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진주 '골목길아트페스티발'배길효 예술감독 인터뷰

진주남강유등축제와 개천예술제. 이 둘은 진주를 대표하는 축제입니다. 규모도 크고 구경꾼도 많지요. 이와는 달리 소박하게, 그러나 꾸준히 열리는 축제가 진주에 또 있습니다. 바로 '골목길아트페스티발'입니다. 올해로 7회째인 이 행사는 앞서 두 축제와 비교해 보다 생활에 가깝고, 보다 일상에 가깝습니다. 올해는 25일에서 30일까지 진주시 중안동 진주우체국과 진주교육지원청 사이 거리에서 진행됩니다. 축제 전체를 총괄하는 배길효(43) 예술감독을 만나 '골목길아트페스티발'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올해 주제는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배길효 예술감독이 말하는 기원은 이렇다.

"술자리에서 재미로 나온 이야기가 현실이 된 거죠. 왜 사람들 모이면 이런 거 해보면 재밌겠다, 뭐 이런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친한 사람들이 모여 그런 이야기를 한 거죠. 큰 축제 말고, 그냥 예술가들이 모여 자기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하는, 그런 거 해보면 재밌겠다 그랬죠. 그런데 마침 진주 삼광문화연구재단에서 기획안 공모를 했어요. 급하게 기획안을 짰죠. 그게 뽑혀서 1회 행사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것이 지난 2008년이었다. 1회 때는 참여하는 사람도 사실 몇 명 없었다. 이렇게 3년을 삼광문화연구재단 지원으로 행사를 꾸렸다. 그러다 보니 규모가 점차 커졌다.

▲ 제7회 진주 '골목길아트페스티발' 배길효 예술감독./사진 신가람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았어요. 참여하는 사람도 늘고 행사도 다양해졌죠. 사람이 늘어서 '골목길 사람들'이란 조직을 만들었어요. 오로지 행사만을 준비하는 모임이죠. 골목길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다양했거든요. 예총, 민예총, 큰 단체, 작은 단체, 개인 예술가, 문화 애호가 등등 이런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울타리가 생긴 거죠. 지금은 이사회에서 축제와 관련한 이견을 조율하고, 예술감독을 선임해요. 안정적인 체계를 갖춘 거죠."

그런데 왜 골목길일까?

"처음에 기획안을 쓸 때 대안문화운동을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진주는 유등축제, 개천예술제 같은 대형 행사가 있잖아요? 겉으로 보기엔 문화적으로 굉장히 풍부해 보이죠. 그런데 가만 보면 이들 큰 축제에만 지원이 집중돼요. 오히려 다양한 다른 문화 활동이 빛을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또 삼광문화재단 공모 때 의제가 구(舊) 도심이기도 했죠. 그래서 골목길을 주제로 잡았어요. 골목길을 해석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실제 골목길을 말하는 건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그 관계나 방식을 골목길로 볼 것인가 같은 것들이죠. 해서 지금은 실제 골목길이 아닌 후자에 가깝게 해석합니다."

배길효 예술감독은 올해 주제를 '本다'로 정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지금 현재를 돌아보자는 의미를 담았단다.

"삼광문화재단 지원은 3회로 끝났습니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했죠. 그런 중에 경상남도 기획지원사업에 응모를 했어요. 1등으로 당선됐죠. 그렇게 도 지원으로 지난해까지 행사를 치렀어요. 그런데 기획지원사업이란 게 마냥 지원하는 게 아니에요. 자생력이 생길 때까지 3년 동안만 지원하는 거죠. 그래서 사실 지난해로 지원이 끝난 거죠."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올해 또한 경상남도에서 예산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와중에 든 생각이 출발점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거예요. 맨 처음 우리가 이 축제를 만들 때 마음으로 가자. 그래서 본다, 이제는 우리를 한 번 돌아보자란 뜻이 있고요. 또 그동안 함께 행사를 꾸려온 사람들끼리 서로 이해하는 과정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도 서로 돌아보자, 이런 뜻도 있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든 생각이 소통이었다.

"보통 무대가 있고 객석이 있으면 예술가는 행위자가 되고 관객은 그저 객석에 앉은 구경꾼이 되고 말아요. 이번에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자리를 만드는 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기획안을 각 단위 팀들이 알아서 짜라고 맡겼어요. 위험한 실험이죠. 각 팀에는 기획 전문가가 없거든요."

배길효 예술감독은 올해 행사를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예술감독을 맡았을 때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는 욕망이 활화산처럼 타올랐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저도 사실은 골목길을 잘 몰랐던 거 같아요. 다시 돌아보니 골목길은 많은 사람이 수평으로 연결되어 한판 신나게 노는 거거든요. 그래서 축제 준비 방식을 조금 바꿔 본 거죠. 개인적인 목표는 '골목길아트페스티발'에 전환점을 하나 찍자는 거고, 축제를 준비하는 데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 거죠."

마지막으로 그는 모판 이야기를 했다.

"저는 이번 '골목길아트페스티발'이 깔끔한 축제가 아니라 좀 어수선하더라도 예술가 시민 모두 즐기는 자리가 됐으면 해요. 이렇게 즐기면서 얻은 에너지를 내년에 각자의 자리에서 풀어놓는 거죠. 예를 들어 저는 이번 행사를 모판 예술제라고 부르고 싶어요. 모를 모판에서 키워 논에 옮겨 심잖아요? 우리가 다 자란 벼를 수확하는 게 아니라 이 축제를 통해 생긴 모둠이나 관계들이 기초가 되어 또 다른 행사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 이것을 모를 이앙한다고 표현하고 싶은데요. 참가자들이 이번 축제를 통해 자기 해보고 싶은 것을 실험해보고 이를 토대로 내년에 자기 일상에서 본격적으로 풀어냈으면 좋겠어요."

※진주 '골목길아트페스티발' 특별판은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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