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조철제·안미선 부부

지난 4일이었다. 부부는 가슴에서 솟구치는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첫 아이, 그것도 세쌍둥이를 맞이했다. 결혼한 지 14년 만의 축복이었다. 창원시 명곡동에 사는 조철제(44)·안미선(41) 부부 이야기다.

철제 씨는 현재 목사다. 부부 연을 맺은 것도 교회를 통해서다.

1997년이었다. 미선 씨 어머니가 둘을 적극적으로 맺어주려 했다. 둘은 교회 아닌 바깥에서 만나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런데 시작과 끝, 모두 좋지 않았다.

약속 시각을 앞두고 철제 씨에게 일이 벌어졌다. 주일학교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급히 가게 된 것이다. 늦겠다는 삐삐 음성을 남기기는 했다. 기다리던 미선 씨는 자리를 뜨지는 않았다. 하지만 끓어오르는 화를 참기도 어려웠다. 미리 사두었던 〈볼케이노〉 영화 표도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렸다. 2시간을 기다리다 막 돌아서려던 찰나 철제 씨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그렇게 둘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첫 데이트를 했다. 철제 씨는 헤어질 때도 집까지 바래다주지 않고 버스정류장에서 손을 흔들 뿐이었다. 미선 씨 처지에서는 좋지 않은 기억만 갖게 됐다. 사실 철제 씨는 같은 교회 내에서 이성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었다. 이날 자리도 의무감으로 참석하는 정도였다.

이후 둘은 교회 내에서 오며 가며 인사만 하는 정도로 지냈다. 그런데 1999년 여름 어느 날이었다. 철제 씨 눈에 갑자기 미선 씨가 들어왔다.

"아내가 주일학교 유치부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그런데 한날 보니 발레복같이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율동을 하고 있었어요. 그 순간 주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 사람만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갑자기 콩깍지가 씐 거지요."

철제 씨는 얼마 후 마음을 표현하기로 했다. 교회 사람들과 함께하는 등산 일을 'D-day'로 잡았다. 하지만 미선 씨 주변에 계속 사람이 붙어있어 결국 고백하지 못한 채 산만 타야 했다. 그날 오후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저녁에 만나자고 이야기했지요. 계속 뚱하게 말하며 싫은 내색을 하다 결국 알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내가 약속시각보다 1시간 훌쩍 지나 나오는 겁니다. 야근 때문에 늦었다고는 하지만 예전 일에 대한 되갚음이었죠. 어쨌든 그날 자리에서 제 마음을 전했습니다."

미선 씨는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철제 씨 전화를 받았을 때부터다.

"전화로 만나자고 할 때 '이 사람이 날 좋아하는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만약 자리에 나가게 되면 이 사람과 결혼하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지 모를 그 느낌이 결국 현실로 된 거죠."

둘은 2000년 1월 약혼, 그해 5월 결혼을 했다. 부부는 빨리 아이를 낳고 싶었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건강상 특별한 문제도 없었다. 잘한다는 병원도 찾고 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공수정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마음은 지칠 수밖에 없었다. 둘은 신앙에 의지하며 더 열심히 기도했다. 철제 씨가 부목사로 있는 교회 신도들도 함께 마음을 모았다. 그러던 2014년 1월 1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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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를 통해 부부 연을 맺은 조철제(오른쪽)·안미선 부부. 철제 씨는 현재 목사다.

"인공수정 결과를 막 앞두고 아내가 임신테스트기를 사왔습니다. 그런데 테스트기에 한 줄 아닌 두 줄이 나온 거예요. 한 시간을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병원에 갔죠. 아내만 진료실에 들어가고 저는 밖에 있었습니다. 안에서 아내가 '네?'라며 큰소리를 내는 겁니다. 또 뭐가 잘못됐나 걱정이 앞섰는데 '여보, 세쌍둥이래'라는 아내 말에 저 역시 놀랐죠. 그동안 우리 부부는 아이 넷을 낳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쌍둥이, 이왕이면 세쌍둥이면 좋겠다는 기도를 늘 했거든요."

40대 초산에다 세쌍둥이다 보니 병원에서는 아이 건강에 대한 불안한 이야기도 건넸다. 하지만 미선 씨와 세쌍둥이는 잘 견뎌냈다. 마침내 조민(여)·조찬(남)·조국(남) 삼 남매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 이름은 이미 4~5년 전 미리 지어 놓았다. 계획한 마지막 넷째 이름은 '조인'이다. 그런데 막 세쌍둥이를 낳은 미선 씨에게 철제 씨는 "넷째는 언제 낳을까"라고 말했다가 야단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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