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75) 표재호 산청 지리산마을 대표

"산청을 대표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통영 충무김밥처럼 산청을 찾는 관광객이 손쉽게 접하고 먹고 사갈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내가 뿌리를 내리면 누군가가 발전시켜 나가겠지요. 그래서 젊은 농민들과 협동조합도 만들었습니다."

산청군 삼장면에 자리 잡은 '지리산마을' 표재호(55) 대표는 산청에 이름 있는 좋은 먹을거리를 뿌리내려 산청군 관광과 홍보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지리산마을은 청국장과 된장 등 콩을 원료로 한 제품을 주력으로 하면서 산청을 대표하는 산나물 등을 활용, 30여 가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진주에서 산청으로 터전 옮긴 '지리산마을' = 표 대표는 2004년 진주에서 '지리산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청국장과 된장을 만들다 2009년 산청으로 옮겨 왔다. 청국장과 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경상대학교 성낙주 교수 때문이었다.

표 대표는 젊은 시절 많은 일에 손을 댔다. 전기 관련 회사에 다니다 퇴사, 서부경남에서 수산유통업을 크게 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보증을 잘못 서서 날리는 등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성 교수가 발효 음식을 공부할 것을 권했다.

"원래 청국장과 된장을 좋아했습니다. 청국장 띄우는 게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청국장 사업을 시작하고 한국국제대 건강기능식품학과에 다녔습니다."

진주에 있으면서 상호를 '지리산마을'이라고 한 것은 마냥 지리산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 마음이 결국 표 대표를 산청으로 옮겨 오게 했다.

현재는 산청기능성콩영농조합을 결성했지만, 브랜드는 여전히 '지리산마을'을 사용하고 있다.

'비벼먹는 빡빡 된장' 등 지리산마을의 제품들.

◇이론과 현실의 차이 = 학교에서 발효 이론을 배우고 연구소에 가서 실습도 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책'대로 만들면 어김없이 실패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실패라는 것도 몰랐다.

"청국장은 다 똑같은 맛인 줄 알았습니다. 2005년쯤 함양휴게소에 납품하고 싶다고 찾아갔죠. 그런데 기존 납품 청국장과 제가 가지고 간 청국장을 똑같은 조건에서 끓였는데, 제 청국장 맛이 형편없는 겁니다. 담당자가 기존 청국장 맛의 70%만 돼도 받아주겠다고 했습니다."

이 일은 표 대표에게 좌절이 아닌 목표를 줬다. 그때부터 연구에 매달렸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고, 콩은 2t가량 버렸다. 마땅한 벌이가 없다 보니 생활은 아주 어려워져 라면으로 연명하기도 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금 생각하면 콩 선별부터 삶고 띄우는 모든 과정이 다 틀렸었습니다. 예를 들어 책에서 40도에 발효하라고 나와 있어서 그러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닌 겁니다. 발효는 콩에 따라, 또 삶는 정도, 온도, 물, 계절 등 모든 것이 민감하게 작용합니다. 균의 활성화는 조건에 따라 많이 차이 납니다. 온도가 1도만 달라도 맛 차이가 큽니다. 그걸 아는 데 10년이 걸렸습니다."

표재호 산청 지리산마을 대표가 장을 담근 독을 살펴보고 있다. /이원정 기자

2년쯤 지난 2007년 무렵, 드디어 함양휴게소에서 표 대표의 제품을 받아줬다. 그동안 한두 달에 한 번씩 꾸준히 새로운 제품을 가지고 찾아온 표 대표의 열정을 높게 산 것이다.

하지만 그후 표 대표는 제품 홍보와 판매에 집중하지 않았다. '먹고살 만큼만' 팔았다. 아직 제품에 대해 완벽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각종 박람회나 인터넷, 입소문을 통해 '지리산마을'의 제품은 꾸준히 팔려나갔다. 산청산 콩을 농협에서 사들이고, 다른 재료도 대부분 산청산을 쓰는 등 제품에 대한 정직과 노력이 인정받은 결과였다.

"7~8년쯤 지나니 청국장 뜨는 냄새를 맡으면 잘 띄우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더군요. 10년이 되니깐 이제 맛있게 뜨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있네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제품 개발 = 현재 지리산마을 제품은 30여 가지가 된다. 노란콩 청국장과 검은콩 청국장, 된장, 쌈장, 보리 막장, 간장, 청국장 자색 국수 등 많은 상품이 있다. 그중 표 대표가 자랑하는 것이 '청국장 강정'과 '비벼먹는 빡빡 된장', 그리고 '곡물 새싹효소와 산나물'이다.

청국장 강정은 아이들에게 몸에 좋은 청국장을 먹이고 싶어 만들었다. 청국장 강정은 지난 2009년 농촌진흥청의 생활 공감 녹색기술 경연대회에서 최우수를 받기도 했다.

'비벼먹는 빡빡 된장'은 박람회장에서 만난 고객의 이야기에서 고민을 시작했다. "도시 어르신들이 청국장을 끓여 먹고 싶지만, 아파트라 냄새 때문에 먹지 못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래서 냄새가 안 나는 청국장을 만들어보자 싶었습니다." 고민과 연구를 거듭하다 결국 농촌진흥청의 농업인기술개발과제에 선정돼 자금을 지원받아 물만 부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 '비벼먹는 빡빡 된장'을 개발했다. '비벼먹는 빡빡 된장'은 현재 미국으로 소량 수출되고 있다. 표 대표는 미국·중국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다.

'곡물 새싹효소와 산나물'은 과립 형태로 돼 있어 밥을 할 때 섞어 넣을 수 있다. 취나물·죽순·곰취·아주까리·쇠비름·고구마 순·홍화씨·발아 찹쌀·발아 검은 쌀·발아보리 등이 들어간다. 몸에 좋은 것을 많이 넣고 싶은 욕심에 여러 가지를 넣게 됐단다.

◇약이 되는 전문음식점 '시골약방'이 꿈 = 표 대표는 산청을 찾는 관광객에게 지리산 약선 요리를 간단하게 내놓을 수 있는 식당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먹어 봐야 사갈 수 있다는 것이다.

표 대표는 이미 '시골약방'이라는 상표 등록까지 마쳤다. 표 대표가 계획하는 '시골약방'은 산나물·약초를 넣은 돌솥밥과 청국장·된장, 그리고 초석잠 장아찌 등 '약이 되는 밥상'을 차려내는 식당이다. 방문객 체질에 따라 취나물 밥·울금 밥·죽순 밥 등 다양한 돌솥밥이 가능하다는 것이 표 대표의 설명. 산청의 특산물을 대중성 있는 메뉴로 관광객에게 제공하려는 것이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산청에서 이러한 아이템으로 식당을 한다면 밀어주고 싶습니다. 나아가서는 산청의 이름을 걸고 프랜차이즈를 하고 싶어요."

표 대표는 "돈을 버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고 밝혔다. 전기 기술자로 일하던 젊은 시절부터 '기술자는 돈을 보면 안 된다.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요즘도 표 대표는 돈을 버는 것보다 연구하는 것에서 더 기쁨과 보람을 찾고 있다. 이에 가족들은 "올해는 돈 버는 것도 좀 하라"며 표 대표에게 눈을 흘기지만, 표 대표는 여전히 연구에 빠져 각종 제품 개발과 특허 출원 등에 매달리고 있다.

<추천 이유>

◇강수정 산청군농업기술센터 강소농담당자 = 산청기능성콩영농조합 표재호 대표는 1500㎡ 규모 사업장에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 접목으로 기능성 콩을 이용한 돼지감자청, 청국장강정, 빡빡된장 등 다양한 가공제품을 생산해 지역에서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핵심지도자입니다. 표 대표는 5년 전 산청으로 귀농하여 강소농에 가입, 생산·가공·유통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현재 약초시장번영회 회장과 경남벤처협회 지회장으로 활동을 하면서 식품가공산업에 앞장서는 아이디어 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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