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역제도 결함 지도층 부패 만연 상징…병영문화 개선? 병역제도 자체 바꿔야

흔히들 병사들의 군기가 엉망이고 지휘관의 비리와 부패로 지휘 계통이 무너져 오합지졸의 군대를 당나라 군대라 부른다. 중국 통일 제국으로서는 한나라에 이어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당나라 제국의 군대는 왜 이런 치욕스런 오명을 쓰게 되었을까? 바로 군역 제도의 결함과 그에 따른 지휘관의 비리와 지도층의 부패 때문이었다. 당나라는 부병제라는 군역 제도를 채택했는데 이는 백성에게 농사지을 땅을 나누어 주고 그에 따른 의무로 나라에서 부르면 즉시 달려가서 노역과 군역에 동원되고 농한기에는 상비군으로 징집됐다.

그러나 부병제는 우선 입에 단 독배였다. 백성은 땅을 받은 대가로 노역과 병역의 의무는 물론 식량과 피복, 심지어 무기까지도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했기에 나라의 입장에서는 국방비가 거의 들지 않고 고대의 족병(族兵) 개념에서 내 땅과 내 가족을 지켜야 하는 의무감을 나라에 대한 충(忠)으로 이끌어내 강력한 군사력이 될 것이란 기대는 오판이었다. 나라를 지키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침략 전쟁에서는 오합지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라에서 불러 자신이 싸우면서 먹을 양식에 활이야 창이야 칼이야 사서 이고지고 와 보니 저 이역만리 고구려 땅까지 끌고 가서 안시성을 점령하란다. 쌀 낱알을 쪼개 먹어도 가는 동안에 식량은 바닥나고 이미 상거지 꼴인데 무슨 싸움이 되겠나. 이를 보완하려고 능력 있는 지휘관을 기용하고자 인재를 추천하랬더니 면천을 해주거나 출세를 바라는 무리에게 매관매직으로 장군을 세우고 이민족 용병까지 끌어들이는 지경에 이르러 결국 안녹산의 난으로 겉만 번지르르했던 당나라는 쇠락의 길로 들었다.

최근 잇달아 일어나는 병영 사고를 보면서 당나라 군대가 떠오른다. 금쪽같이 귀한 젊은이들이 쏘거나 때려죽이고 맞아 죽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지휘관이란 자들은 제 밥줄 걱정으로 보고는커녕 사고를 숨기기에 급급하고, 무능한 통수권자는 대책을 세우기보다 책임을 전가해서 엄단하는 것이 자신의 소임인 양 착각하고 있다. 이제 대책이랍시고 떠드는 병영 문화 개선보다 병역 제도에 대해 생각해볼 때라고 생각한다. 세계 대부분의 선진 군사 강국들은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따콩총 하나씩 들고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던 전쟁은 무모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모병제는 말 그대로 군인이 되고 싶은 사람이 자원하여 직업군인이 되는 제도이다. 소수정예 전문 인력으로 전투력이 뛰어나므로 유사시 최소의 손실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고 자신이 선택한 직업이기에 징병제에 비해 유대감과 책임감이 높으며 부적응자로 인한 사고가 거의 없다. 반면 전쟁에서 밀리게 되면 그 손실은 매우 크다. 한 명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이 든다.

징병제는 한마디로 족병(族兵) 개념이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법령으로 정한 모든 국민은 군대에 가야 한다. 모병제는 군인 한 사람을 양성하는 데 많은 돈과 시간이 들지만, 징병제는 저렴하다. 육군 소총수 한 명 양성하는 데 기껏해야 한 달 남짓이다. 그러나 짧은 복무 기간과 많은 인원은 모병에 비해 의무감과 연대감이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해군과 공군에 비해 육군이 예산이나 인원 모두 모병제를 하는 나라보다 훨씬 높다. 인원은 흘러넘치지만 대부분 첨단 장비를 취급하는 해군과 공군에서는 비전문 인력이라 자원하지 않는 한 육군에 배치되어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돈다고 제대 날짜만 바라보고 지낸다.

모병제로 전환하려면 엄청난 예산이 들어갈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매년 최소 10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치 않다는 이들은 60만 군대를 30만 정도로 줄이게 되면 인건비가 약 5조 원 정도 절감이 되는데 5조 원으로 병사들의 평균 연봉을 2000만 원으로 늘릴 수 있다고 한다. 또 일각에서는 먼저 전문성을 요구하는 기술·전문병과 위주로 모병제를 시행하고 점차 다른 분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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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병 달고 휴가 나온 아이에게 물었다. "나라가 불러 끌려가 싸우는 게 군인이냐? 아니면 나라를 위해 찾아가 싸우는 게 군인이냐?" 그새 우쑥 자란 미소로 답하는 아들 보기가 부끄럽다. 차라리 주변 강국이 넘보지 못하게 할 겨눔이면 좋으련만 우리네 김씨, 이씨, 박씨들을 겨눈 억지 총질 연습이니…. 아들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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