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맛집]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아빠의 꿈'

"우리 빵은 유통기한이 의미가 없습니다."

일일 생산, 일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는 동네빵집, '아빠의 꿈'.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사파성당 앞에 자리한 아빠의 꿈은 작고 아담한 빵집이다.

제과기능장 박은정(34)·제과기능사 이현칠(34) 부부가 운영하는 어린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샘솟는 곳이다.

외관도 빵 맛도 판박이인 '파리~' '뚜레~' 어쩌고 하는 똑같은 이름의 빵집들 말고 전국에서 오직 하나뿐인 동네 빵집 말이다.

아빠의 꿈 이현칠 씨가 빵을 만들고 있다.

열다섯 걸음 정도면 가게 내부를 둘러보기에 충분한 10평 규모의 빵집 안엔 볼거리가 한가득이다.

찬찬히 세어 보니 빵 종류만 무려 43가지다. 하루 딱 8개만 만드는 우유식빵을 비롯해 종류별로 6~8개를 넘지 않도록 굽는다.

오늘 만든 빵을 내일 파는 일은 없다. 신선한 빵을 찾겠다면서 빵 봉지에 적힌 유통기한을 확인할 필요가 없다.

박은정 씨는 "손님들께 당일 드실 양만큼만 사가길 권하고, 오늘 먹지 않을 빵은 냉동 보관하라고 당부한다"며 "냉동고에 넣은 빵은 실온에서 해동한 후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 돌리고 먹도록 설명한다"고 말했다.

마감 시간이 다 돼 빵이 남으면 손님들에게 덤으로 주거나, 갑자기 비가 많이 와 손님이 드물 때는 남은 빵을 푸드뱅크에 기부한다.

아빠의 꿈 내부 모습.

이현칠 씨는 "우리집 식빵은 요즘같이 더운 여름날 실온에 하루 이상 두면 곰팡이가 생긴다. 1주일씩 두고 팔 수가 없다"고 전했다.

화학첨가제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빵은 실온에 오래 두면 곰팡이가 피어야 정상이다. 빵이 오래 가는 시간은 화학첨가제(방부제) 양에 비례한다.

부부는 맛있는 빵을 넘어 '소화가 잘되는 빵'을 만드는 데 사력을 다한다.

아빠의 꿈에서는 천연효모종을 쓴다. 효모종도 소량을 쓰는데 밀가루 1kg당 2g(0.2%)의 효모종을 개량해서 반죽한다.

아빠의 꿈에 진열된 빵.

"대량 생산하는 빵집 같은 경우는 효모를 1kg당 40g(4%) 정도씩 씁니다. 단시간에 발효시키려고 하는 건데 우린 멀리합니다."

소화가 잘되는 빵은 결국 발효 시간을 충분히 길게 잡고 밀가루를 제대로 숙성시켜야 만들 수 있다.

1차 발효, 냉장 숙성, 2차 발효 3단계를 거치는 데 하루 이상 소요된다. 단계별 발효 시간은 영업 비밀이다.

매일 아침 7시에 빵을 굽기 시작해 오전 9시부터 빵이 종류별로 나오기 시작한다. 10시쯤 돼야 다 나온다.

화학첨가제를 쓰지 않은 아빠의 꿈 빵.

우리 밀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 20kg 기준 2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나지만 수입 밀은 쓰지 않는다. 밀가루 외에 빵 종류별로 들어가는 밤·고구마·콩도 국산을 쓴다. 아몬드나 치즈만 미국산을 쓴다.

온전한 빵 맛을 즐기고 싶다면 우유식빵이나 호밀빵을 권한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 익숙하면 아빠의 꿈 식빵이나 호밀빵은 퍼석퍼석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입안을 감돈다.

닭가슴살을 찢을 때처럼 빵 사이사이가 하프 줄같이 이어져 부드럽게 찢어지는 식빵일수록 화학첨가제가 듬뿍 들어간 빵이란 사실을 알고 있으면 된다.

갈색·녹색·노랑 3가지 콩이 들어간 빵 '달콩이'는 크림치즈도 함께 들어 있어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인기다. 황금고구마빵이나 밤식빵은 재료를 아낌없이 더해 식사 대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손님들이 계속 찾아 만들게 됐다는 소시지빵은 남성들에게, 초코빵은 여성들이 즐겨 찾는다.

빵이 전체적으로 덜 부드럽고 덜 달다. 밀가루 음식이지만 먹고 나도 속이 편한 게 좋다.

정성스레 밥을 짓듯이 12년째 빵에 열과 성을 다하는 부부의 실력은 여러 수상 경력도 입증해준다.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박은정(왼쪽)·이현칠 부부.

아내 박은정 씨는 지난 2009년 제과기능장이 됐다. 제과부문 중 과자와 케이크 만들기가 특기다.

지난 2007년에는 서울국제빵과자전 쁘띠가또 부문 최우수상, 여성기술인대회 케이크 부문 은상, 미국 캘리포니아 호두대회 케이크 부문 은상 등을 차지했다. 광주 궁전제과에서 5년, 대전 성심당에서 4년 정도 일하며 실력을 키웠다.

남편 이현칠 씨는 제과기능사로 서울국제빵과자전 유럽빵 부문 금상(2007), 미국 캘리포니아 호두대회 빵 부문 동상(2008), 미국 유제품 대회 빵 부문 금상(2009) 등을 수상했다. 서울 김영모과자점 2년, 대전 성심당에서 4년, 창원 샤바트 1년 등 전국을 찾아다니며 일했다.

두 사람이 가장 오래 머문 대전 성심당은 58년이나 된 오래된 빵집이다. 최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집에서 만든 빵을 먹어 더 유명해졌다.

"손님 중에 대전에 살던 분이셨나봐요. 성심당 빵이랑 비슷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성심당이 우리 밀과 천연효모종을 쓰고 있긴 하죠. 하루 종일 빵 만들고 오후 10시가 돼 마감하면 뉴스 볼 시간도 없어요. 교황이 성심당 빵을 먹었는지도 손님에게 듣고 알았죠."

3살 아들을 둔 이현칠 씨에게 '아빠의 꿈'이 뭐냐고 묻자 "파리바게뜨에 밀리지 않는 동네 빵집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빵 만드는 아버지를 보고 빵을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다. 마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현칠 씨는 부모님이 운영하던 빵집 바로 옆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오면서 가게 문을 닫았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메뉴 및 위치>

◇메뉴 : △밤식빵 4500원 △우유식빵 4000원 △호밀빵 3500원 △황금고구마빵 3500원 △달콩이 3500원 △모카빵 2800원 △초코빵 2000원 △소시지빵 1400원 △소보로빵 1000원.

◇위치 : 창원시 성산구 신사로 107 (사파동).

◇전화 : 055-980-7696.

스크린샷 2014-08-19 오후 11.41.50.png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