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사건 가해자 신상털기식 <중앙선데이>기사에 비난 잇따라

시민이 군을 걱정해야 하는 시절이다.

지난 11일 밤엔 휴가 나온 사병 두 명이 또 사망했다. 군은 사망원인을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22사단 총기난사 사건과 28사단 윤 일병 구타사망 사건에 이은 소식이다. 이를 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걱정을 넘어 싸늘하다. 기대를 저버렸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군 일부에선 '마녀사냥'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지만, 폐쇄적인 군의 특성상 알려지지 않은 사고가 많을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군내 사망자는 117명이었고 이 중 자살자는 79명이었다.

이처럼 군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한 전문가는 한 자녀 가족이 보편화한 데서 이유를 찾는다. 가정에서 아쉬울 것 없었던 '귀한 아들'이 수직적이면서 불편한 병영생활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란 이유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수직적인 내무반 문화를 원인으로 꼽는 이들도 있다. '각' 잡고 내무반 침상 끝에 앉아 있는 이등병과 TV 앞에 누워 있는 병장의 모습은 수십 년이 지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윤 일병에게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악마적' 폭력을 휘두른 이 병장의 성장 배경을 추적했다. 동생, 중학교 담임 교사, 동창, 이웃 주민 등을 만났다. 그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폭력성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였다. -<중앙선데이> 기사 중 일부

이 외에도 복무기간 단축과 그에 따른 병력 운영 문제까지 다양한 지적이 나오는데 이 모든 의견들의 공통점은 군내 사망사고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나 군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유사한 사고가 이어질 때 그 원인에 접근하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비슷한 사고가 계속 일어난다면 이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내 사고에 대한 <중앙선데이>의 최근 기사는 난감하다. <중앙선데이>는 중앙일보가 발행하는 주간신문이다.

<중앙선데이>는 387호 5면 '마마보이 이 병장, 고교 때부터 "아버지는 조폭" 거짓말' 제하의 기사에서 28사단 윤 일병 구타사망의 가해자로 알려진 이 병장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에 따르면 해당 기자는 가해자 이 병장의 고향집을 찾아 이 병장의 동생과 그의 중학교 담임교사, 동창, 이웃 주민 등을 만나 이 병장과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전문가들의 분석을 더해 기사를 냈다.

언뜻 성실한 취재의 결과물처럼 보이지만 기사의 내용은 낯 뜨겁기까지 하다. 예를 들면 이런 대목이다.

"집에는 아버지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 현관에는 어른용 구두가 놓여 있지 않았고, 집 어디에도 아버지 사진은 없었다. 안방에는 1인용 크기의 이부자리가 깔려 있었다. 50대의 이웃 남성은 "그 집에는 어머니와 아들만 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서너 달 전 이사 오는 날에도 아버지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자는 연락도 없이 창원시 마산회원구 가해자의 집에 간 것이다. 가해자의 어머니는 사건 수습을 위해 서울에 간 상태였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동생만 있는 집에서 동생을 인터뷰하고 집안을 둘러본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버지의 부재'를 증명하기 위한 억지스런 기사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의문은 곧 풀렸다. 기사 말미의 전문가 분석이 이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이 교수는 "남자아이들이 할아버지나 아버지, 삼촌을 통해 '건강한 권위'를 배우지 못하면 감정 조절을 못해 충동적 폭력성을 갖기 쉽다. 그러면서 동시에 겁이 많은 비겁함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진짜 건강하고 남자다운 남자는 좀처럼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고 했다."

아버지의 부재가 구타사고의 주요 원인이라는 결론이다. 때문에 기자는 가해자의 아버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접근이다.

왜냐하면 '건강한 권위'와 '아버지의 부재'는 반대의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아버지가 없는 가정의 남자 아이들은 폭력성을 갖기 쉽다고 일반화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학교나 군대에서 폭력성을 보이는 남자들이 대부분 아버지가 없는 가정이란 말인가?

폭력의 조건은 다양하다. 심지어 <중앙선데이>의 같은 날 4면에서도 이 부분을 잘 지적하고 있다. 강한석 전 육군 소장은 해당 지면을 통해 "신병교육대나 훈련소에선 훈련이 아무리 힘들어도 죽겠다는 병사는 별로 없다. 그러나 자대에 배치되면 그 순간부터 숨이 꽉 막히고 공황이 발생하며 이때부터 어떻게 남은 군 생활을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며 군내 폭행 사고가 오랫동안 굳어진 잘못된 병영문화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사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흔히 지적하듯 과도한 '신상털기식 기사'의 전형과 같기 때문이다.

가해자 아버지의 부재를 '증명'하기 위해 가해자 가족과 잘 알지도 못하는 이웃주민과의 인터뷰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함으로써 가해자의 동생과 어머니는 그 동네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기자는 가해자가 다녔던 대학에도 가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가해자의 동생이 만약 가해자와 같은 대학이라면 가해자 동생은 어떻게 학교를 다닐 수 있겠는가? 교습소를 운영한다는 어머니는 이제 경제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기사를 쓴 기자도 "그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폭력성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라는 해명성 내용을 넣긴 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왜냐하면 '폭력성의 근원'은 이미 다각도에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이 병장 개인의 심리상태까지 분석하지 않는 이유는 군내 폭력사고의 주요 원인은 '개인'이 아닌 '구조'의 문제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앙선데이>의 기사는 아쉽다. 선정적이며 취재윤리를 벗어났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해당 기사에서 인용한 전문가의 말 "진짜 건강하고 남자다운 남자는 좀처럼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는 "진짜 건강하고 '군대'다운 '군대'는 좀처럼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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