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창원 버스전용차로]택시승강장·상가 밀집지와 겹쳐 구간 곳곳 불법 주·정차 난무

버스 기사 입에서는 한탄이 끊이지 않았다. 단지 창원시 버스전용차로 문제점을 짚고자 취재하려 한다는 말밖에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40대 시내버스 기사는 운전하는 내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인 창원시 버스전용차로제를 큰소리로 꾸짖었다.

"있으나 마나죠 뭐. 7∼8년 전인가 처음 시행한다고 했을 때 기사들이 참 기대를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단속도 잘 이뤄지고 해서 마음 편하게 차로를 이용했죠. 하지만 지금은 뭡니까. 아무런 쓸데가 없어요."

그는 마산시외버스터미널 앞에 다다르니 더욱 흥분했다. "여기 좀 봐요. 죄다 주·정차 차량이잖아요. 버스전용차로제 한다면서 택시승강장을 그대로 두고 선을 그으니 일반 승용차 운전자가 이를 지키겠어요? '택시도 저기 서는데 나라고 못 서' 할 거 아닙니까. 처음부터 한 발짝 앞을 내다보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했어야 하는데… 어휴…."

그는 서울에서도 잠시 버스 운전대를 잡았다고 했다.

"서울은 버스전용차로에서 버스 간 추월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요. 원래 추월이 어려운 구조지만 이도 모자라 실시간 카메라가 추월 버스를 감시한다니까요. 이 내용이 관청에 바로바로 전송되니 정해진 차로를 벗어나 달리기 어렵죠. 근데 창원은 봐요. 기자님은 처음부터 잘못 만들었다는 생각 안 들어요? 단속도 제대로 안 이뤄지니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나 마찬가지 아니에요."

버스전용차로로 달리던 버스가 주·정차한 차들로 인해 전용도로를 벗어나 달리고 있다. /박일호 기자

그는 지금 부산에 산다. "쉬는 날 부산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 보면 버스전용차로에 일반 차량 끼어들기, 주·정차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정도예요. 개인적으로 버스전용차로제에 대한 시민 의식이 창원보다 훨씬 성숙한 것 같아요."

부산시는 더욱 앞서나가고 있다. 연말까지 버스전용차로를 위반하는 차량 단속을 하고자 시내버스 앞에 단속 카메라를 장착하기로 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서울과 광주, 대구 등에서 선택해 운영하고 있다. 먼저 도입한 지방자치단체들은 단속 실효성이 꽤 높아 나름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시민 의식이 잘 갖춰진 데다 더욱 강한 단속이 뒷받침될 테니 부산은 아마 버스전용차로 준수에서 선진 도시가 될 겁니다"라는 그의 말에서 부러움이 묻어났다.

그럼 창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강한 단속이 필요합니다. 버스전용차로제에 대한 홍보가 더 필요한데 특히 시민 의식을 더욱 견고하게 해야 해요.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이 먼저 바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한 단속으로 버스가 제대로 다니는 길을 만들고, 관계기관이 시민들에게 왜 버스전용차로제 준수가 중요한지 철저하게 교육해 주는 등 신경을 쓰면 좋겠습니다."

서민이 다니기에 안전하고 편안한 길은 결국 함께 더불어 사는 시민들 몫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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