만들어진 무량산 등산길, 경사가 급하지 않은 순하디 순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충·효·예 등에 대해 쓰인 12개의 안내판이 길과 함께 안내를 하고 있다. 이 정도 산행이라면 아이와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발 아래로 전해오는 폭신폭신한 흙을 느릿느릿 걸음으로 느껴본다. 등산길 양옆으로 소나무가 끝간데 없이 솟아있고 솔방울과 들꽃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니 향긋한 솔향이 느껴지는 것 같다.

충효테마파크 입구에서 500여m를 걸어가면 왼쪽으로 아름드리 돌을 축조해 만든 50평 남짓의 이평 선생 모친 묘성과 시묘살이 할 때 거처를 재현해 놓은 여막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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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막을 기웃거리는 아이./최규정 기자

“옛날 옛날에 이평 선생이란 사람이 살았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지극정성으로 시묘살이를 했대. 시묘살이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자식이 탈상을 할 때까지 3년 동안 묘소 근처에 움집을 짓고 산소를 돌보고 공양을 드리는 일이야. 효심에 감복한 호랑이가 이를 도와 묘역의 돌로 담을 쌓는 것을 도왔대. 그런데 어느날 이평 선생이 호랑이가 깊은 함정에 빠지는 꿈을 꾸었는데 효자가 호랑이를 구했대. 이곳이 바로 그곳이란다.”

호랑이란 말에 아이가 귀을 쫑긋한다. 처음 보는 짚으로 만든 여막을 기웃기웃하느라, 풀밭에 모습을 드러낸 청개구리를 쫓아가느라 아이 혼자 지치지 않는다. 삼년간 시묘살이 중 호랑이와 함께 쌓아올린 묘성은 지금도 무량산 기슭에 그대로 남아 있고, 그때의 시묘 터 3.3m² 가량에는 현재까지도 잔디가 나지 않아 신비감을 자아낸단다. 이평 선생 시묘살이 현장을 따라 좀 더 욕심을 부려 산에 오르면 경남 지정 문화재인 천왕점 봉수대도 볼 수 있으며, 충효테마파크가 위치한 삼계마을은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돼 허수아비 만들기, 소먹이주기 등 계절별 다양한 체험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무량산은 낙남정맥 고성 최고봉 코바위·해삼바위 전설따라 걷는 재미

무량산은 고성읍 북서쪽에 있으면서 대가면의 중심을 이루는 산으로 양화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는 형세다.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낙남정맥의 산 중 고성지역 최고봉이다.

고성의 진산이며 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형상으로서 멀리서 보면 이름 그대로 헤아릴 수 없는 은은한 산세를 지녔고 남릉에 봉화대가 있다. ‘헤아릴 수 없다’는 뜻의 산이름도 아마 쉽게 정상을 가늠할 수 없는 데서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무량산은 낙남정맥의 숲길에 속하여 종주객들이 있는 편이다. 산마루에 높이 10m, 넓이 16m²되는 큰 바위가 있는데 이를 ‘코바위’라 하며 마을 서북쪽 진성골 산비탈에 날카롭게 서있는 높이 30m가 넘는 웅장하고 기이한 바위는 ‘해삼 바위’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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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길을 올라가는 아이./최규정 기자

이 바위들에 얽힌 전설도 있다. 먼 옛날 천지개벽을 할 때 해일이 일어나 삼라만상이 물에 잠기었을적에 코바위는 끝이 상투코만큼 남았고, 해삼 바위는 해일이 끝나 물이 빠진 뒤 바위에 해삼이 붙어 있었다고 하여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 순환코스 : 충효테마파크주차장 → 봉화산(봉수대) → 무량산 정 상 → 큰 재 → 충효테마파크주차장(거리 6km, 소요시간: 3시간)
△종주코스:갈마곡 → 봉화산 → 무량산 정산 → 화리재(거리
4.5km, 소요시간: 2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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