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회식 자리가 잦다. 특히 학교가 일터인 내 경우엔 시기별로 혹은 사안별로, 업무 부서나 학년부에서 때로는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갖는 각종 회식이 많은 편이다. 심지어 회식의 주제와 횟수만으로도 한 해를 정리할 수 있을 정도다. 올해는 학년부가 정신없이 바빴구나, 아니다 올해는 업무 부서가 오히려 굼뜨게 돌아가서 그렇지, 그렇지 않다면 올해 우리 학교는 이러이러한 면에 지나치게 혈안이 되어 움직인 셈이군 하는 말을 할 수 있게 말이다.

여느 사회조직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모임이 흔하고 모이는 횟수도 많으며 때로는 구성원이 제법 겹쳐 모임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그런 공식 모임만으로는 개인과 개인이 인간적으로 돈독해지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은 여간 씁쓸한 일이 아니다. 아마도 대체로 모임이 이루어지는 것 자체가 기계처럼 반복적이고 의례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람들과 만남이 사뭇 피상적이어서일 테다.

교사들도 알고 보면 외롭기 그지없는 동물인지라, 그렇게 채워지지 않는 허한 가슴은 때로는 공식 모임에 이은 2차 자리에서나 그렇지 않으면 아예 따로 차린 비공식적인 사조직(?)의 비밀회담에서 얻는 인간애로 메우며 살아가게 된다. 물론 간혹 노동조합과 같은 사회적인 관점 및 교육관에서 먼저 친근해진 경우도 있지만 사실 일반적인 학교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첫 발령 학교에서 첫 회식이 떠오른다. 금쪽 같은 점심시간 한 시간을 알뜰하게 활용해 신규교사 환영회를 겸했던 국어과 회식이었다. 둥그렇게 둘러앉은 자리에서 대충 자기소개 몇 마디와 학교 근황만 주워 담고 밥을 먹은 게 전부여서 그런지,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먹다 반쯤 남겼던 하얀 내 밥그릇만 동동 떠오를 뿐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또 그 구성원 중 누가 무슨 말을 했고 어떤 표정이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해에 정기적으로 대여섯 번은 넘게 한 모임이었음에도 말이다.

얼마 전 저녁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예전에 알던 한 선생님을 만났다. 패밀리 뷔페식당이었는데 부서 회식을 하러 오셨단다. 가정을 보살피고 아이까지 키우는 여교사가 많은 학교에서 부서 전체가 저녁시간을 빼서 함께 모임을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므로 사뭇 부러운 마음으로 그분들을 바라보았던 듯싶다. 그러나 뷔페식당이어서 그런지 부지런히 음식을 덜어 먹느라 바쁠 뿐 도란도란 다함께 둘러앉아 속 얘기를 말하고 함께 들어주고 하는 분위기는 못 만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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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건 한자리에서도 제법 긴 시간을 함께 나눠야 가능한 일이다. 학교 사회에선 그렇다. 참 어렵다, 개인과 개인이 진정으로 만날 수 있을 자리라는 것이.

/서은주(양산 범어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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