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만 매립, 20년 간의 기록] (12) 통합시 출범, 박완수 재검토 선언

2010년 7월 통합 창원시 출범으로 인해 해양신도시 사업은 기로에 섰다. 1994년 마산항 개발계획 최초 제안 후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다. 이는 박완수 창원시장, 전수식 전 마산부시장 등 통합 창원시장 선거전 주요 후보들 간의 공약에서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박완수 후보는 당초 마산시의 안이 규모나 용도 면에서 적절치 않다며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추진 일변도였던 해양신도시 사업에 대해 재검토·조정 분위기가 감지됐다. 해양신도시사업에 적극적인 황철곤 전 마산시장은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완수 시장에게 패했다.

◇통합시장 후보들의 해양신도시 공약

박완수 전 창원시장은 20일 서면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2010년 통합시장 선거과정에서 나는 당초 마산시의 안이 규모나 용도 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것을 제기하였고, 재검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답변대로 당시 박완수 후보의 공보에는 서항·가포지구 개발이나 마산해양신도시 사업 등의 용어가 아예 없었다. 마산항 개발이나 확충이라는 말도 없었다. 당시 마산항 개발사업이 국가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업이 완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후 방향이나 전망을 제시해주는 공약을 넣었을 법도 했다. 박 후보의 공약 중 가장 근접한 내용은 '마산만 활성화' 정도였다.

그의 마산지역 공약은 '마산 르네상스 마산을 한국의 시드니로'라는 슬로건으로 압축됐다. 세부 내용 중 마산만 관련 부분은 마산만 활성화, 워터프런트 조성·수상교통시스템 도입, 돝섬 랜드마크화 등이었다. 마산만 외의 내용으로 창조적 도시재생과 오동동·창동 상권 부활, 도심 녹지공간 확충 등이 있었다. 슬로건대로 공약의 기조는 재생과 부활이었다. 개발과는 거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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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창원시 통합시장 한나라당 경선에서 맞붙은 황철곤(왼쪽)-박완수 후보./경남도민일보DB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직전까지 마산시 부시장으로 일했던 무소속 전수식 후보 또한 해양신도시 공약을 내세우지 않았다. 야권의 민주노동당 문성현 후보는 마산지역 공약으로 마산 3대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산업성장동력 육성과 문화중심지 마산만, 민주주의 전당 유치 등이었다. 그 역시 마산만을 매립과 개발의 대상이 아닌 문화의 거점으로 여긴 것이다.

박완수 후보의 당선과 통합시 출범. 해양신도시 재검토라는 측면에서 박완수 시장의 행보는 과감했다. 2010년 9월 마산해양신도시 건설사업 추진방향 조정위원회를 발족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였다.

위원들 면면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 위원은 모두 12명(표 참고).

위원 및 참관인 구성과 관련해 경남대 이찬원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해양신도시 추진과정에 대한 백서까지 만들 생각을 했어요. 과정에 참여한 공무원이나 업자들 실명을 다 밝힐 의도였죠. 부도수도 준설 깊이를 줄여서 해양신도시 매립면적을 축소하자니까 이 사람들이 뭐라 그런 줄 아세요? 선박사고 나면 당신이 책임지겠냐고까지 했어요. 완전 협박이죠. 지금도 부도수도 수심은 평균 9.5m예요. 그런데 지금까지 이렇다 할 큰 선박사고가 난 적 있나요? 이 사람들은 조정위 과정에서 사사건건 이런 식으로 새로운 제안에 반대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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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신도시 조정위원회 활동

9월 7일 첫 회의. 허정도 위원장을 선출하고, 창원시 제점식 담당계장과 질의 응답했다. 사업 중단·연기 시 발생하는 손실금 및 구상권 관계, 물동량 수요 여부와 벌크부두 운영 시 국비보조 없이 운영 가능한지, 가포신항 조성 배경 및 부도수도 항로준설 필요성 등을 물었다.

9월 15일 둘째 회의. 마산항 개발 경제적 타당성 안건이 먼저 나왔다. 컨테이너 물동량 상황을 보면 2009년 1만9000TEU로 사업구상 당시 전망치와 10배 이상 적음. 원자재 등 벌크 물동량은 증가 추세. 비컨테이너 4선석으로 용도변경할 경우 예상 화물과 문제점·전망 등의 질의 응답이 있었다. 아이포트 측은 비컨테이너는 운영수익 보장 안 된다, 벌크 화물은 환경문제 유발하는 원자재 운송·적치를 하지 않겠다 등의 답변을 했다.

다음 안건은 아예 준설을 하지 않거나, 준설토 양을 줄일 수 없는지 의견 조율. 부도수도 평균수심이 9.5m라 하지만, 실제 '대형선박 운항지도'에는 10~12m 수준으로 나와 있다. 준설 수심이나 양을 조절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지적이 나왔다.

창원시 귀책으로 준설토 투기장 지연 및 중단 시 협약에 의거 비용부담 및 모든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안건도 나왔다. 창원시 답은 모든 비용부담 및 책임은 창원시가 져야 한다는 것. 국가·지자체·민간사업자 간에 이뤄진 협약인데 왜 지자체에 일방적으로 부담을 안겨주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시민단체 쪽 위원은 준설토 투기장을 조성하지 말자는 것인 반면, 창원시 위원들은 해양신도시 위 용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었다. 투기장 위치를 바꿀 수는 없는가 하는 질문에는 창원시가 "없다"고 답했다.

결국 한 달 뒤 10월 15일 세 가지 조정안이 나왔다.

1안은 준설은 하되 매립하지 않는 방법. 부도수도를 13m 깊이로 준설하되, 준설토 694만㎥는 매립 외 방법(외해 투기)으로 처리하자는 내용. 창원시 부담금액 3435억 원으로 추정됐다. 1-1안으로 준설수심을 12m로 줄여 창원시 부담금액을 2535억 원으로 줄이자는 내용과 1-2안으로 준설을 2~3년 늦추자는 안도 나왔다.

2안은 준설하되 매립면적을 줄이자는 방법. 마산항 내 4·5부두 앞 항로준설을 제외한 준설토만으로 27만 평을 매립해 해양신도시를 건설하는 내용이었다. 가용부지는 테마파크·상업용지·주거용지 등으로 사용하고 고층아파트는 건설하지 않는다는 내용이고, 조정안 중 원안과 가장 유사해 협약변경과 행정절차가 쉽고, 대안 중 가장 저비용이라는 장점이 있었다. 2-1안은 매립면적을 20만 평으로 축소하자는 안, 2-2안은 매립지를 17만 평으로 줄이는 안이었다. 둘 다 준설수심은 그대로로, 창원시 부담금액이 많은 단점이 있었다.

3안은 가포신항 부지 용도 변경 방안. 항만부지 12만 평과 배후부지 23만 평을 공단 등으로 용도변경해 창원시 부담금 5800억 원(아이포트 투입비 2200억, 정부 투입비 2320억, 배후부지 인수비 900억, 해양신도시 협약취소배상금 375억 원)을 최소화하자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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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위 뒤 숨은 이야기

"조정위 활동이 끝나갈 무렵 박완수 시장을 따로 만났습니다. 솔직히 그때 저는 3안을 밀었습니다. 별도의 통계자료까지 첨부해서요. 요지는 '항만 중복투자라는 측면에서 가포신항은 통합시 정신에 맞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산업단지로 용도변경을 하면 매립비를 포함해 평당 200만 원 정도의 투자비는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 더구나 국가산단으로 지정되면 창원시 재정부담은 아예 없어진다'라는 것이었죠. 그때는 박 시장도 '괜찮네요' 하는 반응이었습니다."

2010년 당시 해양신도시 조정위원장으로 일했던 창원물생명시민연대 허정도 공동대표의 고백이다. "괜찮네요"라고 반응했다는 박완수 시장은 그 뒤에 어떤 입장을 취했을까.

해양신도시사업 전면 재검토 맥락에서 또다른 움직임도 있었다. 마산합포구 국회의원이었던 이주영 의원이 마산항 개발과 해양신도시 사업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는 대정부 질의에 나선 것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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