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방재시스템, 1일 강우량 기준…시간당 50㎜ 넘으면 기능 상실

창원시 재난 방재 기능이 집중호우로 한계를 드러냈다. 문제는 25일 '온종일' 내린 비가 아니라 '시간당' 퍼부은 비였다. 집중호우에 대비한 방재 기능 기준이 강우량이 아니라 시우량(時雨量)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이날 창원시 평균 강우량은 203.5㎜를 기록했다. 마산합포구가 244.1㎜로 가장 많은 비가 내렸고, 성산구(221.4㎜), 마산회원구(219㎜), 의창구(177.8㎜), 진해구(155.4㎜) 순이다. 이날 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기록으로 시간당 평균 13.5㎜ 정도 내린 셈이다. 호우경보는 12시간 기준으로 시간당 평균 12.5㎜ 강우량을 기록할 때 발동한다. 평균 강우량만 보면 호우경보 수준을 1㎜ 정도 웃돈 셈이다.

하지만 창원시는 이날 곳곳에서 산사태, 침수 등이 발생하며 도로와 배수 시설이 기능을 잃었다. 원인은 시간당 최대 100㎜ 넘게 쏟아진 집중호우였다. 즉 평균 강우량이 아니라 시우량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이날 창원시 최대 평균 시우량은 오후 1∼2시에 기록한 52.1㎜였다. 특히 관내 최대 시우량을 기록한 마산합포구 진동면은 낮 12시∼오후 1시 106㎜나 되는 비가 퍼부었다. 관내 도로·배수 기능이 역할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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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민이 마산합포구 월영동 화인아파트 앞에서 황톳물을 건너 버스를 어렵게 타고 있다./김구연 기자

창원시 관계자는 "시간당 강우량이 50㎜ 넘으면 사실상 도로·배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집중호우에 대비한 방재 기능 기준이 강우량이라는 것이다. 도시 방재 기능은 일반적으로 10년 또는 30년 빈도로 나타나는 재해 수준을 최대치로 보고 설계한다. 즉 배수 시설을 설계한다면 참고 자료는 지난 10년 또는 30년에 한 번꼴로 가장 많은 비가 왔을 때가 되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시간당 강우량 변수를 반영할 수 없다.

이날 폭우 현황만 보더라도 평균 강우량은 203.5㎜(시간당 13.5㎜)로 방재 기능에 지장을 주는 수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창원시 안에서만 평균 시우량이 최대 두 배 넘게 차이가 나면서 해당 지역은 막대한 피해를 피할 수 없었다. 결국, 방재 기능 설비 기준을 지역마다 다른 시우량으로 삼아야 평균 강우량 수치가 반영하지 않는 재난 수준까지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아직은 방재 기능 설비 기준이 연 단위 재해 발생 빈도 수를 고려하게 돼 있다"며 "시우량 기준을 반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당장 의견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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