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학교, 신나는 교육] (8) 서울 강명초등학교 이야기 4

서울형 혁신학교 서울강명초등학교 이야기, 마지막입니다. 강명초등학교는 지난 2011년 서울형 혁신학교로 개교합니다. 초기부터 새로운 수업 방식, 평가 방식을 도입하지요. 지금도 차곡차곡 혁신학교를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혁신학교와 관련해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하는 모양입니다. 공부를 안 시킨다, 현실과 동떨어졌다 같은 것들입니다. 강명초등학교 이부영 교사의 글을 통해 혁신학교와 관련한 이런 질문들의 답을 들어보겠습니다.

#혁신학교는 시험 안 보느냐? 공부를 안 시키느냐?

"내 대답은 '우리 학교도 시험 봅니다'이다. 실제로 우리 학교뿐 아니라 다른 혁신학교들 역시 시험을 본다. 그런데 왜 혁신학교가 시험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것은 우리 학교를 비롯한 혁신학교들이 보는 시험과 학부모가 생각하고 있는 시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여전히 시험을 안 본다고 여기는 것이다.

학부모들에게 시험이 무엇인지 여쭤봤다. 학부모들은 학창 시절에 했던, 특정한 날짜를 정해 놓고 전교생이나 전 학년이 똑같은 시험 문제지로 시험을 보는 월말 고사, 중간고사, 기말고사 같은 일제고사라고 했다. 시험 보는 방법도 100점 만점의 사지선다형 지필고사였다. 혁신학교에서 보는 시험은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그런 시험이 아니다. 사지선다형 지필 평가가 아니라 과정 중심의 관찰 평가다. 이러다 보니 학교마다 학년마다 학급마다 시험을 보는 방식과 일정이 다 다르다."

혁신학교인 서울 강명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 야영활동 모습. /강명초등학교 이부영 교사

#교사들 일만 많고 승진 점수 없는 학교라는데?

"혁신학교 이야기가 나오면 으레 일이 많아 교사가 힘든 학교라는 말이 따른다. 게다가 일은 많이 하면서 승진 점수가 없는 학교다. 이런 이유로 일반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혁신학교 신청을 반대하고 있고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학교에 온 교사들은 승진 점수 없고 힘든 일이 많은 혁신학교를 스스로 원해서 찾아왔다. 게다가 교사 정원이 정해져 있어 떨어진 교사도 많다.

교사들은 혁신학교에 자원해서 온 까닭에 대해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을 하고 싶어서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동안 근무했던 학교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할 수 없었다며 혁신학교에 오면 아이들을 중심에 둔 교육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혁신학교는 전교조 교사들 소굴이라는데?

"일부 언론에서 혁신학교 교사 절반이 전교조라고 하면서 '전교조 거점 학교'라는 말까지 썼다. 그러나 교사 선발 요건 어디에도 전교조 교사를 우대하는 조항은 없다. 그렇지만 지원 교사 중 전교조 교사가 유독 많으니 당연히 선발된 교사도 전교조 교사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우리 학교 교사 중에는 전교조 소속이 아닌 교사가 더 많다. 그리고 혁신학교 중에는 전교조 교사가 없는 학교도 있고, 교총 회원이 대부분인 학교도 있는데 그 학교는 뭐라고 할 것인가?

일부 사람들은 전교조 교사들이 주장하는 대로 혁신학교가 움직인다고 한다. 그것은 전교조 소속 교사가 제안하고 주장한 것이 오랜 실천 경험을 통해 검증된 내용이 많아서 다른 의견보다 교육적 가치가 높고 옳다고 인정하기 때문에 그쪽으로 의견이 모여서 그렇게 가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그렇다고 전교조가 주장하는 것이 다 옳은 것은 아니다. 그 누가 뭐래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혁신학교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고 하던데?

"대안학교 아이들을 두고 나온 말인데 이제는 혁신학교 아이들도 이런 소리를 듣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교사들이 아이들한테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하도록 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혁신학교 교사들은 아이들이 하는 말을 막지 않고 무슨 말이든 충분히 귀담아듣는다. 또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말이 없던 아이들도 점점 말을 하게 되고 혁신학교의 또 다른 괴담 또는 오해인 혁신학교는 시끄럽다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참고 문헌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 이부영, 살림터,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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