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학교, 신나는 교육] (4) 경기도 양평 조현초등학교 이야기

남한산초등학교에 이어 이번에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조현초등학교입니다. 이 학교는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에 있는, 주변이 논으로 둘러싸인 작은 시골 학교입니다. 전체 15학급에 학생 수는 340명 정도입니다. 지난 2007년 당시 이중현 교장이 교장 공모제로 부임하면서 새로운 학교를 만들려는 노력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2008년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당선되지요. 그리고 이듬해인 2009년 조현초교는 혁신학교로 지정됩니다. 이중현 교장은 현재 경기도교육청 학교혁신과 장학관으로 있으면서 혁신학교 확산에 애쓰고 있습니다.

"왜 전국의 학교가 교육 내용이 같아야 하는가? 학생들은 99% 시간을 수업으로 보내고, 학생과 교사의 만남 99%가 수업인데 그 수업은 학생들의 성장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학교나 전국 단위 일제고사가 과연 필요한가? 평가는 학생의 성장을 돕는가, 방해하는가? 도농 격차 해소 방안은 무엇인가? 학교가 지역 사회에 이바지할 수는 없는가? 진정한 학력은 무엇인가? 사교육 문제, 평준화와 비평준화 갈등, 수월성과 형평성, 교육의 다양화에 대한 진정한 대안은 무엇인가?"

조현초교에 공모제 교장으로 부임한 이중현 교장은 항상 이런 질문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답을 조현초교에서 찾고자 했다. 지난 2007년 9월 12일, 부임한 지 열이틀째 되는 날, 그는 수첩에 이런 글귀를 적는다. '아이들 표정!' 그의 글을 좀 더 보자.

"짧은 시간 조현에서 만난 아이들의 표정은 무표정, 짜증, 분노 이런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디 조현초교 아이들만 그런가? 내가 조현에 오기 전에 근무하던 학교 아이들 표정도 대부분 그랬다. '아이들 표정!'이라고 적은 것은 그래도 시골 아이들인데 설마 했다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걸 기록하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그해 9월 말 조현초교에 새로운 교육 방식을 만들려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평소 퇴근 때까지는 기존 학교 일을 하고 퇴근 후에 모여 2008년부터 운영할 조현 교육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당시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던 선생님들도 퇴근 후 우리 학교로 와서 작업에 동참했다. 이렇게 작업을 하니 보통 밤 9~10시에 모임이 끝났다. 우리 교육의 문제점, 학교의 변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새로운 변화를 위한 조현 교육의 내용은? 등을 토론하고,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든 것이 조현 교육과정 9형태다. 그 일부를 살펴보자. 조현 교육과정 중에는 다지기학습이란 게 있다. 교과 과정 중에서 실제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기능을 충분히 익히자는 거다. "예를 들면 국어과의 '사전 찾기' 학습은 4학년 몇 차시 학습이 초등학교 교육과정 운영상으로는 전부다. 요즘은 인터넷 사전이 있어 중요성이 덜하긴 해도 사전 찾기 기능은 학생 시절뿐 아니라 앞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필요하다. 또 실과 시간에 하는 바느질은 5학년 때 몇 차시 경험이 전부다. 남학생이라면 이후 교육과정에서 더는 배울 수 없다. 하지만 이 바느질 기능은 삶에서 유용한 수단이다."

발전학습이란 것도 있다. 이는 아이들이 직접 기획하는 교육 과정이다. 교과서 내용이어도 아니어도 상관없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식물이 얼마나 크나, 애완견은 왜 기르고 왜 버리는 것일까, 궁금한 북한말 사전, 춤의 종류 같은 스스로 정한 주제를 공부해서 다른 아이들 앞에서 발표한다.

조현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6월 생태학습으로 학교 주변 논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다.

주로 체험형으로 진행하는 통합학습도 있다. 6학년이 군청에서 진행하는 통합학습을 살펴보자. 아이들은 우선 사회 과목에서 정치를 공부하고 국어과목에서 면담을 공부한다. 면담을 통해 정치를 이해하자는 취지다. 그리고는 실제 군청 평생교육과와 군의회를 찾아 행정과 입법을 실감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체험 내용을 정리해 행정과 입법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서로 의견을 나눈다.

생태학습은 시골 학교인 조현초교의 장점이다. 전교생이 모여 봄에 모내기를 하고 여름에 허수아비를 세우고 가을에는 벼를 벤다. 수확한 쌀로 떡을 만들어 가난한 이웃에 나눠준다.

조현초교는 학생 조회를 하지 않는다. 대신 학생 중심으로 어물마당이란 걸 한다. 매월 첫째 주는 전체 가족 모임이라고 해서 1학년에서 6학년까지 전체 아이들과 교사들이 모여 회의를 한다. 그 달에 생일을 맞은 아이가 있으면 축하를 해주기도 한다. 매월 둘째 주는 학생들만 모여 회의를 하고 셋째 주는 학급별로 아이들이 회의를 한다.

조현초교 사례를 통해 진정한 학력이란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 조현초교는 학생들을 가능성이 있는 존재, 자주성이 있는 존재로 본다. 그래서 어떤 아이든 자기만의 장점이 있고 그것을 키우는 것이 진정한 학력이라고 생각한다.

"학력이란 점수가 아니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아는 것이고, 잡고 싶은 의욕을 가지는 것이고, 끊임없이 실패를 반복하면서 깨달아가는 능력이다. 살아가는 힘이 학력이다. 이런 관점으로 조현의 교사들은 우리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참고 문헌 〈혁신학교 조현초 4년의 기록, 학교가 달라졌다〉 이중현, 우리교육,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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