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는 창의적 상상력과 자율적 활동의 에너지를 무력화한다. 헌법이 아무리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도 지난 시절 규제 탓에 국내 예술가는 자기 내부로부터 검열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듣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 이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입속에서 중얼거리는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 예술적 욕구 등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할 자유가 있다.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지 않을 때 예술은 경직되고, 경직된 마음이나 자세는 예술의 퇴보로 이어진다. 틈틈이 고백했지만 제한되는 현실에서 자유는 독백일 뿐이다.

우리가 대통령을 희화화할 수 없는 것이 이것을 반증하는 것인가.

광주비엔날레의 20주년 특별전 '달콤한 이슬-1980 그 후'에 출품했던 홍성담 화백의 작품 전시가 유보되면서 책임 큐레이터와 대표까지 사퇴했다. 참여 작가들도 줄줄이 작품을 철수하고 있다.

홍 화백은 여러 매체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닭을 그렸다가 큐레이터와 협의 끝에 허수아비로 그려 넣었는데, 광주시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김기춘 실장을 빼라', '계급장을 떼라' 등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왔다"고 밝혔다.

그림은 시대의 그늘을 풍자한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든 풍자, 해학, 패러디, 비유, 은유를 통한 현실 질서에 대한 비판과 반항이 존재해왔다. 특히 간섭과 제한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서민들 삶이 팍팍하면 팍팍할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문제의 그림에는 큐레이터와 작품 제작에 참여한 작가들이 논의를 거쳐 박근혜 대통령 모습을 허수아비로 형상화하고 5월 시민군이 놀라는 모습을 함께 그려 넣었다.

작품에는 로봇 물고기가 되어 강을 헤엄치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있고, 광주항쟁 당시 시민군으로부터 짓밟히는 전두환 전 대통령도 있다. 그리고 외국에서 국위를 선양한 윤창중 전 대변인과 낙마한 문창극 총리 전 후보자의 얼굴도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이 바로 우리시대의 그늘이지 않는가?

검열에 걸린 그림은 다시 우리에게 묻는다. 누구든 풍자, 해학, 패러디, 비유, 은유의 대상이 되면 안 되는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표현과 창작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자유로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창작물이 어느 개인의 존엄과 명예를 훼손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냥 그림을 그림으로 보아주면 안될까? 사족 달지 말고 그냥 헌법에 적시된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주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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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통령선거 때 홍성담 화백의 박근혜 후보 출산 그림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되었으나 무혐의 처분됐다. 그때 검찰은 "허위 사실을 공표하거나, 사실을 적시해 후보자를 비방한 것이 아니어서 처벌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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