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변경 움직임에 진해지역 반발 확산…민심 수습 방안 주목

안상수 창원시장의 리더십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지역 갈등 현안인 새 야구장 문제다. 안 시장은 지난 18일 진해구 시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새 야구장을 진해에 짓는 것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마산 아니면 NC 구단 연고지 이전 가능성만 남겨둔 셈이다.

안 시장은 취임 초기부터 야구장 문제를 길게 끌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먼저 지난달 두 차례 시민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며 여러 가능성을 타진했다.

균형발전위원회를 서둘러 구성해 쟁점을 풀어갈 복안도 있었다. 하지만, 사정은 만만찮았다. 시민협의회에서는 팽팽한 이견만 확인했고 균형발전위원회 구성은 9월 이후로 미뤄졌다.

균형발전위원회가 야구장 문제를 다룬다면 물리적으로 결정 시기는 한참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야구장 문제는 안 시장 결단에 달린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왔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야구장 문제에 대한 창원시 공식 반응은 "시장이 지역 각계각층과 접촉하며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는 정도였다. '큰 정치인, 큰 행정'을 내세운 안 시장도 지역 쟁점 현안 앞에서는 결단이 버거운 것처럼 보였다.

안상수 창원시장.

물론 여론을 가늠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지난달 15일 시민협의회에서 밝힌 '산·학·연 첨단산업기술단지'(첨단산단) 조성 계획이다.

하지만, 진해지역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림이 분명하지 않은 개발 계획에 기대기에는 야구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배신감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적극적인 산업단지 계획은 곧 흐지부지해졌다. 지난 4~11일 안 시장이 휴가에 들어가면서 야구장 문제는 일단 물밑으로 잠긴 듯했다.

하지만, 휴가를 마친 안 시장은 야구장 위치 선정에 속도를 냈다. 첫 신호는 지난 13일 진해구청에서 열린 '진해발전 현안사업 간담회'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서 창원시는 진해에 새 야구장 건립이 어렵다는 방침을 전하며 진해구민 상실감 해소 방안을 주문했다. 마산종합운동장 터에 새 야구장을 건립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셈이다.

지난 18일 안 시장이 진해구 시의원과 간담회에서 밝힌 결단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진해에 야구장을 짓더라도 NC 구단이 올 가능성이 없으며, 그렇다고 시가 먼저 나서 연고지를 포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안 시장은 일단 결단 시기를 미루지는 않았다. 8월 말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일정을 고려하면 늦지 않게 공식 견해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당연히 예상됐던 진해구민의 반발 여론이다.

일단 진해구 시의원과 시민단체는 실력행사를 예고했다. 진해지역 6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진해발전추진위원회는 20~21일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진해구 시의원 역시 진해 분리 운동을 주도하겠다고 못 박은 상황이다.

안 시장은 지난 18일 진해발전추진위원회와 간담회에서 이미 밝힌 첨단산업단지 조성과 더불어 창원문성대학 캠퍼스 유치 카드까지 내밀었다. 대학과 어느 정도 교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장 문제와 관련해 창원시가 내놓을 카드는 다 나온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남은 것은 갈등을 수습할 안 시장의 정치력이 어떻게 발휘될 것인지에 대한 확인이다. /이승환 기자 hwa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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