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시의원·현안사업 간담회서 입지변경 '가닥'의사…진해 민심 요동

창원시가 '진해구 옛 육군대학 터에 NC 다이노스 야구단(이하 NC 구단) 새 야구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지역 정치권과 진해지역 시민단체에는 이 같은 내용이 이미 전달됐다. 이에 진해지역 시민단체가 '새 야구장 입지 변경 반대집회'를 예고하는 등 새 야구장을 둘러싼 갈등은 커지고 있다.

18일 창원시의회 진해구 지역 시의원은 안상수 창원시장과 면담을 마친 뒤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면담을 통해 새 야구장 터로 진해구 옛 육군대학은 어렵다는 시 견해를 들었다"며 "시는 '진해구에 새 야구장을 지어도 NC 구단이 안 오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는 새 야구장 갈등 해결 방안이 마산으로 입지를 변경하거나 NC 구단이 창원을 떠나는 방법밖에 없다고 봤다. 이는 사실상 시가 새 야구장 마산 유치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창원시는 지난 13일 진해구청에서 열린 진해발전 현안사업 간담회에서도 참석한 간부 공무원에게 '옛 육군대학 터는 새 야구장 입지로 어렵다'는 입장과 '진해구민의 상실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해구 새 야구장 건립 계획이 백지화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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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창원시가 진해발전추진위원회와 간담회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진해발전추진위원회(위 사진)는 간담회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안상수 창원시장은 취재 기자가 철수한 후에야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로 이동했다. /박일호 기자

창원시는 지난달 열린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늦어도 8월 말까지 새 야구장 입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NC 구단이 새로 제시한 야구장 완공기한(2017년 3월)을 맞추려면 행정절차 등 최소 2년이 소요되므로 어떤 식으로든 이달 안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NC 구단도 '8월 말을 넘기면 큰 결정을 내리겠다'며 창원시를 압박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창원시 결정에 진해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특히 시가 사실상 결론을 내려놓고 시간 끌기·여론몰이로 진해구민을 기만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됐다.

진해지역 시의원은 "창원시는 신뢰성 없는 행동으로 진해구민에게 깊은 실망감과 좌절을 안겨줬다. 그 어떤 변명으로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며 "창원시가 진해 야구장 건립사업을 이행하지 않으면 진해구 분리운동은 물론 책임자 주민소환제, 국민감사 청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진해지역 6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진해발전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역시 창원시 행정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18일 비공개로 진행한 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새 야구장 입지 변경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창원시가 제안한 대안(산·학·연 첨단산업기술단지 유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쏟아냈다.

특히 추진위는 시가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한 점을 꼬집으며 '창원시는 여론몰이를 자제하고 시민에게 모든 결정 사항을 떳떳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추진위는 오는 20~21일 대규모 집회도 예고했다.

추진위는 "창원시청 정문 앞에서 진해구민 1000여 명이 참여하는 입지 변경 반대 집회를 열겠다"며 "시장이 바뀌었다고 행정이 오락가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NC 구단과 새 야구장의 마산 유치를 주장해온 마산야구타운조성 시민운동(이하 운동본부)은 창원시 입장에 대해 비교적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NC 관계자는 "창원시 입장과 주민 여론 등을 지켜보며 내부적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창원시가 8월까지 입지를 결정짓겠다고 밝힌 만큼 기다려보겠다. 단 '현 마산 종합운동장 터에 새 야구장을 지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운동본부 역시 "최종 결정을 기다리겠다. 진해지역을 자극하지도 않겠다"며 "단 연고지 이전만큼은 막겠다"고 했다.

창원시는 지난해 1월 새 야구장 터로 옛 육군대학 터를 결정했다. 그러나 NC 구단 반대와 그린벨트 해제 등 행정절차에 난항을 겪으면서 지난 2월 '입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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