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캠핑 마니아 한정수 씨

처서가 지났으니 무더위로 우리를 괴롭히던 뜨거운 여름도 보내줄 때가 왔다. 선선한 바람이 살랑 불고 그 바람과 함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도 흠씬 밀려온다. 자연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는 방법. 캠핑의 계절이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막막할 땐 먼저 간 선배의 조언을 듣는 것이 먼저! 캠핑의 고수 한정수(44·창원 성산구 안민동) 씨를 만났다.

-종류도 많고 가격도 천차만별인 캠핑장비 구입 요령은 어떤 게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구입할 물건이 나에게 필요한가다. 초보 분들은 정보가 부족해 매장에서 필요하지 않은 장비를 이것저것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장비 구입에 앞서 동호회나 캠핑을 즐겨하는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은 없을까?

"유명 브랜드 제품을 보면 텐트 하나에 100만 원이 훌쩍 넘고 작은 소품도 10만 원이 넘는다. 인터넷으로 잘 찾아보면 캠핑용품을 공동구매하거나 직접 제작해 판매하는 곳도 많다. 동일한 제품일 때 유명 브랜드 가격의 절반 정도라 초기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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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 아들과 함께한 정수 씨.

-장비 관리방법은?

"화기와 습기를 조심해야 한다. 특히 습기에 노출되면 장비에 녹이 슬고 텐트는 곰팡이가 피는 경우가 많다. 비를 맞거나 젖었을 때는 충분히 말려야 한다. 요즘은 텐트 전문 세탁소도 생겨 곰팡이가 생겼을 땐 그곳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경남의 크고 작은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유용한 정보로 동호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정수 씨. 사실 캠핑 경력이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정수 씨의 캠핑 생활은 작년 2월 우연히 TV를 보다 시작됐다. 캠핑장에서 한 가족이 함께 텐트를 치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모습을 보는데 문득 "내가 아이들과 저런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었나?" 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미안했던 그는 반성과 동시에 행동으로 옮겼다. 무작정 텐트를 구입해 가족과 떠났다. 덕분에 서먹했던 자녀와 관계도 좋아졌다. 아이들은 캠핑을 다녀온 후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기도 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아빠에게 고마워한다고.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 시작한 캠핑은 어느새 정수 씨 삶의 일부가 됐다. 캠핑의 어떤 매력에 빠진 것일까. 그는 캠핑이 사람과 자연을 동화되게 해준다고 했다.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곤충도 보고, 물고기도 잡으며 아스팔트 빌딩 숲에선 해보지 못한 체험을 합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잡한 도심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자연 안에 있으면 해소 되죠."

사람이 좋아 동호회 일을 돕고 있지만 많은 인원이 모이는 만큼 힘든 점도 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탓에 때로는 섭섭함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고 본인이 원하지는 않지만 단체 결정이라 따라야 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그럴 땐 더 잘 준비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그래도 여전히 가족,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추억 쌓기를 멈출 수 없다는 정수 씨. 끝으로 캠핑족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캠핑은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즐기고 마음의 휴식을 갖기 위한 것인데 간혹 지나친 음주나 고성으로 다른 사람들의 휴식을 방해하는 일을 보게 됩니다. 캠핑장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서로를 배려하는 자세로 모두 좋은 추억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동호회 활동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직장동료, 회원, 지인들과 캠핑을 떠나는 경우도 많이 생겼지만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가는 여행이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정수 씨에게 마지막으로 몇 가지 팁을 들어봤다.

-캠핑 장소로 추천하고 싶은 곳은?

"아이들이 있다면 체험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곳이 좋다. 진주 '꾸러기 캠핑장'은 시에서 지정한 체험 학습장으로 퍼포먼스 미술이나 쿠키 만들기 등을 할 수 있다. 휴식을 원한다면 밀양 '서당골 캠핑장'이 좋다. 창원에서 45분 정도 거리에 있으면서도 깊은 산골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더 재미있고 안전하게 즐기는 방법은?

"벌레 때문에 캠핑을 포기하는 분도 많은데 텐트에서 떨어진 곳에 밝은 등을 켜두고 텐트 쪽에는 약한 조명을 사용하면 벌레들이 많이 오지 않는다. 그리고 모기향은 화재 위험이 있으니 퇴치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물놀이 때는 수심이 낮은 곳이라도 계곡의 특성상 중간에 깊은 곳이 있기 때문에 구명조끼 등 안정장비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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