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제2회 사천국제재즈워크숍 현장에 가다

음악에 빠진 사람들.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음악으로 세상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지식을 공유한다.

기술보다 가치를 배우는 제2회 사천국제재즈워크숍이 지난 22일 끝났다. 25명의 참가자들과 5명의 강사진은 '모던 크리에이티브 재즈'를 주제로 지난 13일부터 9박 10일 동안 쉼 없이 토론하고 음악으로 소통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LIG문화재단이 주최한 이번 워크숍은 사천시 곤양면에 있는 LIG손해보험 인재니움에서 열렸다.

◇모던 크리에이티브 재즈, 창의를 더하다 = 국내에서 재즈는 여전히 주류 음악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재즈 음악을 직접 하는 사람도 점차 늘고 있다.

한국에서 재즈 열풍이 풀었던 1990년대 이후 재즈 안의 다양한 음악 요소는 전형성을 띠면서 굳어진 경향이 있다.

협업 스터디에서 강사 메리 핼버슨(기타·왼쪽)과 앤드루 시릴(드럼)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LIG문화재단

새로운 재즈에 대한 열망, 그 열망이 모여 기획된 올해 사천국제재즈워크숍의 주제 '모던 크리에이티브 재즈'는 기대와 염려를 한몸에 안은 채 출발했다.

강사진은 바르단 옵세피안(피아노), 랠프 알레시(트럼펫), 메리 핼버슨(기타), 드루 그레스(베이스), 앤드루 시릴(드럼) 5명으로 꾸려졌다. 애초 팀 번(색소폰)을 포함한 6명으로 기획했으나, 개인 사정으로 참가하지 않았다.

김현준 재즈워크숍 기획위원은 "모험이었다. 솔직히 국내에서 재즈를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5명의 강사진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 없다.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장르라는 것을 방증한다. 부당하게 과소 평가되어 온 부분을 드러내고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참가자들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한 것 같아 결과적으로 만족한다"고 밝혔다.

국내 재즈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했다는 점에서 반은 성공한 셈이다. 나머지 절반의 성공은 워크숍을 기폭제로 한 새로운 재즈 세대의 출현이 채울 수 있겠다.

개인 집중레슨 중 강사 바르단 옵세피안(피아노)이 참가자와 함께 연주하고 있다. /LIG문화재단

◇수평적인 교육 시스템 = 지난 5월 서류 접수를 시작해 지난 6월 1, 2차 심사를 거쳐 신청서를 낸 50여 명 중 최종 25명이 선발됐다. 음원을 사전에 제출한 참가자들은 기본 연주가 가능한 이들로, 20명의 대학생과 대학 강사를 포함한 기성 연주자 5명으로 구성됐다.

기성연주자 5명은 5개 조에 각각 배치돼 매니저와 통역 역할도 겸하며 교육에 참가했다. 각 조는 22일 워크숍 마지막 날 공연에서 자작곡을 올릴 팀으로서 각기 다른 5개 악기 연주자로 구성됐다.

워크숍은 드러머 연주자들끼리 모여서 하는 그룹 레슨부터, 1인당 2명의 강사진을 선택해 받는 개인 집중레슨, 조별로 모인 앙상블 클래스 등으로 진행됐다. 협업 스터디를 통해 음악에 대한 탐구와 모던 크리에이티브 재즈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지난 22일 사천국제재즈워크숍 마지막 날 야외공연장에서 강사 랠프 알레시(트럼펫·오른쪽)와 참가자들이 클로징 잼 세션을 선보이고 있다. /박정연 기자

지난해와 달리 새로 추가된 '데일리 잼 세션'은 강의가 끝나고 매일 오후 8시부터 9시 30분까지 열렸다. 참가자들 사이에서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고 '변화'를 주고받는 가장 의미 있는 자리로 평가됐다.

2회째 참가하고 있는 여정민(31·서울 국제예술대 실용음악과 드럼 전공) 씨는 "테크닉(기술)보다 음악의 의미·가치를 배울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을 1회 참가를 통해 알았다. 솔직히 대학에서는 주로 테크닉을 가르친다"며 "올해는 내가 하고 싶은 모던 크리에이티브 재즈를 주제로 한 워크숍이 열린다고 해 너무 기뻤다. 거장들과 수평적인 위치에서 의견을 묻고 교환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앙상블 클래스 모습. /LIG문화재단

재즈 전공자가 아닌 참가자도 눈에 띈다. 레게의 일종인 스카 음악인으로 활동하는 최정경(부산 스카웨이커스 밴드, 색소폰) 씨는 "즉흥 연주가 가능할지 상상도 못했다. 비록 재즈 전공자는 아니지만 화려한 기술보다 음악을 보는 시각을 새로 얻었다는 점에서 주변 친구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며 "참가자 대부분이 서울에서 공부하거나 서울을 활동 무대로 삼고 있어 지속적인 네트워크 형성이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제10회 사천국제재즈워크숍을 그리다 = 지난해 '사천국제재즈워크숍 2013'이 마무리되면서 2회는 기약되지 않았다. 다행히 LIG문화재단이 주최자로 나서 '사천국제재즈워크숍'이 연속성을 갖게 됐다. 3회에 이어 10회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기업이 각종 공연을 단순 후원하는 것을 넘어 기업 내 문화재단을 꾸리고 중장기적인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펼치는 것은 드문 예라 할 수 있겠다.

김현준 기획위원 /박정연 기자

김현준 기획위원은 "당장 성과를 논하기보다 최소 5년 정도 장기 계획을 하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10년 정도 지나면 국내 재즈 신의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차세대 재즈 음악인이 어느 인터뷰에서 "사천국제재즈워크숍이 내 음악적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는 소식을 전해줄 그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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