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가공업 희망을 찾다] (3) 김해 한울식품

국내 김 사업은 동원, CJ씨푸드, 팔도, 사조씨푸드 등 대기업을 비롯해 전국 500여 김 가공업체가 연간 9500억 원 규모의 유통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과거에 김은 생산량이 적어 고급 식품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대량 생산으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대중 식품으로 자리 잡으며 수출도 느는 추세다.

지역에는 대기업 틈새에서 선전하고 있는 김 가공업체가 많다.

그중에서 김해시 생림면에 있는 한울식품(대표 김철범)은 2007년 장애인표준사업장 김해 1호점으로 선정(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돼 전체 직원 32명 중 27명이 장애인이다. 김철범(47) 대표는 단순한 작업과 가벼운 제품을 다루는 조미김 업체로서는 장애인·고령자 고용이 오히려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김은 재료 자체를 있는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좋은 원료와 위생이 강조된다. 김 대표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울식품은 전국 산지에서 제철 김을 수매해 1차 육안, 2차 금속 탐지기로 이물을 가려낸다. 1차로 한 번 굽고 조미 후 2차로 구이를 한 후 다시 한 번 선별 작업을 거쳐 절단·포장으로 이어진다.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작업 과정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곳도 많다.

하지만 한울식품은 직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을 우려해 수작업도 많다. 김 대표는 솔직히 장애인 고용이 초반에는 힘든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한울식품 김철범 대표와 직원이 공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김 대표는 "특히 1~2년은 10개 중 2~3개밖에 못 만들어낸다. 같은 말을 몇 번씩 반복해서 3년 차가 되면 그때부터는 일하는 모습에서 전혀 장애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리를 쓰지 못하면 팔 근력이 뛰어나고, 귀가 들리지 않으면 눈이 밝고 손이 빨라 각자 상황에 맞는 업무에서 능률은 100%를 넘어선다.

그렇게 회사 설립 이후 14년간 함께한 창립구성원은 3명이고 한울식품을 발판 삼아 다른 곳으로 이직한 직원도 적지 않다.

크고 작은 위기도 있었다.

"수출을 시작한 지 2년째 되던 해 일본에서 불량이 접수됐어요. 한 컨테이너에 4000상자를 싣고 갔는데 우리 제품 포장을 뜯어보니 안에 김이 없다는 거예요. 당시 바이어에게 장애인작업장이란 말을 안 했어요. 일할 때는 전혀 장애인 같지 않고 굳이 말할 이유가 없을 만큼 제품에 자신이 있었죠. 그런데 그런 실수를 확인하고 나니 사업은 신뢰인데 사업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음날 전 직원을 모아놓고 나도 다른 사업으로 전환할 테니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모두 출근해서 청소하고 자기 위치에 있는 모습을 보고 다시 힘을 냈어요."

김 대표는 전자저울 두 개와 커터 칼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상자를 뜯어 소포장 상태인 제품을 일일이 무게를 달아 내용물이 없는 제품을 가려냈다. 그때 바이어에게 장애인 사업장임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그 바이어와는 지금도 거래를 하고 있다.

한울식품 김철범 대표가 일본으로 수출하는 '김치맛김'을 소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또 한 번의 위기는 지금이라고 말했다.

2012년 수출물량이 조미김만 140t이었지만 2013년 20t으로 확 줄었다. 대기업 조미김 사업 확대로 미국 수출 실적이 많이 감소한 탓이다.

그 과정에서 한울식품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로부터 3년째 정책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aT는 한울식품과 같은 지역의 유망 수산물 수출업체의 경영 안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년 약 800억 원 규모의 수산물발전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경남에는 14개 업체가 선정돼 약 143억 원을 지원받아 전체 예산 대비 약 17.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기업에 뺏긴 미국 수출시장을 놓고 힘들다고 울지만은 않을 작정이다.

"직원들과 1000만 달러 수출실적을 달성하는 게 최고 목표다. 중국, 인도 쪽으로 영업을 확대해 수출을 늘려갈 계획이다. 중국인들은 김을 반찬이 아닌 스낵으로 생각하고 있어 염분을 낮춘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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