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창원시 진전면에 사는 안재영 군

매년 여름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용댐계곡은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진전중학교 3학년 안재영(16·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군을 만나러 간 날도 이른 아침부터 계곡을 찾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재영 군은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 신기하다. 자신은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자주 가는, '동네 계곡'이기 때문이다.

"용댐도 좋지만, 저는 상류에 있는 거락계곡에 자주 가요. 학교에서도 단체로 많이 가요. 적석산 근처에 있는 진전천에서도 많이 놀아요. 세 번 정도 물에 빠져 죽을 뻔했는데, 막상 다시 놀러 가면 나쁜 기억은 다 잊고 즐겁게 놀아요."

주말이면 진전면에 있는 적석산을 찾는 등산객이 많다. 재영 군은 자신은 정작 적석산을 자주 찾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적석산에서 500미터 떨어진 곳에 살면서 안 가본 지 1년이 됐어요. 자주 보고 가까우니까 소중함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여름방학 때는 꼭 적석산에 올라갈 계획이에요."

재영 군은 한국에서 태어나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서 6년간 살았다. 초등학교 때 한국에 돌아와 마산 시내에 있는 해운초등학교에 다녔다. 진전면에 이사 온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그때 만난 친구 대부분이 함께 진전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사를 하면서 그때마다 친구를 많이 만났지만 그중에 이곳 친구들이 가장 순수해요. 행동이나 말 속에 거짓이 없어요.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다 보면 '얘들은 이렇게 착한데, 난 왜 그렇지 못할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가끔 도시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면 공부할 것이 많아서 '주말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힘들어해요. 그런 모습이 꼭 어른 같아요. 이곳 친구들은 그렇지 않아요. 항상 밝고 웃음이 많아요."

진전중학교 학생 수는 70여 명. 학생이 적어 서로 어디 사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다 알고 있다.

"선생님들도 학생들에 대해서 전부 알고 있어요. 학생이 적으니까 모두를 차별 없이 챙겨주세요. 학생 수가 많은 것보다 적은 것이 더 좋아요."

가끔 도시에 살다 부모를 따라 진전면으로 오면서 진전중학교로 전학 오는 아이들이 있다. 진전면 아이들이 보기에 도시에서 온 전학생은, 무기력한 표정에 비속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사나운 친구'다.

"진전면 친구들은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이나 욕은 절대 하지 않아요. 처음에 도시에서 전학 오면 진전면이 시골이라고 거만하게 굴면서 욕도 많이 해요. 사나웠던 친구가 3주 정도 지나면 이곳 생활에 적응해서 장난기도 많아지고 표정도 밝아져요. 진전면 아이가 되는 거죠."

진전면 아이들은 놀이가 따로 없다. 이곳 아이들에게 진전면이 곧 '놀이터'다. 아무 곳이나 땅을 파면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나온다. 등굣길에 항상 보는 것이 도시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야생 꽃과 곤충이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여행을 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이곳에서는 일상이다.

"도시 친구들은 진전면이 시골이라 놀 곳이 없다고 생각해요. 학원도 없으면서 공부는 어떻게 하느냐고, 불쌍하다고 말하는 애들도 있어요. 우리는 그렇게 말하는 도시 친구들이 불쌍해요. 걔들은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이 전부지만 우리는 자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니까요."

마침 재영 군을 만난 날은 진전중학교 여름방학식이 있었다. 중학교 3학년인 재영 군은 과학고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여름방학이 마냥 즐겁지 않다.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 예전처럼 친구들과 놀지 못하죠.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인데, 과학자도 종류가 많잖아요. 빨리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가장 큰 고민이죠. 고민이 있어도 도시에 사는 친구들보다는 행복해요. 이곳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언제나 즐거우니까요." 인터뷰를 마치고 학교에서 가장 사진 찍기 좋은 장소가 어디냐고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 재영 군이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학교 앞에 목련 나무가 있어요. 동생 청소구역인데, 꽃이 피면 진짜 예뻐요! 동생하고 같이 찍어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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