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학교, 신나는 교육] (11) 경기 부천 부명초등학교 이야기 3

경기도 부천시 도심에 있는 혁신학교 부명초등학교 이야기 세 번째입니다. 지난 이야기에서는 부명초등학교가 혁신학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이 느낀 혼란과 어려움을 알아보고 어떻게 혁신학교 교육 과정을 만들어 갔는지 살펴봤습니다. 부명초등학교가 혁신학교를 추진하면서 또 하나 고민한 것은 학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이 학교 양동준 교사가 쓴 '더디 가도 함께 가자'란 글을 살펴보겠습니다.

"학생에 대한 관점과 학교의 방향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우리는 학생을 어떻게 보는가? 가르칠 대상인가? 배우는 존재인가?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삶의 동반자인가? 학생을 보는 방식에 대해 구성원들이 동의할 때 학생들 간 관계와 학생자치 같은 학생문화도 더 올바른 방향이 잡힐 것이다."

학교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결국 학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로 연결된다. 학생은 관리와 훈육의 대상인가, 혹은 교사와 함께 성장하는 학교 공동체 구성원인가에 따라 교육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부명초등학교도 혁신학교를 운영하는 동안 이런 질문에 맞닥뜨린다.

"혁신학교를 2년 운영하는 과정에서 학교공간에 대한 새로운 물음이 생겼다. 학교가 통제와 관리의 측면을 앞세우면서 존재의 의미가 있게 하는 학생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교실은 교사를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고, 복도는 통행의 기능 이상을 갖지 못하며, 운동장도, 도서실도 그 기능이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쉼터와 배움터의 기능을 동시에 갖지 못한다. 현관은 교가, 교화, 교목으로 아름답게 치장되어 있지만 그 중심에 학생이 있는지 의심이 든다. 현재 조건에서 교실을 어떻게 재구조화하면 좋을까, 복도가 쉼터와 만남의 장소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를 고민한다. 수업을 잘하고, 지원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가 학생들의 삶의 공간 그 자체로도 많은 영향을 갖기 때문이다."

부명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온 작품 읽기 수업을 하고 있다. /부명초등학교

그리고 교사와 학생 관계를 설정하고자 인문학을 도입했다. 인문학을 통해 교사와 학생들이 새롭게 만나게 된 것이다.

"인문학을 매개로 하여 학생과 교사가 만나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자기정체성을 갖도록 하는 것은 창의 지성교육의 중요한 맥락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인류사회의 다양한 지적 전통, 문화적 소양, 경험과 실천을 통한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온 작품을 주제로 교과를 통합적으로 짜고 해 보는 중이다. 이제 첫걸음이기는 하지만 학생의 수업 참여도나 학부모 만족도가 높다. 교사들은 텍스트를 선정하고, 수업을 설계하고, 운영하고, 평가할 때 같이 하면서 집단지성의 힘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있다. 아직은 통합적 안목을 갖고 수업을 짜는 데 어려움도 있다. 하지만 시간을 갖고 보면 우리 학교만의 색깔이 만들어질 것이다."

양 교사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인문학 교육의 핵심은 온 작품 수업이다. 온 작품 수업이란 어떤 텍스트를 부분만 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보는 것을 말한다. 양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온 작품 수업은 교사들끼리 협력해 수업의 흐름을 짜고, 그것을 운영하고, 평가한다. 한 달에 한 번 성찰의 시간을 갖는데 '수업에세이' 형태로 이루어진다. 수업은 전적으로 교사들에게 맡기고 교사가 스스로 자기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자기 성찰 속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집단 속에서 자신의 수업에 대해 공개하고 되돌아보는 과정은 매우 가치 있다. 수업공개도 교사들끼리 공동으로 설계하고, 운영하고, 평가한다. 부담도 없다. 학부모가 수업 참관을 할 때도 교사의 수업 기법을 평가하지 않고, 자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평가하게 하고, 그것을 피드백 받는다."

하지만 생각만큼 학부모 협력이 잘되지 않는다. 평가를 위한 평가를 바라는 부모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명초등학교는 포기하지 않고 온 작품 수업을 계속하고 있다.

참고문헌 〈경남형 혁신학교 리더과정 연수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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