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튀는 젊은 입맛 한 번에 사로잡는

시원한 맥주와 두툼한 버거를 함께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수제버거 전문점 ‘헝그리 조(HUNGRY JOE)’를 찾았다. 주방장 김태형(33) 씨는 주방을 수제버거연구소라고 부른다. 요리는 곧 연구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 골목골목을 누비다 출출해지는 신호가 오면 찾기에 안성맞춤이다. 헝그리 조는 창동공영주차장 지상층 출구를 기준으로 오른쪽 골목에 자리 잡고 있으며, 버거 모양의 간판이 조그맣게 보이는 가게는 2층에 있다.
콜라보다 맥주. 버거를 먹을 때 가장 어울리는 음료는 생맥주가 아닐까. 치맥(치친+맥주)을 넘어 버맥(버거+맥주)을 생각해 볼 수 있을 만큼 환상 궁합이다.

메뉴 개발은 실험이다

주인장 김태형(33) 씨가 직접 그린 버거 그림 간판부터, 가게 안 벽면에는 버거 나무가 자라고 있다. 버거 나무 그림도 김 씨가 직접 디자인했고, 그리는 작업은 서울 홍대에서 일할 당시 만난 친구들이 내려와 도와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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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일호 기자

“버거 요리 자체가 자격증이 있어야 가능한 요리는 아니에요. 워낙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특히 버거를 즐겨먹던 터라 직접 만들고 싶어졌죠. 속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다양한 메뉴 개발도 되는 무지개 같은 요리죠.”

태형 씨는 그렇게 맛있는 수제버거 집을 찾아 서울로 향했다.

“서른 살 되던 해 서울로 올라갔죠. 이태원, 홍대, 신사동 가로수 길에 유명한 버거 집을 일단 다 돌며 맛보고 기회를 엿보며 구인할 때 찾아갔죠. 서울에는 2년 정도 있다가 다시 마산으로 내려왔어요. 수련 생활 비슷하게 서울해서 일하고 1년을 준비해 메뉴 1개로 가게 문을 열었죠.”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으로 1가지 메뉴로 승부수를 띄웠다. 여러 가지 메뉴를 다 연구해 놓고 가게를 오픈할 수도 있겠지만, 손님들을 만나면서 메뉴 개발의 불씨를 키웠다.

‘헝그리 조’ 가게 이름을 본 손님들은 사장의 성이 조 씨고, 배고픈 조 씨 사장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헝그리 조라는 이름은 우리말로 ‘배고픈 영희’ 정도 되겠다. 한국의 철수·영희처럼 흔한 이름이 미국의 조(JOE)다. 배고픈 건 사장이 아니라 손님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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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일호 기자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공간은 20대부터 40대까지 손님이 넘쳐난다. 특히 사진 찍기 좋아하는 여성 손님이 많은데 창가 자리가 유독 인기가 많다.

“인테리어에도 공을 많이 들였어요. 창동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만들려면 먹는 공간도 젊은 감각으로 표현해 이목을 끌고 싶었던 게 사실이죠. 물론 내놓은 음식 맛이 좋아야 하는 건 기본이지만, 요즘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먹는 걸 자랑하죠. 카스(카카오스토리), 페이스 북 등 SNS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먹는지, 어떤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겼는지를 표현하고 싶어 하니까요.”

테이블은 7개밖에 없지만 확 트인 창문 때문에 공간도 넓어 보이고 야외 테라스에서 음식을 즐기는 기분도 낼 수 있다.

버거는 패스트 푸드가 아니다

원래 버거는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드는 패스트푸드가 아니다.

각각의 재료를 손질하고 따로 조리해 쌓아 올린다는 점에서 수제버거는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와 차원이 다르다. 특히 재료의 신선도는 비교할 수가 없다.

엄선된 재료에 헝그리 조만의 ‘연구 성과’를 담아낸 수제버거는 슬로푸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헝그리 조 수제버거 연구소’라는 주방 앞 푯말을 보고 연구소가 따로 있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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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일호 기자

김태형 주방장은 “주방이 연구소다. 처음에는 브레이브 솔저라는 버거 메뉴 1개로 시작했다. 2~3개월마다 메뉴를 개발하고 시식을 하며 주변의 의견을 듣고 하나씩 늘여가고 있다. 최대 7가지 버거를 만드는 게 목표다”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래로 8개월 동안 4가지 메뉴를 개발했다.

브레이브 솔저, 뱀파이어, 카사노바, 슈퍼 마리오 순으로 메뉴를 늘였고, 버거 이름도 창의적으로 만들었다.

“브레이브 솔저는 용감한 전사라는 뜻이죠. 군대에서 먹던 햄버거, 군데리아에서 힌트를 얻었죠. 달걀후라이와 딸기잼이 핵심이에요. 여기에 해시브라운을 더해 완성되는 거죠. 물론 소고기 패티는 기본으로 들어가고요.”

해시브라운은 감자를 잘게 다져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 갈색 빛이 나게 구운 요리다. 해시(hash)는 ‘잘게 썬다’는 의미이고, 브라운(brown)은 ‘갈색으로 굽는다’를 뜻한다.

브레이브 솔저 버거는 담백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해시브라운을 사이에 두고 위에는 달걀후라이가 아래로는 딸기잼이 버티고 있어 미각을 깨운다.

빵, 달걀후라이, 해시브라운 3가지는 미국의 대표적인 아침 식사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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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일호 기자

“브레이브 솔저는 제일 밑에 딸기잼을 바른 빵 위에 해시브라운을 올려요. 특제 소스와 함께 소고기 패티·치즈·베이컨·달걀후라이를 차례로 풍성하게 쌓아 맨 위에 빵으로 마무리해 완성하죠.”

부드럽게 잘 익힌 패티와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은 모든 수제버거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재료다.

“패티는 140g에 맞춰, 호주산 소고기 70%와 돼지고기 30%를 배합해 만들어요. 베이컨은 최대한 바삭하게 굽죠. 흐물흐물하게 살짝 익힌 베이컨을 주로 맛본 손님들은 잘못 구운 것 아니냐고 할 때도 있지만, 버거에 곁들이는 베이컨은 바삭해야 맛도 살고 식감이 좋아요.”

이름에서도 느껴지는 뱀파이어 버거는 매운 맛이 인상적이다.

맛있게 매운맛에 반해 ‘스읍’하는 소리를 내면서도 뱀파이어 버거만 찾는 외국인 손님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뱀파이어 버거는 구운 마늘과 카라멜라이즈 양파가 주를 이루죠. 멕시코산 매운 고추를 피클처럼 절인 할라피뇨와 소스로 매운맛을 더합니다. 물론 소고기 패티·치즈·베이컨과 조화를 이루는 것은 기본이구요.”

김태형 씨는 카라멜처럼 갈색이 돌고 단맛이 나도록 익힌 양파를 뱀파이어 버거 주재료로 쓴다. 원래 카라멜라이즈(Caramelize)란 설탕을 160℃ 이상 되는 불에서 갈색의 시럽이 될 때까지 졸이는 과정을 뜻한다.

카사노바. 버거의 변화무쌍함을 표현함과 동시에 진한 소스 맛으로 입을 사로잡는다.

“부드러운 몬테리 잭 치즈와 스모크향이 그윽한 바비큐 소스로 맛을 낸 버거가 카사노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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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일호 기자

손님에 따라서는 양념이 과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카사노바라는 이름처럼 자꾸 찾게 되는 매력이 있다. 

특히 맥주와 곁들이기에는 진한 소스가 든 버거가 오히려 안성맞춤이다.가장 최근에 개발한 슈퍼마리오는 식사 대용으로 인기가 많다.

“구운 양송이와 숙주가 궁합이 잘 맞더라구요. 식감도 좋고. 여기에 데리야끼 소스로 맛을 더해 담백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게 특징이죠.”

맥주 안주로 즐기기에는 매운 맛이 나는 뱀파이어 버거와 진한 소스가 인상적인 카사노바 버거를 추천한다.

식사대용으로는 달걀후라이로 영양을 더한 브레이브 솔저, 또는 버섯과 숙주가 들어간 슈퍼 마리오가 담백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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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일호 기자

헝그리 조는 나이프와 포크로 버거를 썰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사이드로 감자 튀김은 기본이다. 주인장이 추천하듯 테이블마다 마련된 버거용 종이에 싸서 입 크게 벌리고 버거를 베어 먹으면 더 맛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카사노바 1만 원 △브레이브 솔저 1만 원 △뱀파이어 1만 원 △슈퍼 마리오 1만 1000원 △크림생맥주 3500원.
◇위치: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14길 20(동성동).
◇전화: 070-4845-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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