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화질·고장 많고 관리 안돼…천진용 씨 실종사건에서도 역할 못해

우리 주변에 CCTV가 많지만 고장 나거나 화질이 나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에서 함안으로 출퇴근하던 50대가 20여 일째 실종됐는데도 행적을 찾지 못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함안 가야에서 창원 내서 경계지점 차량번호인식 CCTV가 고장 나 '먹통'이었기 때문이다.

천진용(51) 씨가 지난 24일 밤 함안에 있는 직장에서 퇴근하는 모습은 회사 정문과 인근 공장 CCTV 외에는 찍히지 못했다. 천 씨가 어느 방면으로 갔는지 경찰이 흔적을 찾지 못하는 이유다. 50대 가장 실종 사건을 계기로 도내 CCTV 문제점과 관리 허점을 살펴봤다.

◇CCTV 많다지만 = 경남경찰청이 집계한 도내 방범용 CCTV는 모두 6397대. 대부분 저화질인 마을 입구(1700여 대) 등 민간이 설치한 것은 뺀 것이다.

도내 방범용 CCTV는 범죄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지난해보다 22%(1160대) 증가했다. 장소별로 주택가(2378대), 유치원·초등학교 등 어린이 보호구역(2254대), 주요 지점 차량번호인식(893대), 공원(608대), 중·고등학교(168대), 놀이터(90대) 인근에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화질은 어떨까? 얼굴이나 야간 식별이 어렵다는 화질 문제는 항상 제기돼 왔다.

도내 방범용 가운데 7%(456대)가 41만 화소 이하로 화질이 낮다. 그나마 지난해보다 186대를 고화질로 교체해 나아진 것이다.

나머지는 130만 화소(1297대)이거나 200만 화소 이상(4644대)이다.

도내 창원·진주·김해·양산·거제·통영·사천·거창·고성·함양·함안 11개 시·군에는 CCTV통합관제센터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이들 센터에는 방범용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내, 주·정차 위반 등 교통단속, 교통량과 흐름 등 교통정보 수집, 산과 하천 등 재난재해용, 시설물 관리와 무단투기 감시용도 통합 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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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야간 인식 못해 = 실종자 천 씨 동선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고장 난 것이 있었는데 제때 고치지 않은 관리 허점 탓이다.

천 씨가 함안에서 내서로 갔는지 확인하지 못하는 것은 함안 신당고개에 설치된 차량인식 CCTV가 고장 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내서 동신아파트 사거리와 천 씨의 집 근방 동영상 CCTV가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경남경찰청 공용기 생활안전계장은 "아무리 화질이 좋아도 동영상 녹화 CCTV는 차량 불빛 때문에 차종이나 번호를 확인할 수 없는 맹점이 있다"고 말했다.

기능 문제뿐만 아니라 고장 난 것을 제때 고치지 않은 관리 문제도 드러났다. 방범용 CCTV는 경찰이 운용하지만 관리는 자치단체가 하고 있다.

경찰서와 자치단체는 합동으로 1년에 2번 CCTV 일제점검을 하는데 올해 상반기(5월 19일~6월 30일) 점검 결과, 경남경찰청은 고장 등 수리가 필요한 366대를 자치단체에 통보했다.

수리 등이 필요한 CCTV에 천 씨 회사 인근인 군북면 유현리와 내서로 넘어가는 산인의 차량인식용 등도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6월 19일 함안군에 수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통보했고, 7월 말쯤에 고쳐졌다. 공교롭게도 천 씨가 실종된 날이 그 사이다. 차량번호 인식 CCTV는 그 길목을 지나는 차량번호를 모두 찍는데, 고장으로 천 씨가 통과했는지 알 수 없었다.

◇왜 제때 고쳐지지 않았나 = 함안군 통합관제센터는 지난 4월 30일 문을 열었다.

함안군은 유지관리업체와 정식 계약한 지난 5월 28일 전후로 군내 245대 방범용 가운데 고장 난 9군데 CCTV 20대를 확인했다. 그러나 수리나 교체 품의를 7월 15일에 올렸고, 7월 말 이후에야 7군데 복구를 마쳤다.

문제는 고장 확인 시점부터 교체까지 두 달이나 걸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함안군 이종근 행정과장은 "방범용 CCTV를 경찰에서 군으로 이관받았는데 고장 여부를 인수인계하지 못했다. 유지관리업체 계약을 하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장 확인 후 수리까지 오래 걸린 데 대해서는 정확하게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함안군은 유지관리를 제때 하지 못한 문제에다 최근 실종사 사건이 겹치면서 책임을 물어 최근 통합관제센터 담당자를 교체하기도 했다.

상반기 일제점검 때 경찰이 자치단체에 수리 등이 필요하다며 통보한 CCTV가 366대에 달했으니 함안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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