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진주 골목길아트페스티벌이 주목받는 이유

여기 주목받는 축제가 하나 있습니다. 지난 2008년 행사를 처음 여는 사람도 보는 이들도 '소소하게' 시작했던 '진주 골목길아트페스티벌'이 '대안축제'로 전국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진주 골목길아트페스티벌은 진주남강유등축제와 개천예술제 등 굵직한 지역 대표 축제 속에서 지역 예술가와 주민이 만나 한바탕 신나게 노는 '생활축제'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는 25일 일곱 번째로 열리는 진주 골목길아트페스티벌이 도내 문화예술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어떤 것일까요?

◇내가 즐거워야 너도 신난다 = 진주 골목길아트페스티벌은 자발성이 강한 축제다.

우리가 흔히 예술인 단체라고 부르는 예총(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민예총(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과 연관성이 크지 않은 지역 작가들이 지난 2008년 진주 구도심에 모여 판을 벌였다. 하고 싶은 축제를 열자며 예술인 몇 명이 함께 기획해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열린 진주 골목길아트페스티벌 다양한 행사 모습. /골목길사람들

원년 멤버이자 올해 페스티벌을 총괄하고 있는 사진작가 배길효는 "진주유등축제와 개천예술제는 잘 알려졌지만 진주의 다양한 문화 활동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큰 축제에 예산과 행정력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지역민도 관객에 머문다"면서 "우리는 스스로 신나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 문화를 좋아하는 시민이 구경꾼이 아니라 함께하는 축제를 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들만의 리그'로 끝날 수 있었던 골목길아트페스티벌은 해가 갈수록 규모가 커졌다. 홀로 작업하던 예술인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시민들도 참여하고 싶어했다. 아마추어 작가로, 행사 주최 측에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일손을 돕는 형태 등으로 다양했다.

이는 대안문화예술을 지향하는 예술인과 시민들 연대 모임인 '골목길사람들'의 창립(2012년)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골목길아트페스티벌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현 대표는 원년 멤버 고능석 극단 현장 사무국장이다.

말 그대로 계량화되지 않은 에너지들이 모여 열망을 폭발시킨 것이다. '우리 모두'의 축제가 된 것이다.

지난해 8월 열린 진주 골목길아트페스티벌 다양한 행사 모습. /골목길사람들

◇'열정' 넘어 '자신감'으로 = 골목길사람들은 '열정'만이 일곱 번째 페스티벌을 만들지 않았다고 말한다.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숱한 도전과 실패를 겪었다.

판을 벌이려면 토대가 있어야 했다. 무엇보다 예산이다. 골목길사람들은 진주지역 문화예술을 지원해온 삼광문화연구재단의 후원이 없었다면 오늘날도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골목길아트페스티벌 역시 예산을 지원받는 '사업'이다. 2008~2010년 삼광문화연구재단에 이어 2011~2013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지역문화예술 기획지원사업), 2014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시·도기획지원사업)으로부터 예산을 받았다. 단순 행사 지원금이 아니라 콘텐츠를 개발해 자생력을 키우는 기획에 대한 지원금이었다. 배길효 작가의 말이다.

지난해 8월 열린 진주 골목길아트페스티벌 다양한 행사 모습. /골목길사람들

"결론만 보면 매회 예산을 지원받은 셈이다. 하지만 걱정도 컸다. 3년짜리였던 삼광문화재단 지원이 끝나니 막막하더라. 고민 끝에 경남도 기획지원사업에 응모했고 선정됐다. 3년 동안 자생력을 키우라는 의미로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2014년이 됐다. 올해는 예산 문제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없었다. 힘이 생긴 것이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측은 진주골목길아트페스티벌을 대안축제의 대표 본보기라고 꼽았다.

신희재 문화사업부 부장은 "예술가와 시민이 만나 축제를 열고 구도심으로 삭막했던 축제장은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예술인과 골목길-상권을 살리는 대안축제로 자리매김했다고 본다. 그동안 축제에 무관심했던 상인들도 참여하려고 나선다"면서 "진주 골목길아트페스티벌은 전국 샘플이 될 만큼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제주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주시도 예산 지원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은 무심했지만 이제는 진주시 역시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상징적인 축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아트페스티벌 초기에 큰 역할을 한 삼광문화재단 측도 밑거름을 뿌린 것에 만족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골목길사람들은 6년 동안 '지역 예술인+시민 = 골목길아트페스티벌'이라는 하나의 형태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원로 작가의 노하우라는 뼈대 △젊은 작가들이 놀 수 있는 분위기 △문화를 수용할 공간이 부족했던 진주시 환경 △지역민의 열정 등이 뭉쳐 이뤄낸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물론 문제점도 적지 않다. 배길효 작가는 "외부에서 예쁘게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페스티벌을 열 때마다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새로운 작가 발굴 미흡, 전문성 부족, 어수선한 분위기 등 개선할 점이 많다"며 "그래도 예술가가 재밌게 놀아야 시민도 즐겁다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었다고 본다. 예산 없이도 우리끼리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사실 도내 곳곳에서 진행되는 문화 사업의 기본 공식은 비슷하다. '페스티벌'을 통해 구도심을 살리자는 취지, 문화예술인들의 참여, 행정의 지원, 그리고 시민 참여 호소. 하지만 결과물은 같지 않다. 대부분 식상한 프로그램, 텅 빈 행사장 등의 문제로 고전하고 있다.

진주 골목길아트페스티벌의 분위기는 다르다. 그들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7회 진주 골목길아트페스티벌 일정>

◇일시 = 8월 25∼30일
◇장소 = 진주우체국 앞∼진주교육지원청 앞 골목길
◇주제 = 본(本)다. 축제 출범 당시의 목적, 즉 축제의 근본(根本)과 원점을 돌아보고 새롭게 풀어낸다. 예술의 근본, 삶의 근본을 공유한다. 서로를 본다. 예술가와 예술가, 예술가와 시민, 장르와 장르가 서로의 이면을 깊이 바라보고 이해한다.

◇주요 프로그램

△시각예술 '수상하고 야릇한 눈길, 공간에 놀다'

-거리시각예술 프로젝트 '진주의 골목길- 낯익은 혹은 아득히 낯선, 여섯 개의 시선', 25∼30일, 진주교육지원청 앞 광장.
-공공미술 프로젝트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25∼30일, 진주교육지원청 앞 광장.

△시민광장 프로그램 '시선, 모여서 길이 되다'
-퍼레이드 '골목길 산책', 30일 오후 6시, 진주우체국 앞 골목길.
-시민광장공연 '함께하는 골목길', 30일 오후 7시, 진주우체국 앞 골목길.

△ 거리공연
-버스킹 '공연을 팝니다', 29일 오후 5시, 진주교육지원청 앞 광장.
-'골목길 갓 탤런트', 29일 오후 8시, 진주교육지원청 앞 광장.

△미디어 '응답하라, 골목길'
-'골목길 방송국', 28∼30일, 진주교육지원청 앞.

△문화공간 축제
-'공간, 눈길을 건네다', 28∼30일, 진주교육지원청 앞 문화공간 8곳.

△플리마켓 '골목길 마켓', 28∼30일, 진주교육청 앞·진주우체국 앞.

△소극장 현장아트홀 '무대, 계단이 되다', 28일 오후 7시 30분, 현장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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