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만 매립, 20년 간의 기록] (14) 매립면적 축소 확정, 박완수의 변화?

박완수 전 창원시장의 해양신도시 입장변화와 관련한 증언이 있었다.

"2010년 9월인가 10월인가 해양신도시 조정위 단계에서 박완수 시장에게 별도 쪽지를 전했어요. 요지는 이랬죠. 통합은 결국 세 도시 간의 중복투자를 막자는 것 아니냐. 항만시설이 그렇다. 진해와 마산의 기존 시설만 해도 충분하다. 그러니 가포신항 매립지 용도를 변경하는 게 어떤가. 평당 200만 원 정도의 매립비용은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 더구나 국가산단이 되면 시의 부담은 아예 없다. 처음에는 박 시장이 '괜찮은데요' 했어요. 그런데 그 뒤에 국토해양부와 몇 차례 접촉을 하고는 박 시장의 태도가 싹 바뀌었어요. 아예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더라고. 그런 점에서 그가 만들었던 조정위 활동의 실패는 예견돼 있었죠."

증언자는 허정도 해양신도시 조정위원장이다. 그는 조정위 추천 세 안 중에서 '가포신항 용도변경, 해양신도시 취소'라는 3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사실상 조정위 활동의 실패로 보았다. 실패의 근거는 국토해양부와 창원시의 2011년 3월 해양신도시 매립축소 결정이다. 박완수 전 시장이 이 지적에 답했다.

◇63만㎡ 매립 확정

2011년 3월 23일 마산해양신도시 개발계획이 확정됐다. 마산만 입구 항로준설 깊이 13m를 12.5m로 조정하고, 서항부두 앞 바다 매립규모를 112만㎡(34만 평)에서 63만㎡(19만 평)로 축소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박완수 시장이 국토해양부 결정공문을 전달받았다고 23일 밝히면서 확인됐다. 2007년 2월 당시 마산시와 마산해양신도시(주) 간의 실시협약 체결 이후 줄곧 논란을 벌여온 해양신도시 개발 계획이 정리된 것이다. 박 시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국토부가 계획을 확정함에 따라 이제 논의는 종결하고, 추진 과정이 남았다. 매립지 19만 평은 창원시가 개발하고, 매립 후 서항부두나 마산항 1부두 등 기존 부두는 정부 주도로 친수공간으로 개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매립지의 형태나 용도에 대해서는 "매립 형태나 토지이용 계획은 창원시가 올 연말까지 충분히 검토해 결정할 것이다. 주거나 상업용도보다는 테마파크나 마리나처럼 고용 창출과 시민 휴식공간을 겸하거나 공익적 용도를 지향할 계획이다. 다만, 당초 계획보다 줄어든 매립 면적에 따라 발생하는 민간 참여업체의 손실 비용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주거나 상업 용도 등 이윤을 목적으로 한 토지 이용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가포신항 공사 기간은 내년 말까지 연장하고, 올 12월부터 내년 6월까지 서항부두 앞 투기장 조성을 끝낸다는 계획도 밝혔다.

가포신항의 용도 변경에 대해 박 시장은 "국토해양부가 결정할 내용이다. 컨테이너 부두가 안 되면 잡화 부두 형태가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도 "본래 목적대로 컨테이너 부두 2선석과 잡화 부두 2선석, 관리 부두 1선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위원회의 3안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산상공회의소 등 지역 경제계에서는 "통합 창원시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지지했다.

반면 창원물생명시민연대는 다음날 기자회견으로 논란을 재점화했다. 마산항 개발사업의 목적 자체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마산항에 3만t급 컨테이너선이 입항할 수 있는 부두 5개를 만든다는 계획으로 인해 항로를 파내야 한다고 했고, 거기서 생기는 준설토 투기장으로 서항부두 앞 바다를 매립할 수밖에 없다는 목적 자체가 이미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 당시 마산항도선사협회 김정오 회장의 말은 생생했다.

"3만t급 컨테이너선요? 글쎄요, 지금까지는 그만한 컨테이너선이 마산항에 들어온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가능성을 높게 볼 수는 없겠죠. 지금 마산항을 이용하는 선사들도 부산신항으로 옮기려는 마당이니까. 컨테이너는 빨리 싣고, 빨리 내리고 시간 싸움을 해야 하거든요."

마산만 매립이 가져올 환경적 측면의 폐해 또한 다시 언급됐다. "2003년 태풍 매미 피해 시뮬레이션을 통해 매미로 인한 침수선이 역대 마산만의 매립선과 일치한다고 확인했다. 18명의 희생자 대부분이 침수지역에서 발생했다. 마산만이 좁아질수록 마치 세숫대야 속의 물처럼 외부의 충격에 더 심하게 흔들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는 창원물생명시민연대 측 주장이 다시 나왔다.

매립지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도 다시 논란이 됐다. 준설·매립 공사에 따른 경비를 매립지 토지 이용으로 보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완수 시장은 "최대한 공익적 용도의 토지 이용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거나 상업지역 개발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민간 참여업체의 손실 비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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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만 매립계획 변천사./그래픽 서동진 기자

◇"난 변한 게 없다"

서면인터뷰를 하기로 한 박완수 전 시장에게 몇 가지를 물었다. '1. 조정위 결과 세가지 안이 나왔다. 허정도 위원장은 특히 3안(가포신항 용도변경)을 추천했고, 그때 시장님이 긍정적이었다는데 사실은 뭔가? 2. 결국 2011년 3월에 해양신도시 매립 축소 결정이 된다. 시장님 심중과 같은 것이었나? 처음 밝혔던 재검토 입장에서 한발 후퇴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3.현재 가포신항은 개장이 불투명하다. 앞으로 물동량 전망도 어둡다. 지금 이 시점에서 견해는 무엇인가?'

박 전 시장은 지난 20일 일괄 답변을 했다. 앞 부분에는 통합시장 취임 당시 자신의 입장이 '가포신항 및 해양신도시사업 재검토'였다는 점이 나온다.

'통합시장이 된 후 마산지역의 가장 큰 현안은 해양신도시 문제였다. (중략)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은 아직도 주위에서 이해를 못하고 있는 부분이 두 가지 사업이 연결되어 있지만 가포신항 건설과 항로준설 문제는 정부의 업무이고 해양신도시 건설은 과거 마산시가 제안한 도시 개발사업으로 되어 주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통합시장 선거과정에서 당초 마산시의 안이 규모나 용도 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것을 제기하였고 재검토 입장을 밝힌바 있다.'

다음으로 취임 이후 사업재검토 맥락에서 정부에 요구한 점과 결과가 언급됐다.

'취임 이후 시민단체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정부에 문제제기를 했던 것이 첫째는 신항만 건설이 수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적절치 않기 때문에 가포 신항 건설 자체를 재검토해달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당시 국토부에서는 이미 많은 사업이 국가사업으로 진행되었고 많은 국가예산이 투자된 상태에서 되돌리기에는 이미 시간적으로 많이 지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두 번째는 그렇다면 준설토 양을 줄여서 매립 면적을 최소화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몇 달 동안 중앙정부 관련기관과의 협상과 노력 끝에 준설수심을 줄이는 방법으로 매립면적을 당초 112만㎡(34만 평)에서 63만㎡(19만 평)로 최소화시켰다. 세 번째는 왜 국가항만 건설을 위해 준설하는 준설토 매립장을 지자체인 창원시가 공사비를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가? 정부가 책임을 지고 국가 예산으로 투자해달라는 요구였다. 이 요구에 대하여 정부는 과거 마산시와의 합의 내용이 해양신도시 건설은 마산시가 도시개발사업으로 매립하여 상가 주거용지로 개발하기로 제안한 것이기 때문에 국토부가 지자체의 도시개발사업에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이었다. 나는 수천 억이 소요되는 해양신도시를 당초 마산시 안대로 아파트·상가로 개발하면 공사비가 회수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기존 마산 도심 발전과 상충되는 것이기 때문에 용도를 기존 도심과 상충되는 주거나 상가가 아니고 장기적으로 마산 발전에 동인이 될 수 있는 용도로 바꾸어야 하고, 그러면 많은 공사비를 시 예산으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끈질기게 국비지원을 요청했지만 국토부의 입장은 완강했다.'

답변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자신이 추진한 정책과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현 정부 출범 후 해양수산부가 국토부로부터 독립된 이후 나는 해수부 장관과 차관을 만나 해양신도시가 당초 마산시의 도시개발사업이라고 하나 그 원인은 정부의 항만 건설로부터 기인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자체에 모든 공사비를 부담케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면을 재차 주장하였고 그 결과 국비를 공사비의 절반 정도는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긍정적 답변을 해양수산부장관으로부터 얻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 지역 정치인들이 해양신도시 공사비를 해양수산부로부터 지원받아서 해양신도시를 기존 도심 발전과 상충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마산발전에 동인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하는 것이 과제다. 가포 신항의 용도를 바꾸는 문제는 해양신도시 개발과는 별개의 문제이며 중앙정부의 몫이다. 나는 마산만이 매립되는 것을 막기 위해 또 차선의 방법으로 매립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그리고 매립된 땅이 기존도심발전과 상충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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