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사 새로쓰기] 김해시, 30년 동안 매년 600억 원 민간사업자에 보상해야

현재 idomin.com에는 2000년 이후 45만 건의 기사와 6671명의 인물DB가 구축 돼 있습니다. ‘지난 기사 새로쓰기’는 바로 이렇게 구축된 idomin.com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하는 기사입니다.

김해시의 가장 큰 골치 덩어리는 뭘까요? 다양한 의견이 나오겠지만 ‘김해~부산 경전철(이하 경전철)’로 답을 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김해시 1년 총 예산이 약 1조 원 남짓인데, 고정 비용을 빼고 나면 ‘가용 가능한 예산’은 1000억 원 정도 됩니다. 그 가운데 600~700억 원을 잡아먹는 것이 바로 경전철입니다. 아니 무슨 전철을 금 덩어리로 만드는 것도 아닌데 돈이 엄청 많이 듭니다. 왜 그럴까요?

해답은 ‘민자사업-MRG’에 있습니다. 민자사업이란 잘 아시다시피 정부나 지자체, 혹은 공기업이 사업을 맡는 것이 아니라 민간사업자가 사업을 맡아서 한다는 뜻이고, MRG는 ‘최소운영수익보장액’이라는 뜻입니다. ‘민자사업-MRG’를 풀어 말하면 ‘민간사업자가 이 사업을 하면서 적자가 난다면, 그 적자액을 메꾸고 최소한의 운영수익이 나도록 혈세로 보장한다’는 뜻입니다. 

이 내용이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일까요? 1990년대 후반 IMF외환위기 이후로 공공재정의 운영이 어려워졌고, 도로나 다리 등 인프라 개발에 민간사업자를 끌어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민간사업자들이 자기 돈 들여서 손해 볼지 모르는 사업에 뛰어들겠습니까? 그래서 만든 것이 MRG조항입니다. ‘적자가 나면 어떻게 해서라도 메꿔줄 테니 걱정 말고 사업을 해 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민간사업자가 만든 것이 도내에는 김해~부산 경전철과 마창대교, 거가대교 등이 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김해 경전철에 대해 idomin.com에서 검색해 보니 무려 716건의 기사가 검색됩니다. 김해 경전철은 언제 처음 얘기가 나왔을까요? 1992년에 정부 시범사업으로 지정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이후 지역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주장, 경전철 보다 부산 지하철 3호선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 둘 다 필요 없다는 주장 등으로 나눠져 김해 여론은 그야말로 홍역을 겪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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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간 전 김해시장(찬성 측)./경남도민일보DB

2000년이 지나서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를 금호산업에서 현대산업개발로 변경하고, 노선과 역 이름을 두고도 싸움이 일어났고, 지방선거-국회의원 선거 때 마다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주로 반대 측 주장은 ‘사업 타당성이 의문시 되며, MRG비용이 우려된다. 차라리 부산지하철을 김해로 연장하자’고 했습니다. 특히 김해시 경계까지 진출한 부산 지하철 3호선을 조금만 더 연장하면 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습니다.

찬성 측은 ‘10년 간 꾸준히 추진해왔고, 외국에서 이미 많이 운영 중인 최첨단 대체 운영수단이다, 부산 지하철 연장은 불가능하다’고 맞불을 놓았습니다.

2002년 6월 14일 정부와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협상이 완전 타결 됐습니다. 이제 공사를 시작할 차례입니다. 하지만 당시 여당(열린우리당)이던 최철국 국회의원과 반대 측의 반발로 쉽사리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건교부 입장은 왔다갔다 하고 감사원까지 가는 진통 끝에 근 4년이 지난 2006년 2월 15일 착공이 되고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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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2월 김해~부산 경전철 착공식 사진./경남도민일보DB

공사 과정도 순탄하지 못했습니다. 3공구 시공사가 부도가 나기도 하고, 역의 위치를 두고 논란이 일어나기도 하고, 차량결함이 발견 되기도 했으며, 반대 측은 개통 직전까지 MRG비용 문제를 계속 제기했습니다. 2010년에 개통을 하기로 했으나 개통 일이 자꾸만 미뤄져 2011년 9월 9일에서야 개통했습니다. 사업이 처음 제안된 이후 무려 19년 만에 개통한 것입니다.

개통 직후부터 예상대로 적자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예상한 수요는 하루 평균 17만 6000명이 경전철을 이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이만한 숫자가 이용한다면 경전철 운영에서 적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민간사업자에게 MRG를 물어줘야 하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개통 직후 이용자 숫자는 적을 때는 일 1만 명에서 많아도 일 3만 명 내외에 그쳤습니다. 지금은 이용객 수가 늘어 하루 평균 4만 2300여 명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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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을 드러낸 김해~부산 경전철.

이용객 수가 적으니 당연히 민간사업자는 엄청난 적자가 발생했습니다. 매년 1000~1200억 원에 달하는 적자가 발생했고, MRG조항에 따라 적자액의 90%를 김해시와 부산시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합니다. 특히 김해시는 공동부담분 가운데 60%를 부담해야 합니다. 이 결과 매년 김해시는 600억 원이 넘는 엄청난 혈세를 경전철 민간사업자에게 보상하고 있습니다. 이 보상을 한두 해도 아니고 무려 30년 동안 해줘야 합니다. 김해시는 최근 보상금을 줄여보려고 하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김해시 인구 50만 명 가운데 외곽지역을 빼고 경전철이 지나는 순수 시내 인구는 30만 명 정돈데, 그 중 17만 6000명이 경전철을 매일 이용한다는 예측은 어떻게 계산돼 나왔는지 지금도 미스터리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경전철 논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김해시는 정부가 MRG를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장유까지 가는 경전철 2호선을 만들면 이용객 수가 늘어 대안이 된다’는 주장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2호선이 된다고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지, 정부조차 예산난에 허덕이는데 김해시에 ‘굴복’해 보상금을 부담할 지 의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사에 자주 언급된 경전철 찬반인사를 표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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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한나라당 출신 국회의원, 시장, 시의원, 도의원들은 대개 찬성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총대’를 맨 사람은 김종간 전 시장이었습니다. 김 시장은 당시 경전철조기착공 범시민 대책위원장을 하면서 경전철 추진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물론 한나라당 인사 가운데서도 반대 인사는 있었습니다. 2011년 한나라당 김해 을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나선 김성규 회계사는 '경전철은 큰 재정부담을 낳는다. 광역도시철도사업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에 열린우리당·민주당 출신 국회의원들과 김해연 도의원 등 진보정당 도의원들은 대체로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물론 진보정당 도의원들은 경전철 말고도 모든 민자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특히 최철국 전 국회의원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당시 국정감사와 감사원까지 경전철 문제가 회부되는 데에는 최철국 전 의원의 힘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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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국 전 국회의원(반대 측)./경남도민일보DB

그리고 오랫동안 김해 지역에서 활동하던 소위 ‘관변단체’들은 대개 찬성하는 입장, YMCA와 같은 시민단체는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김해시의회도 2004년 10월 5일에 경전철 조기착공 결의문을 채택했는데, 당시 시의회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많았기에 결의문이 채택된 것으로 보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김해에 방문한 자리에서 경전철 추진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김두관 전 도지사의 경우 2006년 도지사 선거 당시 ‘(도지사가 되면) 경전철을 조기에 완공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상으로 김해 경전철 기사 716건을 바탕으로 김해 경전철 논란에 대해서 정리해 봤습니다. 정말 아쉬운 점은 716건의 기사 가운데 단 한 건도 ‘내가 잘못 알았다. 오판을 했다. 사과한다. 반성한다’는 내용의 기사는 전혀 검색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김해~부산 경전철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지금도 엄청난 혈세를 잡아먹으며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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