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따라 내 맘대로 여행] (27) 충남 보령 대천·무창포 해수욕장

강렬한 햇살에 맞서는 여름 바다는 생기가 넘친다.

발가락 사이를 헤집고 들어오는 모래는 델 듯 뜨겁지만 밀려오는 파도와 만나면 금세 그 열기를 잃어버린다. 한 뼘 그늘 없이 햇살을 받아냄에도 바다는 시원함을 잃지 않는다.

파도에 이리저리 몸을 맡기며 물놀이에 여념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들떠 있다.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도 여름 바다만의 풍경이다. 제트보트와 플라잉 피시에 몸을 맡긴 사람들은 거센 파도를 거슬러 하얀 물길을 만들며 들뜬 함성을 질러댄다.

흔한 여름 바다 모습이다. 그런데 한여름 서해 해수욕장은 단순히 더위를 피하고 해수욕을 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일몰의 여름 바다를 바라본 적이 있는가.

충남 보령시는 해안에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 해수욕장이라는 명소를 보유하고 있다. 대천해수욕장은 보령머드축제 현장이고, 무창포해수욕장은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무창포해수욕장 일몰 풍경. /최규정 기자

무엇보다 서해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일몰, 낙조의 장관이다.

중천에 떠 있던 태양이 어느새 바다와 가까워진다. 황금빛으로 물드는 바다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태양은 여전히 이글거리며 위엄을 잃지 않았지만 바다와 점점 가까워지면서 만들어내는 일몰의 장관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답다.

마법을 부린 듯 세상이 금빛으로 변했다.

황금빛으로 물드는 바다는 시간을 정지시킨 듯 평화롭다. 석양에 물드는 사람들은 그림자 세상 속으로 숨는 듯 그 형체만이 바다 위를 통통 뛰어다닌다.

한낮 활기찬 바다에서 금빛의 평화로운 모습까지 오롯이 바라본 곳은 보령 8경 중 제2경인 무창포해수욕장. 무창포해수욕장은 1928년 서해안에 최초로 개장된 해수욕장으로 백사장 길이는 1.5㎞, 폭은 50m 정도 된다. 해수욕장 주변에 송림이 울창해 해수욕과 삼림욕을 겸할 수 있다.

무창포 해변은 보드라운 모래보다는 조개껍데기와 조약돌 등이 뒤섞여 있다. 긴 방파제 끝에 우뚝 솟은 등대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명소인 닭벼슬섬까지 150m 구간 진입로에는 목재 데크와 조명 시설이 있어 해가 진 후 바다의 낭만을 느끼기에도 그만이다.

이곳은 매월 보름과 그믐을 전후해 해변 앞 석대도까지 1.5km 바닷길이 열린다. 바닷물이 갈라지는 현상 자체가 신비한 데다 드러난 바닷길을 따라 걸으며 게, 조개, 해삼, 소라 등을 잡을 수 있다.

긴 꼬리를 남겼던 태양이 지고 사람들은 이제 불꽃놀이를 준비한다. 그렇게 여름 밤은 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는다.

무창포해수욕장 '신비의 바닷길'. 매월 사리 때 조석간만 차에 의해 해수욕장에서부터 석대도까지 길이 1.5㎞ 길이 생긴다. /연합뉴스

◇무창포해수욕장 바닷길 축제 =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무창포해수욕장에선 '제16회 신비의 바닷길 축제'가 열린다.

14일 무창포해수욕장 잔디광장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조개 잡기, 관광객과 함께하는 열린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첫날 공연이 끝난 뒤에는 가족과 함께 소원을 빌어보는 '풍등 날리기'에 이어, 오후 10시께 신비의 바닷길에서 관광객들이 횃불을 들고 바닷길을 건너는 '횃불어업 재현'이 시작돼 장관을 연출할 예정이다.

8월의 바닷길 시간은 △11일 오전 9시 43분∼10시 54분 △12일 오전 10시 6분∼11시 56분 △13일 오전 10시 39분∼낮 12시 45분 △14일 오전 11시 19분∼ 오후 1시25분 △15일 낮 12시 6분∼오후 1시 58분 △16일 오후 1시 12분∼2시 15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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