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학교, 신나는 교육] (7) 서울 강명초등학교 이야기 3

혁신학교 서울강명초등학교 이야기 그 세 번째입니다. 서울형 혁신학교 1호로 지정된 강명초등학교는 지난 2011년 개교 첫해부터 교사들이 토론하고 의논해서 학교 운영 사항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우선 교사들이 이런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가 않았다고 합니다. 의견 차이가 심해 눈물을 짜낸 적도 많았답니다. 하지만 강명초등학교는 지금도 토론과 논의를 통한 소통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 교사들이 어떻게 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을 만들어 왔는지 이부영 교사의 글을 통해 알아보지요.

사람들이 이부영 교사에게 서울형 혁신학교의 성과가 무엇이냐고 자주 묻는다고 한다. 물론 교육이 몇 년 동안에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이 교사가 성과로 꼽는 것이 있다면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구현한 일이다.

"그동안 학교는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지시와 전달만 있고 불만이 있어도 말 못하고 말하지 않는 침묵만이 있었다. 그리고 불만은 술자리에서 뒷담화로 하고, 남 탓만 해 왔다. 서울형 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학교 안에 자리 잡은 비민주적이고 비교육적인 요소를 없애면서 학교와 교사 문화를 바꾸는 일이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전체 교사회의다. 여기서 교사들은 학교 운영 전반을 함께 의논한다.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거치니 교사들이 알아서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말이 좋아 소통과 협력이고 다양성과 다름에 대한 인정, 토론과 논의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한 번도 교사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논의를 실제로 해 본 적이 없기에 회의 진행 방법도 잘 모르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도, 남의 얘기를 듣는 방법도 서툴렀다.

서울형 혁신학교 서울강명초등학교 교사들이 전체 교사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명초등학교 이부영 교사

서로 다른 생각을 조정해 본 경험이 없어서 서로 다른 생각이 드러나는 것을 힘들어하고, 이것을 갈등이라고 여기면서 피하고 싶어했다. 다른 생각을 이야기하면 미워한다 생각하고 상처를 받기도 했다. 회의가 힘들다고 하지 말자고, 다시 옛날 학교 모습인 직원종례로 돌아가자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강명초등학교는 힘들어도 전체 교사회의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조금씩 이견을 조율하는 방법을 익혔다. 교사회의서 익힌 태도는 그대로 교실로 전달된다. 이부영 교사의 글을 보자.

"지난 2년 동안 교사회의에 참석하는 교사들의 태도를 살펴보니 참여하는 태도, 토론하고 논의하는 모습이 곧 그 교사가 학급에서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와 같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교사회의 때 다른 교사들의 말을 잘 듣고 배려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는 교사는 학급 아이들의 말도 잘 들어주고 민주적으로 학급을 운영한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는 교사는 학생을 공부하는 기계로 보지 않고 진정 사람으로 대한다고 이 교사는 강조한다.

강명초등학교 민주주의는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다. 여전히 토론을 통한 소통을 힘들어하는 교사들도 많다고 한다. 그래도 이부영 교사는 이런 갈등마저도 소통의 한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부딪히고 갈등하고 이해하며 소통이라는 것과 협력이라는 것을 이제야 제대로 배웠다.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예전보다 해결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덜 들 뿐이다. 그러나 앞으로 숱한 갈등이 찾아와도 나는, 우리는 지금이 행복하다. 군대를 제대한 사람이 꾸는 악몽이 다시 군대에 가는 꿈이라는데, 우리들의 최대 악몽도 다시 예전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학교에 오게 된 것을 보면 우리가 전생에 착한 일을 많이 했거나 나라를 구한 모양이라고들 얘기하기도 한다."

참고 문헌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 이부영, 살림터,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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