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출신 홍콩서 춤 배워와…지역서 낯선 분야 알림이 자처, 저변확대 헌신

"내 인생의 시간 동안 당신은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통영이란 마을과 단짝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통영을 사랑한 현대무용가 김대건(사진) 씨가 지난 13일 오전 숨을 거뒀다. 향년 42세.

김 씨가 운영하던 블로그 '나는 배우다'( http://blog.naver.com/opium1102 )에는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추모 글을 남기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 2월 폐암 진단을 받아 투병 생활을 하던 중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 가족으로는 부인 멜리사 렁과 무용가가 꿈인 딸 혜림이가 있다. 그는 김특수 전 통영시의원의 차남이자, 김지영 구의원(새정치민주연합·부산 영도구)의 오빠이기도 하다.

주로 홍콩과 싱가포르를 오가며 현대무용 공연을 펼쳐온 고인은 고향 통영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등이 중심으로 자리 잡은 예향 통영에서 낯선 현대무용을 알리고자 늘 개척자를 자처했다.

지난 2008년 통영지역 유일의 현대무용 단체인 꾸아트로스테이션(Quattrostation)을 만들어 대표로 활동했고 2010년부터 즉흥 춤 공연을 기획하는 등 통영에서 창작 활동에 힘썼다.

지난 2011년 5월 열린 어머니께 바치는 3개국 3색 몸짓 공연 '3색 전-투 마이 마더(To my mother)'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 독일, 대만 무용가 3명이 모여 독일의 희곡작가이자 시인인 브레히트의 시 '투 마이 마더(To my mother)'를 춤으로 재해석한 공연이었다.

단순히 춤의 기교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감정과 움직임을 고스란히 전달, 마치 연극과 같은 느낌을 관객에게 전했다.

김 씨는 연극인 출신이다. 통영 극단 벅수골에서 지난 1992년부터 3년 정도 활동했다. 이후 원주 극단 노뜰로 자리를 옮겨 10여 년간 몸 담았다.

제상아 극단 벅수골 기획사무국장은 "극단 두 해 후배인 대건이는 정극보다 움직임극에 관심을 보이면서 극단 노뜰을 찾아갔다. 몸을 움직이는 데 집중했고, 자연스럽게 춤꾼으로 거듭났다"면서 "그 후 홍콩에서 춤 공부를 하고 돌아와 지난 2010년부터 통영에서 다시 본격적으로 활동했고, 배운 지식들을 청소년과 지역의 관객들과 공유하는 데 헌신했다"고 그를 회상했다.

김 씨는 지난해 통영에서 열린 제7차 세계RCE(지속가능발전교육센터) 총회 청소년 공연을 재능 기부로 기획해 무대를 꾸몄다.

통영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충렬초등학교 뮤지컬단 등 지역 청소년 예술 교육에 관심을 두고 움직였다.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솔직한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그는 지난해 5월 29일 <경남도민일보>를 통해 '통영국제음악재단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기고문을 쓰기도 했다.

재단 조직 구조의 폐쇄성과 허술함을 지적하고 공연장 특화 방안을 제시하는 등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가 높은 몇 안 되는 예술인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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