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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 빠진 도시 교사들 희망 찾아 모이다

[즐거운 학교, 신나는 교육] (5) 서울 강명초등학교 이야기 1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4년 08월 11일 월요일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남한산초등학교나 조현초등학교는 경기도 시골에 있는 학교입니다. 작은 학교 살리기가 새로운 학교 운동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김상곤 전 교육감을 통해 혁신학교 정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있던 학교들입니다. 하지만 서울은 혁신학교라는 정책이 먼저였지요. 서울형 혁신학교의 개념과 목적, 과제를 설정하고 공모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경남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경남형 혁신학교의 실마리를 서울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서울에 있는 강명초등학교를 혁신학교 이야기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서울시 강동구에 있는 강명초등학교는 올해 3월을 기준으로 32개 학급에 학생 수가 1112명인 큰 학교다. 지난 2011년 5월 개교했는데 그 전해 12월에 이미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혁신학교 지정을 받았다. 시작부터 혁신학교인 셈이다.

이 학교에 이부영(여·53) 교사가 있다. 올해로 초등학교 교사 경력 33년차다. 이 교사는 지난 2010년 더는 교사를 하지 않겠다며 명예퇴직을 신청해 놓았었다. 그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당선됐다.

그때 곽 교육감이 낸 혁신학교 공약을 보고는 혁신학교 만들기에 뛰어든다. 그리고 강명초등학교 개교 때부터 지금까지 이 학교 혁신부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이부영 교사는 혁신학교 교사가 되기 전 보낸 29년 동안의 교사 시절을 이렇게 말한다.

"남들은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여자로서 좋은 직업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정작 교사로서 행복하지 않았다. 자랑스럽지 않았다. 학교에 출근하는 것이 즐겁지가 않았다. 그래서 학교를 빨리 떠나고 싶었다. 학교에만 가면 머리가 터질 것 같거나 딴딴하게 굳는 것 같았다. 되도록 학교에 없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해 몸과 마음은 늘 학교 밖을 떠돌았다. (중략) 내가 경험한 학교교육은 절망 그 자체였다. 지금도 삼십 년 전 초임 교사 시절부터 봐 온 모습 그대로 변함없이 부조리와 무원칙과 절차 없음, 그리고 비민주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 광나루한강공원에서 강명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강명초등학교는 지난해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자전거 문화교실을 정규 수업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0년 6월 2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당선된다. 그의 공약 중에 혁신학교 항목을 본 이부영 교사는 이제야 진짜 교사가 될 희망이 생겼다 생각하고 서울 강동지역 혁신학교 연구회에 참여한다. 그러다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 안에 학교가 생긴다는 말을 듣고 이 학교를 혁신학교로 만들기로 한다.

"이미 강동 지역을 중심으로 모인 교사들이 이 신설 학교를 '찜' 해서 혁신학교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며 혁신학교 교육과정을 비롯한 내용 채우기에 들어갔다. (중략) 실체도 없는 신설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는 것은 당시로선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우리 모임이 준비하고 있고 정리된 성과를 아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은 결국 신설 학교인 강명초등학교와 역시 서부 지역 교사들이 준비해 온 은빛초등학교를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일이라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교육청이 새롭게 학교 현장과 관계를 맺는 방식 자체가 교육 혁신의 시작이라고 이 교사는 믿었다.

지난 2011년 1월 이부영 교사를 포함해 개설 요원으로 15명이 모인다. 이들은 기존 학교 업무를 끝내고서야 먼지 가득한 공사장 학교에서 새 학교 만들기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이부영 교사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시설이었다. 새 학교는 돈을 많이 들인 티가 났다. 하지만 교실은 기존 학교와 다를 바가 없었다.

"교실은 그야말로 네모반듯한 텅 빈 공간뿐이다. 교장 혼자 사용하는 교장실에는 상하수도를 설치했는데 서른 명 넘게 온종일 생활하는 교실에는 상하수도 시설이 없다. 관리실에는 바닥에 여러 가지 코드를 꽂는 시설을 마련해 놓았으면서 교실엔 그런 장치가 없다. 아무리 겉모습은 아름답고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어도 교실은 1960년대 교실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크게 실망했다."

교실 배치도 아이들 중심이 아니라 학교 관리 중심이었다. 그래서 다른 교사들과 의논해 교실 배치를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공사를 하는 쪽에서 설계 변경을 해야 한다며 곤란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학교 건물 구조 변경에는 실패했다.

같은 해 2월 정식 발령으로 교직원 35명이 강명초등학교에 부임했다.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싶었던 이들이었다. 이부영 교사는 이 시절을 이렇게 회상한다.

"첫 만남 때 선생님들이 한 이야기들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 대부분 그동안 자신이 교사인 것이 자랑스럽지 않았고 진짜 교사가 되어 좋은 교육을 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그중에 한 분은 '잘 죽고 싶어서 왔다'고 해서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이렇게 진짜 교사가 되고 싶다는 열망들이 모여 서울형 혁신학교 강명초등학교는 시작됐다.

참고 문헌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 이부영, 살림터,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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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