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사라진 천진용 씨는 어디에] (3) 은색 스포티지R 행방찾기 집중

천진용 씨의 이웃이자 회사 동료인 ㄱ 씨는 천 씨와 9년 전 만났다. 당시 천 씨는 지금보다 몸도 건강해서 함께 술도 자주 마셨다고 한다. 하지만 근래 부쩍 건강이 안 좋아진 것처럼 보였다고 ㄱ 씨는 기억한다. 때문에 가끔 천 씨를 마주치면 "형님, 살이 왜 그렇게 빠졌소?"라고 묻곤 했다.

172㎝에 60kg 정도의 천 씨는 누가 보더라도 마른 사람이었다. 때문에 갑자기 천 씨의 몸이 왜소해졌다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회사에서 만난 한 동료는 2~3년 전부터 부쩍 사람들이 천 씨에게 살 빠졌다는 말을 한 것 같다고 기억했다. 예전만큼 건강한 모습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특히 지난해엔 회사에서 넘어져 갈비뼈에 금이 간 일이 있다. 이래저래 그에겐 신체적으로 힘든 시기였던 것만은 확실하다.

경찰은 우선 이를 주목했다. 하지만 천 씨의 진료 기록이나 건강검진상 특이점은 없었다. 간에 문제가 있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경찰은 오히려 천 씨의 마음을 걱정했다. 주야 근무를 반복하는 근무 형태로 불면증에 시달린 천 씨는 이로 인한 약간의 우울증을 겪었을 것으로 경찰은 추측하고 있다.

회사 업무에 대한 부담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부서에서 한 명이 산업재해로 빠지면서 팀원들이 조금씩 일을 나눠 갖게 된 것. 천 씨가 실종 전일과 당일에 연장근무를 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회사 '대보수기간'이 10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대보수기간은 타 부서엔 휴가기간이지만 천 씨가 속한 공무팀엔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이 시기에 시설보수를 집중적으로 해야 1년간 무리 없이 회사가 돌아간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천 씨에겐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조건이다.

현재 가족과 경찰이 찾고 있는 것은 천 씨의 은색 스포티지R 자동차다. 헬기 수색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종 당시엔 강우량이 적어 만약 저수지에 빠졌다면 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차량의 사고신고도 접수된 것이 없다. 말 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진 것이다.

가족들은 퇴근길 납치 등의 범죄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지만, 당일 함안지역 일몰시각은 오후 7시 36분이었다. 천 씨가 회사를 나간 시간이 오후 8시경이었으니 범죄가 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천 씨의 퇴근길을 따라가 봤어도 범죄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천 씨의 자동차가 마지막으로 찍힌 함안장례식장 인근 CCVT에서 가야읍까진 멀지도 않았고, 이후 내서까지 가는 도로는 차량 통행량이 많아 사고나 범죄가 일어났다면 쉽게 눈에 띄었을 조건이다.

그래서 가족들은 천 씨가 반드시 살아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고 있다. 애틋한 아들, 착한 오빠, 든든한 가장이었던 천진용 씨가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마을회관 앞 정자나무 옆에 차를 대고, 처마 밑에 참깨를 말리고 있는 대문 없는 고향집으로 무심히 들어오기만을 어머니는 기다리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추석선물로 말이다. <끝>

※천진용 씨를 목격하신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연락처 : 112나 함안경찰서 055-589-8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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