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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 없는 반성·고민으로 혁신학교 성장

[즐거운 학교, 신나는 교육] (10) 경기 부천 부명초등학교 이야기 2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4년 08월 19일 화요일

경기도 부천시 도심에 있는 혁신학교 부명초등학교 이야기 두 번째입니다. 지금까지 본 학교들은 학교 살리기를 하면서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거나 개교 때부터 혁신학교로 시작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명초등학교는 일반학교가 혁신학교로 바뀐 경우입니다. 지난 이야기에서는 혁신학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이 느낀 혼란과 어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에는 부명초등학교가 어떻게 혁신학교 교육 과정을 만들어 갔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역시 이 학교 양동준 교사가 쓴 '더디 가도 함께 가자'란 글을 살펴보겠습니다.

"2012년 부명초등학교 우수 사례가 뭡니까, 하는 질문을 종종 받은 적이 있다. 솔직하게 말했다. 보여드릴 것이 없다. 문서로 기록하는 일, 공문으로 남기는 일을 거의 안 했다. 일 처리가 서툴러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안 한 게 아니라 교육과정과 수업에 최대한 힘을 많이 쏟으려고 노력했다."

다른 혁신학교처럼 부명초등학교도 교사들이 수업만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행정 업무를 대폭 줄였다. 그런데 수업에 충실할 분위기만 만든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수업을 잘하려는 것 또한 한계에 부딪혔다. 선생님들이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해서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해 허우적거리기도 했고, 체험학습을 열심히 했지만 아이들은 '공부 안 하고 놀러 간다'는 생각에 깊이가 없다는 평가도 있었고, 아이들을 존중하려고 하니까 아이들이 배움의 태도가 약화하고, 아이들 관계 회복 없이 수업만 잘 해보려는 우리의 부족한 모습이 보였다. (중략) 수업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드러내 놓기가 아직도 부끄럽다. 나름대로 버릴 것은 다 버렸다고 생각하고 수업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학년끼리 모여 주제통합 교육과정을 열심히 짜고 짠 대로 잘 운영해 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건 함정이었다. 스스로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허우적대면서 자신에게 고통의 짐을 지게 했다."

이런 과정에서 앎과 삶이 하나 되는 부명공동체란 교육 지표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느냐는 자책도 있었다.

"수업을 잘해 보려는 욕심에 갇혀 학교의 방향을 놓쳤다. 결과적으로는 이 또한 소중한 성과였다. 왜냐하면 구성원들이 우리 학교의 방향과 지표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뒤 우리 학교 아이들의 학생상도 워크숍 형태의 회의를 통해 '나를 사랑하고, 배움을 즐기고, 더불어 사는 어린이'로 가다듬었다. 뻔한 내용 같지만 우리가 만든 것이라 그런지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해서 나름 성장도 하고 보람도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있었다. 기존 혁신학교 사례를 참고해 따라해 보아도 이건 아니다 싶은 게 많았다. 부명초등학교만의 어떤 것이 필요했다.

"우리만의 그 무엇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게 뭐지? 우리가 내린 결론은 '적고 깊게 가르치자'였다. 그리고 앎과 삶이 하나 되는 행복한 부명공동체란 학교 지표에 걸맞고 나아가 아이들이 질문능력, 관계능력, 기획능력, 더불어 사는 힘을 갖게 해 주자는 뜻에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이 2012년 주제통합 교육과정 운영 중 부분적으로 해왔던 '온 작품 수업'이 대안이라고 결론을 맺었다. 지금 2014년은 인문학적 담론을 바탕으로 한 '온 작품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교사끼리 토론과 합의로 수업 방식을 고민하면서 교사 문화 자체에 대한 반성도 이뤄졌다. 교사 문화야말로 학교가 성장하는 데 핵심이라고 여겨서다.

"다른 사람, 다른 성향, 다른 교육관, 다른 삶의 길을 걸어온 탓에 바라보는 지향점이 달랐다. 어떤 이는 함께 하자고 하고, 어떤 이는 학급의 자율성을 존중해 달라고 하고, 어떤 이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했다. 이 틈을 좁혀보고자 이미 잘 운영되고 있는 혁신학교에 연락해서 도움을 구했다. 책 소개를 해 주었다. 같이 읽고 토론해 보라고 해서 그렇게 해 보았다. 교사들끼리 모여 〈학교를 개선하는 교사〉 책을 읽고 세 번에 걸쳐 토론도 하고, 학년 말에는 평가도 3일간 의미 있게 했다. 지금은 따지고 보면 그때 평가대로 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수업 방식을 바꾸는 데는 학부모들의 생각도 빼놓을 수가 없었다.

"교원들만의 방식으로 갈 수만은 없다. 엄밀히 말하면 학부모의 지지와 협력이 바탕이 되었기에 인문학 수업도 가능했다. 교사 학부모 다모임 방식, 교육과정 평가 학부모 참여, 학부모 자율 활동과 연수의 방향 등에 대해 학부모와 함께할 수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재밌는 것은 '앎'과 '삶'이 하나 되는 행복한 부명공동체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주로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교사들 또한 이 목표의 대상이고, 나아가서는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참고문헌 〈경남형 혁신학교 리더과정 연수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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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