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손님 대신 해장 손님을 잡아라

기다리던 점심 때가 다가오면 발걸음이 절로 향하는 밥집 중의 하나인 ‘콩남울교실(콩울교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동 육호광장 부근에 있는 콩남울교실은 전주식 콩나물해장국 전문점이다.

얼큰하면서도 개운한 국물이 간절하다. 전날 술로 속을 괴롭혔으니, 개운한 국물로 속을 풀어줘야 다음 술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수많은 돼지국밥, 뼈다귀 해장국집을 거쳐 지나야 콩나물해장국 집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창원 일대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메뉴이다.

얼큰하고 담백한 전주식 콩나물 국밥

하루 24시간 운영하는 콩남울교실에서 가장 바쁜 시간은 점심 때다. 입구에 들어서면 신발이 빼곡해, 아홉 테이블 중 어디가 비는지 눈동자를 굴리기에 바쁘다.

줄을 서서 기다리며 미리 주문을 하기도 한다. 메뉴는 단 하나, 콩나물해장국이지만 맛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2개이다. 얼큰한 맛과 담백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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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연 기자

콩남울교실에서는 전주식 콩나물해장국의 양대산맥인 ‘남부시장식(얼큰한 맛)’과 ‘삼백식(담백한 맛)’ 둘 다 맛볼 수 있다.

콩남울교실 사장 문희순(57) 씨에 따르면 해장용으로 얼큰한 맛이 단연 인기가 많지만, 단골손님 중에는 담백한 맛을 즐기는 이가 많다.

남부시장식과 삼백식은 재료와 조리 방법이 엄연히 다르니 맛에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

“얼큰한 맛은 약간 끓인 콩나물국 뚝배기에 고명과 함께 김, 새우젓과 청양고추를 넣어 깔끔하고 시원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따로 나오는 수란(계란을 중탕한 것)에 국물을 세 숟가락 정도 넣고 먹으면 위장에는 해장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다. 콩나물 국물과 적당히 퍼진 밥알을 같이 떠서 입안으로 가져가면 땀구멍으로 독소가 분출됨을 느낀다.

“담백한 맛은 뚝배기째 팔팔 끓여서 그 안에 각종 고명과 계란, 김, 들깨가루를 넣고 먹는 방법입니다.”

삼백식은 날달걀이 나오는데 직접 깨서 뜨거운 뚝배기에 퐁당 빠뜨려 들깨가루와 함께 잘 젓고 먹으면 보양식을 먹는 기분이다. 남부시장식보다 걸쭉한 게 특징이며, 텁텁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점심때는 직장인들이 주로 해장을 위해 얼큰한 맛을 찾지만, 점심시간이 지나고는 기운이 없어 뜨끈한 걸로 속을 채우고 싶어 하는 주부나 젊은이들도 많이 찾습니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도 많이 오는데, 아이들도 수란이 맛있다며 하나 더 달라고 할 정도로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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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연 기자

아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콩나물을 건져 먹다가 시큼한 깍두기를 한 입 베어 씹으면 금세 뚝배기가 바닥을 보인다. 평소에 즐겨 먹지 않던 깍두기도 해장국을 먹을 때는 환상적인 조합을 이룬다. 깍두기와 조화는 설렁탕을 능가한다.

“메뉴도 간단하지만 반찬도 단출합니다. 그래야 콩나물국밥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지요. 반찬을 남기는 손님도 별로 없습니다. 낼 때부터 조금씩 내고, 달라고 하는 대로 반찬은 계속 줍니다. 제대로 삭힌 깍두기가 제일 인기 있는 반찬이죠.”

처음부터 새우젓 등을 넣어 간을 맞추기보다는 반찬으로 나오는 소고기 장조림과 오징어 젓갈을 감안해 싱겁게 간을 하는 게 좋다. 콩남울교실 국밥은 조리 과정에서 이미 적당히 간이 돼 있기 때문에 굳이 새우젓을 추가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무엇보다 온전한 국물 맛을 느끼려면 조미김 부셔 넣기를 생략해 보길 추천한다.

콩나물시루처럼, 손님이 한 가득

지난 2003년 문을 연 콩남울교실은 기자가 찾은 ‘육호광장 본점’ 외에도 분점 두 곳이 더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동 현대아파트 근처에 있는 ‘해운 분점’은 7년 전에 생겼고,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중리 내서읍사무소 부근에 있는 ‘내서 분점’은 3년 전에 생겼다. 분점은 문희순 씨의 자매인 문혜숙, 문명순 씨가 각각 맡고 있다.

“체인점을 내게 해달라는 문의도 많았어요. 돈은 많이 벌겠지만, 관리가 되기도 힘들고 맛이 변하기 쉬워 거두절미했어요. 전주에 가서 직접 고생해 배우고, 마산식으로 지역 사람 입맛에 맞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는데 비법을 팔고 싶지 않았어요. 가게는 좁은데 손님들이 자꾸 늘어나니까 자리를 옮기고 싶지는 않고, 손님을 가른다는 생각으로 형제들을 꾀어서 분점을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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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연 기자

문희순 씨는 지금도 비법 육수를 집에서 따로 만들어 가게로 가져온다. 콩나물을 직접 기르지는 않고, 마산합포구 진전면 양촌리에 있는 콩나물 기르는 작은 공장에서 10년 넘게 공급을 받고 있다. 

“깨끗이 씻은 콩나물을 잘 데쳐낸 물에 멸치, 무, 다시마 등 각종 재료를 넣고 끓이는데, 핵심은 육수를 우릴 때 재료를 한꺼번에 넣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 간격을 주고 순서에 따라 넣어야만 재료에서 적정의 맛을 우릴 수 있지요.”

문희순 씨가 직접 지은 가게 이름은 교실에 학생들이 콩나물처럼 빼곡히 모여 앉았던 옛 모습을 떠올리며, 가게도 손님들로 가득 찼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은 이름이다.

“우리 어릴 때는 배움에 진짜 목말랐지요. 지금하고 달리 작은 교실에 아이들이 서로 배우겠다고 촘촘히 앉아 있던 모습이 떠올랐지요. 그 모습이 마치 시루에 빼곡히 들어 있는 콩나물 같았어요. 손님도 옛 교실처럼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콩나물이 ‘콩울’ 바뀐 것은 국어 교사인 딸의 제안으로 훈민정음 아래아를 살렸기 때문이다.

“콩남울교실이 애들 학비 나오는 보물단지 같은 곳이었죠. 처음에는 손님이 없어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성격이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해본다는 게 있어,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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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연 기자

가게 문을 처음 열고 3년 동안 혼자 주방을 볼 정도 한산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점심시간에는 주방과 홀을 포함해 6명이 일할 정도로 번창했다. 역시 그 비결에는 ‘단일 메뉴’의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킨 게 있었다고 문 씨는 자부했다. 

“여름에 콩국수를 하라는 손님도 있고, 24시간인데 안주를 메뉴에 추가하라는 분도 있었어요. 시중에 파는 분말가루를 사와 콩국수를 만들어 먹어봤어요. 내가 먹어도 맛이 없었어요. 콩을 키우지는 못해도 직접 콩을 갈고 만들 게 아니면 손님 상에 내놓지 않겠다고 다짐했지요. 콩나물 해장국 자체를 모르거나 꿀꿀이죽 같은 전라도 음식이라고 꺼렸던 사람들에게 콩나물해장국의 참맛을 알게 해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하나로 승부했지요.”

주로 아침 첫 끼는 콩나물 해장국을 먹는다는 문 사장은 “내가 맛있어야 손님도 맛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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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연 기자

 
<메뉴 및 위치>
◇메뉴: △콩나물해장국 6000원.
◇위치: △본점=창원시 마산회원구 3·15대로 473(회원동) △해운분점=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11길 37(해운동) △내서분점=창원시 마산회원구 중리상곡로 65(내서읍).
◇전화: 055-242-0933(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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