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폐업 무효 소송, 의료원 입원 환자·보호자 "공공의료, 국가 보호 받아"

"폐업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침해했고, 절차도 위법했다. 강제로 쫓겨난 민초들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 폐업을 취소해서 법과 원칙이 살아있음을 재판부가 보여달라."

"폐업은 적법했다. 원고들의 이익 침해된 것 없다. 노조 개입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한 해 50억~60억 원 쏟아부어야 했다. 아주 비정상적인 병원 결론이 폐업으로 나타난 것이다."

12일 창원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해붕 부장판사)는 진주의료원에 입원했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상대로 낸 폐업처분 무효확인 소송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9월 18일로 잡았다. 소송이 제기된 지 17개월여 만에 1심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이날 9차 변론에서 원고 측과 피고 측은 열띤 공방을 벌였다. 원고 측 소송대리를 맡은 김종보 변호사는 파워포인트를 준비해 폐업과정의 위법성을 조목조목 따졌다.

변론은 지난해 5월 한 할머니가 의료원이 문을 닫았는지 모르고 왔다가 돌아가는 모습이 담긴 한 신문 사진보도로 시작됐다. 김 변호사는 "할머니가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헌법 조문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경남도가 폐업명분으로 내세운 '적자론'에 대해 "적자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헌법은 공공의료를 확대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경영위기는 허구이고 거짓이다. 부채비율로 판단해야지 부채규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삼성도 망해야 한다. 부채비율 63.9%는 다른 곳과 비교해도 양호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헌법을 위반해 자치단체가 공공의료를 소멸한 초유의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경남도가 폐업방침을 발표한 후 의사 계약해지, 환자 전원·퇴원 조치한 데 대해 "환자 36명이 사망했다. 더 살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과 보호자들의 원통함을 재판부가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의료원 폐업으로 원고들이 피해를 본 것이 없다는 경남도 주장에 대해 진주의료원이 해온 보호자 없는 병동, 장애인 전문치과, 만성질환 관리 등 공공보건의료가 사라지고 환자와 보호자가 의료계약에 따른 권리, 지역주민의 공공보건의료 이용 권리, 진주의료원 직원들 근로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맞섰다.

특히 경남도가 의료원 청산절차를 마쳤기 때문에 재개원이 불가능하다는 데 대해서는 원상회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진주의료원 건물과 땅이 그대로 있고, 보건복지부는 국비를 반환해도 서부청사 활용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회는 국정조사 결과 재개원을 촉구했다"며 "경남도가 거부명분으로 의료원 재개원에 140억 원 든다고 하지만 서부청사로 활용하는 비용은 191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폐업 근거 법률이 없는 점, 직제규정 개정과 폐업을 결정한 서면이사회 무효, 행정청에 의한 휴·폐업, 원장직무대행이 권한 범위를 일탈, 도의회 해산조례안 날치기 처리, 장관 승인 없이 한 보조금관리법 위반 등을 제시하며 진주의료원 폐업의 위법성을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홍 지사가 경남도청 누리집 인사말에 '가진 자들이 좀 더 양보하는 세상,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좀 더 기회를 많이 주는 세상, 그리하여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바른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 것을 언급하며 되물었다. 그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고 단순히 적자가 많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도 국회도 반대해도 듣지 않았다. 기회가 아니라 박탈을 당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산조례부터 통과시키고 폐업, 환자들 퇴원 후 의사 계약 종료했어야 하는데 거꾸로 진행했다. 이것이 어떻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인지 되묻고 싶다"며 "과연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느냐. 준엄한 심판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홍 지사 측 소송대리인 이우승 변호사는 경남도가 폐업 정당성으로 제시했던 '적자론'과 '강성노조론'을 폈다.

이 변호사는 "진주의료원을 통해서만 의료혜택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의료원과 민간의료 차이가 없다. 환자와 보호자의 법률이익이 침해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폐업과정도 적법했다고 맞섰다. 또 도의회 해산조례안 처리에 대해서도 "규칙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며 재판부에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했다.

이날 진주의료원 폐업과 청산과정에 앞장선 경남도 박권범 복지보건국장(전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이 재판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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