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세아그룹 MOU 체결…현대제철 견제·경쟁력 확보, 직원들 실직 우려 비대위 구성

창원시 성산구 신촌동에 있는 포스코특수강(대표 서영세) 매각 관련 갈등이 심상치 않다. 포스코특수강을 매물로 내놓는 포스코 사측과 갑작스러운 매각으로 고용불안을 염려하는 직원들이 대립 중이다. 매각이 실현될지 지켜봐야 하지만, 직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이번 주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강력히 반발하는 모양새다.

◇포스코특수강 인수합병 왜? = 포스코는 지난 14일 세아그룹과 특수강 분야 계열사 M&A(인수합병)에 관한 MOU(양해각서)를 맺었다. 두 회사는 포스코특수강과 전북 군산에 거점을 둔 세아베스틸의 M&A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업계 구조조정에서 고용불안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애쓰기로 했다. 앞으로 실사와 매각 가격 협상 등이 원활하면 구체적인 시행 방안도 도출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보도자료에서 "경쟁사의 시장 진입이 가시화돼 업계 차원의 구조조정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매각 추진 이유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인수합병 추진을 특수강사업을 키우는 현대제철을 견제하려는 조치로 해석한다. 현대제철이 수천억 원을 들여 특수강 시장에 진입, 같은 그룹 현대·기아자동차 등의 수요처를 독차지하면 다른 업체 일감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포스코는 "(M&A가 성사되면) 300만t 탄소합금강 생산 능력에다 100만t 스테인리스·특수강을 합쳐 연간 400만t 규모 세계 최대 특수강 기업이 탄생한다"고 했다.

창원시 성산구 포스코특수강이 세아그룹으로 매각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회사 정문에 매각 규탄 펼침막 등이 내걸려 있다. /김구연 기자

또 포스코는 지난 3월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비핵심사업 정리와 재무구조 개선 등을 이유로 LNG터미널 지분 일부와 포스화인, 포스코-우루과이 매각 등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특수강 매각 역시 연장선에 있다. 아울러 2010년 포스코가 인수한 대우백화점 소속사인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설도 돌고 있어 자칫 지역사회가 포스코발 구조조정에 휘말릴 우려도 제기된다.

◇"구조조정 실직 우려" = 포스코특수강은 옛 삼미특수강 강봉·강관 부문을 인수해 1997년 설립됐다. 사명으로 창원특수강을 쓰다 2007년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자동차·기계·항공·원자력·조선·전자 부문에 쓰이는 스테인리스강, 공구강, 탄소합금강, 특수합금 등이 창원에서 만들어진다. 지난해 매출액 1조 3168억 원, 영업이익 450억 원, 당기순이익 317억 원을 기록했고, 포스코는 지분 72.09%를 보유 중이다.

회사는 그간 선재(단면이 원형인 가공된 강철) 생산 세계 1위 특수강 회사로 올라서기도 했고, 최근까지 흑자경영 중이었다. 또 이달 8일 '고용노동부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도 선정됐다. 포스코특수강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가 갑자기 추진된 매각에 반발하는 이유다.

비대위는 지난 13일 보도자료에서 "창립 이후 15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며, 부채 비율은 45.8%(올 7월 현재)에 불과하다. 포스코 내부거래 비율은 1%밖에 안 되는 초우량 회사"이라며 "(포스코가) 단기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상철 비대위원장은 "매각 물밑접촉 이후 계속 헛소문만 돌다가 지난 11일에야 직원들에게 소식이 전해졌다"며 "17년간 고생해 흑자 기업을 만들어 놓으니까 포스코는 기업사냥꾼처럼 회사를 팔아치우려 한다"고 비난했다. 포스코특수강과 파트너사 직원 2000여 명이 매각 반대에 서명했다고 비대위는 밝혔다.

또 비대위는 대규모 실업 사태를 우려한다. 앞서 삼미특수강 시절 아픈 경험이 있었다. 97년 포항제철이 삼미특수강을 인수하면서 본격화한 해고노동자 고용승계 투쟁은 수년간 이어졌다. 그 사이 한 노동자는 해고에 이은 가정파탄으로 목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서울에서 투쟁하던 노동자 3명이 농성장에서 정년퇴임을 하는 등 희생이 뒤따랐다.

포스코특수강 한 노동자는 "현대와 경쟁에서 어려울 수 있다지만, 자구책을 만들어 노력하는 중"이라며 "부도가 난 삼미에서 포스코로 넘어가면서 1000명 정도 구조조정된 아픔이 있는 회사다. 적자가 나고 회사가 어려우면 이해하겠지만, 포스코는 자체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알짜기업을 팔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포스코 포항제출소 행정섭외그룹 관계자는 "(M&A) 내용에 대해 협의하는 단계여서 뭐라 답변할 위치나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비대위와 한국노총 경남본부는 18일 오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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