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학교, 신나는 교육] (9) 경기 부천 부명초등학교 이야기 1

혁신학교 이야기, 이번에는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부명초등학교입니다. 이 학교는 부천시 도심 한가운데 있습니다. 시청이 코앞에 있는 그야말로 도시 초등학교입니다. 지난 1994년 개교했다니 올해로 꼭 20년 된 청년학교로군요. 현재 15학급에 학생 수는 320명 정도입니다. 이 학교는 지난 2012년 혁신학교로 지정됩니다. 그리고 올해 3년차를 지나고 있습니다. 부명초등학교는 '토끼와 거북이가 더불어 자라는 교육'을 지향한다는군요. 이 학교 양동준 교사는 '더디 가도 함께 가자'란 글에서 부명초등학교가 혁신학교 추진단계에서 겪은 어려움을 솔직하게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경남에서도 혁신학교를 준비하는 학교들이 거쳐야 할 어려움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2011년 하반기, 부명초등학교가 혁신학교로 예비지정된다. 당시에는 교사들 사이에 시각차가 많았다.

"당시 워크숍과 토론을 많이 했다. 당시에는 혁신학교를 꼭 만들자는 집단과 관망하는 집단, 온전히 거부하는 집단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기존에 있었던 교사들과 새로 2011년에 들어간 의욕적인 교사들, 중간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교사들까지 불신과 반목이 존재했다. 어쨌든 대체로 당시 교사들에게는 '예비지정이 되었으니까 본 지정도 될 거야. 어차피 할 거면 그냥 따르자' 하는 희망과 불안이 동시에 있었다."

그해 10월 교사들이 진행한 1차 워크숍 주제는 '우리는 어떤 학생으로 키우고자 하는가'였다. 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이 나왔다.

부명초등학교 교사들이 스승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책을 읽고 토론하고 있다. /부명초등학교

"삶과 배움을 연결하면 좋겠다. 학급도 사회다. 스스로 힘을 키우고, 배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게 한다. 요즘 아이들은 남이 잘 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새롭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문화예술인을 기르자. 교육비전이 없고, 꿈이 없다. 꿈을 갖고 노력하면 좋겠다. 버릇없는 학생이 제일 싫다. 생각은 지구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 하자. 나와 너를 인정하자. 함께 생각하는 우리, 학부모도 아이들도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을 하자. 행복을 추구하고, 남을 배려하면서 살면 좋겠다. 두려움이 없는 어린이가 되게 하자. 내적 자율성을 키워주면 좋겠다."

일주일 뒤 열린 2차 워크숍에서는 다른 혁신 학교를 참고해 학교 지표를 정했다. 이날 정해진 것이 '앎과 삶이 하나 되는 행복한 부명공동체'다. 그리고 그동안 학교 교육이나 행정에서 버려야 할 것과 그래도 해야 할 것을 구분했다.

"한 선생님에게 3장의 종이쪽지를 나눠주고 이것만은 없거나 버리면 좋겠다는 내용을 쓰게 했다. 교사들이 다 쓰고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펼쳤다. 행정업무 경감이 14표, 형식적 교무회의가 7표, 애국조회가 4표, 교육청 지침행사가 3표, 교원평가가 2표, 시험이 2표였다. 기타 시상제도, 임원제도, 강요된 통일 등이 나왔다."

가장 큰 고민은 시험이었다고 한다. 남겨둬야 하나, 없애야 하나 교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시험이 없어지고 아이들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어쩌지? 학부모가 문제를 제기하면 피곤해지지는 않을까? 교사에게 패배감을 가져다주는 무서운 존재 앞에서 부담이 컸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게 쉽게 정리되었다. 어느 날 회의에서 교장선생님께서 회의가 오랜 시간 겉돌자 '더는 고민하지 말고 시험 보지 맙시다. 한번 해 보는 거지 뭐'하고 말씀하셨다."

이런 식으로 교사들은 무엇을 해볼까 보다는 무엇을 안 해볼까에 초점을 맞추어 혁신학교를 준비해 나갔다. 이를 두고 양 교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뭘 할까 보다는 뭘 안 할까에 신경을 많이 썼다. 사실이지, 뭘 잘해 볼까 하는 의견을 모으는 것은 또 다른 일거리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뭘 안 해 보고 가만히 있어 봐야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없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기존 문화에 젖어 있거나 일을 위한 일을 한다면 새로운 상상력을 할 수가 없다."

참고문헌 <2014 경남형 혁신학교 리더과정 연수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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