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사라진 천진용 씨 "전날·당일 멍한 표정, 평소와 행동 달라"…교통사고 위기도 잇따라

지난 7월 24일 오후 8시께, 함안군 소재 회사에서 창원시 내서읍 집으로 가다 실종된 천진용(51) 씨의 행방이 3주 넘게 오리무중이다. 지난 8월 12일엔 헬기까지 띄워 인근을 수색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가 탄 차량의 행방이 중요한데, 약간의 단서도 현재로선 발견되지 않았다.

가족이 애타게 찾고 있는 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실종 당시 그의 행적을 따라가 보았다.

심플 1mg 담배와 목캔디를 출근길에 사던 천 씨는 검소한 사람이었다.

평소 집과 회사만을 오갔으며 취미나 운동도 하지 않았다고 주변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내성적이고 다소 말이 없어 불친절해 보일 수도 있는 그는 사실 속정이 깊은 사람이다. 형·동생 하며 이웃에서 친하게 지내던 ㄱ 씨를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소개해 취업을 돕기도 했다. ㄱ 씨는 천 씨가 사라진 후 며칠 동안 그를 찾아 회사 인근을 돌아다녔다.

ㄱ 씨 말고도 천 씨 소개로 이 회사에 취업한 사람은 또 있다. 현재 노동조합 간부인 ㄴ씨는 천 씨가 사라질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 사라지기 얼마 전 "휴가비가 언제 나오냐?"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하는데, (실종 이유가)금전 문제는 아닐 것이라 그는 확신한다. 워낙 검소한데다, 평균 연봉이 6000만 원이 넘는 회사에서 휴가비에 목 맬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또한 천 씨는 대출 상담을 해온 적도 없었다. 여기 노동조합은 저금리 대출상품을 금융권과 협의해 조합원에게 소개해 준다.

하지만 천 씨가 실종 전날인 23일부터 뭔가 이상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ㄴ 씨는 전한다. 천 씨가 실종된 후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들었다는 이야기는 이렇다.

"뭔가 멍해 있었답니다. (실종)전날부터 말이죠. 그날(23일) 퇴근길에 같은 방향으로 가는 동료가 그의 차를 탔는데, 두 번이나 사고 위기가 있었다는군요. 신당고개쯤에선 조수석에 앉은 그가 직접 핸들을 돌려 위기를 넘겼다던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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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당일(24일)에도 천 씨는 평소 같지 않았다. 전날 오후 11시까지 근무했던 그는 24일엔 오후 3시까지 근무키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날도 오후 7시까지 서야 하는 근무를 자청했다고 한다. 근무자가 정해져 있었음에도 말이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그날도 '멍'한 표정이었던 그는 퇴근 시간인 오후 7시가 돼서도 퇴근할 준비를 하지 않았다. 7시 50분께 이를 이상하게 여긴 후배가 "형님, 퇴근 안합니까?"라고 묻고서야 그는 회사를 나간다. 그 시간이 오후 7시 58분께다. 그는 평소 근무시간이 끝나자마자 퇴근했었다. 심지어 샤워도 하지 않고 이른바 '칼 퇴근'을 했던 사람이다. 쇠를 다루는 이 회사 생산직 직원의 대부분은 샤워 후 퇴근한다.

그리고 몇 분 후 회사 주변 CCTV에 그의 은색 스포티지R이 찍힌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그의 마지막 행적이다.

물론 '멍'해 보였다는 그 이틀 동안 천 씨의 이상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고 확정할 순 없다. 또한 23일 퇴근길 고속도로에서의 사고 위기도 늦은 시간이었고, 피곤했다면 그럴 수 있는 정황이 있다. 그리고 피곤했음에도 오후 7시까지 연장 근무라면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니 자청할 수 있다. 연장근무 수당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사라질 이유가 없던' 그의 이틀간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에 충분했다. <다음 편에 계속>

※천진용 씨를 목격하신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연락처 : 112나 함안경찰서 055-589-8349, 010-5578-3714(권범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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