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맛읽기] 〈마스터셰프 코리아 3〉 곱씹기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전과 도전자들의 열정, 요리로 꿈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의 진정성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기존 음식 프로그램과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26일 올리브TV <마스터셰프 코리아> 제작진이 <경남도민일보>의 질문에 답한 프로그램 소개문이다.

CJ E&M이 운영하는 올리브TV는 '맛있는 TV'를 콘셉트로 <올리브쇼>, <테이스티로드>, <이지 레시피> 등을 선보여 왔다.

<마스터셰프 코리아>는 단순한 음식 소개를 넘어 서바이벌 시스템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고 시즌3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이 프로그램은 자사 제품 홍보·광고에 집착한 나머지 음식문화를 왜곡하고 요리사가 갖는 위상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간접 광고를 넘어 CJ제일제당 제품을 활용한 요리 대결로 비판을 받은 〈마스터셰프 코리아 3〉 장면들.파스타 소스, 샐러드 드레싱, 키친타월 등 CJ를 비롯한 협찬사들의 제품이 보인다. /〈마스터셰프 코리아 3〉캡처

<마스타셰프 코리아 3>가 남긴 것은 백설 '크림파스타 소스', 백설 '영양균형 핫케익믹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즌 1, 2 방영 중에는 창의적인 요리를 펼치는 도전자에 주로 주목했다.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에도 도전자의 성장 과정을 응원하고, 그의 레시피를 공유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시즌 3은 간접 광고 수준을 넘어 CJ제일제당 제품을 홍보하는 요리 대결 구도가 전면화되고 있다.

지난 5월 24일 방영된 3회에서는 탈락미션 재료로 CJ제일제당 '국산 콩두부'를 제시했다. 도전자들은 두부 요리가 아닌 'CJ제일제당 두부'로 만든 요리를 선보여야 했다.

6월 14일 6회 방영분에서는 미스터리 박스를 여는 순간 CJ제일제당 백설 영양균형 핫케익믹스가 떡하니 나왔다. 대결 주제는 '창의적인 핫케익 브런치 만들기'였다.

간접 광고를 넘어 CJ제일제당 제품을 활용한 요리 대결로 비판을 받은 〈마스터셰프 코리아 3〉 장면들.파스타 소스, 샐러드 드레싱, 키친타월 등 CJ를 비롯한 협찬사들의 제품이 보인다. /〈마스터셰프 코리아 3〉캡처

창의적인 브런치 만들기가 아니라 반드시 CJ제일제당 핫케익믹스를 활용해야 하는 미션이었다. 결과적으로 대결 구도는 핫케이크에 어울리는 소스와 토핑 만들기로 전락했다.

7월 12일 10회 방송은 최고의 요리사를 뽑는 탑7을 결정짓는 날이었다. 탈락 미션은 '싱글족들을 위한 크림소스를 활용한 30분 요리'였다.

도전자들은 저마다 개성을 지닌 크림소스를 만들었을까? 물론 아니다. 완제품 백설 크림파스타 소스를 활용한 미션이었다.

'최고의 요리사'들은 마치 백설 크림파스타 소스 홍보 대사처럼 소스를 활용해 크림 연어 스테이크, 크림 샌드위치 등의 요리를 선보였다.

공교롭게도 방송 3일 전인 지난 7월 9일 CJ제일제당은 백설 파스타 소스로 시장을 장악하겠다고 선언했다.

간접 광고를 넘어 CJ제일제당 제품을 활용한 요리 대결로 비판을 받은 〈마스터셰프 코리아 3〉 장면들.파스타 소스, 샐러드 드레싱, 키친타월 등 CJ를 비롯한 협찬사들의 제품이 보인다. /〈마스터셰프 코리아 3〉캡처

이에 맞춰 언론들은 "CJ제일제당, 500억 원대 규모 파스타 소스 시장 공략", "파스타 소스 전쟁 오뚜기, 샌드위치 신세?"라는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CJ제일제당은 <마스터셰프 코리아> 방송 직후 포털사이트(네이버) 블로거들을 활용한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송 3일 뒤인 지난 7월 15일경에는 네이버 블로그에 '허지웅이 반한 크림소스로 혼자 요리 만들기' 콘셉트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방송 화면 캡처와 크림 소스 확대 사진이 빠지지 않는다.

블로그에는 "위 제품을 홍보하면서 CJ제일제당으로부터 수수료 및 무료로 제품을 제공받았습니다"라는 문구가 달려 있다.

CJ제일제당은 백설 파스타 소스로 미션 1등을 거머쥔 도전자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CJ제일제당은 '마스터셰프 코리아 3와 함께한 쿠킹클래스 참가자 모집'에 나섰다. 간장 크림소스 연어 스테이크를 만든 도전자 정유석을 강사로 초빙해 CJONE 페이스북 회원을 대상으로 요리를 가르쳤다.

PPL(Product PLacement) 광고란 말이 있다.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영화, 드라마 등에 자사의 특정 제품을 등장시켜 홍보하는 것을 일컫는다.

<마스터셰프 코리아3> 제작진 측은 시즌 1, 2에 비해 PPL 광고가 지나치게 많아졌다는 <경남도민일보>의 지적에 대해 "마스터셰프 코리아 또한 간접 광고가 포함되어 있는 프로그램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기준에 맞춰 제작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백설 크림파스타, 핫케익 믹스 등 완제품을 대결 재료로 사용한 문제에 대해서는 "가정에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활용하여 본인만의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 또한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법한 소재라고 생각하여 미션으로 접근하게 되었다. 시청자들도 요리라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고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와 도전자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물론 기업도 먹고살아야 한다. 하지만 "요리로 꿈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의 진정성"을 식품 대기업이 공장에서 찍어낸 파스타 소스, 핫케익 믹스와 엿 바꿔먹는 현실은 올바른 음식문화를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다소 참담하다. <마스터셰프 코리아>에 나오는 심사위원과 도전자들 생각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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